한풀 꺾인 ‘검은사막모바일’…펄어비스, 비용부담 안고 버티기
캐시카우 ‘검은사막 모바일’ 2018년 2월 출시 후 분기 매출 최저
연내 출시 예정인 ‘붉은사막’에 사활…매출 인식은 내년부터
업계 인력 이슈·신사옥 관련 원가 등 비용 관리 필요
공개 2021-03-23 09:3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10년간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로 도약했던 펄어비스(263750)의 화력이 예전만 못하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검은사막 모바일은 감소세가 이어지며 지난 4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올해도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 속에 펄어비스는 신작 출시 전 공백기간 동안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검은사막이 실적을 견인하는 데 한계에 달한 만큼 붉은사막 출시를 위해 개발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출시까지 아직 많은 비용과 불확실성이 존재할 뿐 아니라 내년 사옥 이전 등으로 늘어나는 비용까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꽃길만 걷던 펄어비스에 지난해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캐시카우 검은사막 모바일 감익이 두드러져서다. 19일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에 따르면 검은사막 모바일 매출액은 1~4분기 순서대로 718억원, 561억원, 506억원, 402억원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9년 같은 기간 875억원, 944억원, 766억원, 654억원을 기록했던 검은사막 모바일 매출액은 2020년 총합(2187억원) 기준, 전년(3239억원) 대비 48% 쪼그라들었다.
 
펄어비스
 
연간 매출액은 2019년보다 9%가량 줄어든 4888억원, 영업이익은 4.4% 늘어난 1573억원, 당기순이익은 992억원으로 37% 감소하며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4분기 실적은 된서리를 맞으며 경종을 울렸다. 영업이익(200억원)은 3분기 대비 50.7% 줄어 시장 전망치를 약 48.4% 밑돌았고, 3분기 278억원을 기록했던 순이익은 4분기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검은사막모바일 4분기 매출액(402억원)은 게임 출시 직후인 2018년 1분기 매출액(416억원)을 하회한 역대 최저 수치다.
 
물론, 펄어비스는 상장 4년 만에 국내 코스닥 대장주로 군림한 저력이 기저에 깔린 회사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펄어비스를 두고 회사와 투자자가 ‘윈윈’하는 우수 기업이라고 진단했다. 회사는 2017년 증권시장 입성을 준비했고, 9월 코스닥 상장했다. 검은사막 모바일 출시 전이었다. 2018년 검은사막 모바일은 시장으로부터 열렬히 환영받았다. 자체 개발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 대목이다. 관계자는 “대개 상장 직전 회사는 프리미엄을 덕지덕지 붙여 밸류 상승을 꾀하기 마련”이라며 “펄어비스는 달랐다”라고 <IB토마토>에 평가했다.
 
회사 새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PC, 콘솔 장르 ‘붉은사막’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4분기 출시 예정인 붉은사막은 사전판매량을 포함해 4분기 460만장, 2022년 론칭 후 400만가량 판매돼 1년 누적 기준 총 845만장 판매될 전망이다. 1000억원 이상 수익 창출이 예상되는 붉은사막은 그러나 내년부터 매출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게임 출시 전까지 회사 외형을 지탱할 카드는 여전히 검은사막이라는 얘기다.
 
자연스레 회사가 올해 숨 고르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동환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속성을 고려하면, 올해 검은사막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이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올해 펄어비스 실적 추정치를 보수적으로 종합해보면 매출액은 4409억원, 영업이익은 1064억원으로, 2020년 대비 각각 10%, 32%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벌어들이는 돈이 예년보다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면, 소요 자금 감축으로 이를 갈음해 수익성 악화를 막아야 한다. 그간 카카오게임즈(293490)가 맡아온 검은사막 북미, 유럽 퍼블리싱을 펄어비스가 직접 서비스하는 점은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고무적이지만, 올해 붉은사막 개발 관련 비용과 신사옥 이슈는 회사가 더욱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IT·게임 업계는 개발자 품귀현상에 따라 최근 임금인상 등을 통해 ‘인재 모시기(지키기)’에 촉각을 세우는 형국이다. 펄어비스의 경우 붉은사막 예열이 한창이다. 회사 자체 개발 엔진을 사용하며 비용 효율화를 누릴 것으로 보이지만, 업황에 따라 비용 가변성이 내재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작년 4분기 기준 펄어비스의 개발직군 인원은 716명, 사업·지원 부문에서 492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전분기 대비 순서대로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증권업계의 펄어비스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환산해보면 인건비는 지난해(1262억원)보다 약 9%, 광고선전비는 2020년(440억원) 대비 44%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신사옥 공사 관련 원가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회사는 한화건설과 1089억원 상당의 사옥 신축 계약을 2019년 11월 체결했다. 그해 12월 첫 삽을 뜨고, 내년 5월 완공 예정이다. 투자 금액 1089억원은 공사기간 30개월(2019년 12월~2022년 5월) 진행률 기준으로, 2019년 12월 한 달 동안 약 36억원(30개월 중 1개월), 2020~2021년 약 436억원(30개월 중 12개월씩, 총합 872억원), 2022년엔 나머지 5개월분 182억원가량으로 나뉜다. 사옥 관련 원가는 재무제표상 건설중인자산으로 매겨지고, 자본화 이후 유형자산으로 대체돼 감가상각하게 된다.
 
 
공사 취득원가와 무관한 노무비나 재료비 등 부대비용이 발생하면, 현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펄어비스는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KDB산업은행과 1200억원가량 신규 차입약정을 맺었다. 이는 특정차입금(차입원가)으로 분류돼 이자비용으로 계상되며 비용 처리된다. 또 사옥 유지, 보수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덩달아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회사 CAPEX는 2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늘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펄어비스에 2021년은 PC, 모바일, 콘솔 플랫폼 내 검은사막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면서 신작 개발에 집중하는 등 경쟁력을 쌓고 내실을 다지는 한 해다”라며 “붉은사막, 플랜8 등 차기작들을 통해 글로벌에서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사로 인정받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회사의 성장 요체는 개발력이다”라며 “미래를 위한 장기적 투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