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개편' 나선 KT…거세지는 매각 잡음 속 매출도 역성장
작년 말 현금 3조1684억원...전년대비 17% 증가
물류·바이오사업 진출 앞둔 가운데 계열사 KT파워텔 매각 잡음
이동통신3사 중 제일 부진한 실적에 투자 부담 지속 전망
공개 2021-03-19 10:30:00
[IB토마토 김민희 기자]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KT(030200)가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매각 잡음이 일고 있다. 올해 네트워크 보완과 5G망 구축 등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는 데다 향후 계열사 통합·매각 작업이 이어질 경우 추가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감을 자아낸다. SK텔레콤(017670)이나 LG유플러스(032640) 등 경쟁사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뒷걸음질 치는 매출도 걱정거리다. 
 
KT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DIGICO)으로의 전환을 위해 그룹사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목록에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과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정관 일부 변경을 통해 신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17일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KT의 자체창출 현금 흐름은 매우 안정적이다.
 
2020년 말 기준 KT의 현금성자산은 3조1684억원으로 전년(2조7204억원) 대비 16% 증가했다. 2015년 외부차입 비중이 높은 롯데렌탈(구 KT렌탈)과 애큐온캐피탈(구 KT캐피탈)을 매각하며 총차입금이 2014년 12조8704억원에서 이듬해 8조791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후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수년간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이 같은 안정적 재무구조로 인해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에서 올해 신용등급 'AAA/안정적'을 부여받기도 했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올해 본격적인 그룹 재편에 나서고 있으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 1월22일 아이디스의 공시에 따르면 KT는 무전 통신 사업체 계열사 KT파워텔을 영상보안 업체 아이디스에 406억원에 매각한다. 불필요한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으로 풀이되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히며 진통을 겪고 있다. KT파워텔 노조는 ‘KT파워텔 무전 서비스 핵심 이용자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됐다’며 매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매각 발표 후 55일째 KT광화문 사옥 앞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박갑진 KT파워텔 노조위원장은 <IB토마토>에 "KT파워텔 매각은 구현모 대표 '디지코전환'의 희생양일 뿐이다"라며 "무선 통신업과 전혀 상관없는 디지털보안장비 개발업체에 회사가 팔리면, 그 이후 사업이 제대로 영위될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곧 KT파워텔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것이고 향후 주파수공용통신,공항무선통신 등 사업 자체의 존망을 우려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 비전과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KT
 
업계에서는 KT파워텔 매각을 두고 ‘헐값 매각’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라는 건 수요가 있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을 때 높게 판단되는데, 산업용무전기(TRS) 사업의 성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라며 “수요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노조의 주장대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팔렸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KT그룹 관계자는 헐값 매각 주장에 관해 “공신력 있는 회계법인에서 판단한 적정금액을 양수사업자(아이디스)와 협상을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해당 매각 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공익성 심사를 통한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통신사업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매각 등의 사업변경이 있을 경우 과기정통부에서 공익성을 판단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여기에 KT는 지난해 실적마저 좋지 않았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3조61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1840억원으로 2.1% 증가했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매출이 5~7%가량 늘고 영업이익이 20%대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KT는 투자비용부담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나신평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서 KT는 '5G망 커버리지 확충, 유무선데이터 사용량 증가와 B2B 사업 확대에 따른 네트워크 보완 투자'로 당분간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송종휴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미약한 내수 경기 회복세,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고정비부담 증가 등은 수익성 개선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KT의 중장기 사업펀더멘탈(기조체력)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미디어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통한 가입자기반 확대 여력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이종산업 간 컨버전스(각종 기술이나 제품·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 역량을 꼽았다.
 
KT는 사업재편 과정에서의 잡음과 매출감소, 투자 등의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물류·바이오로의 신사업 진출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KT관계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신사업의 규모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한 ‘디지털 바이오헬스’가 물류·바이오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진단과 동선추척 두 분야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감염병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KT는 체외진단 전문기업 미코바이오메드와 바이오센서 전문업체 사이드벨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바 있다.
 
김민희 기자 km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