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금호리조트 인수…과연 '고가 인수' 인가?
금호리조트 본질가치로 평가 시 가치 사실상 '0'…그렇다고 문제 삼기 어려워
박철완 상무 주주제안 주가 제고, 고배당 제안 이외 추상적
공개 2021-03-17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금호석유(011780)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표 대결 양상으로 치닫으며 2라운드로 진입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고배당과 함께 금호리조트 고가 인수를 전면에 내세우며 본격 표심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박 상무가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3일 금호석화는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과 함께 금호리조트와 금호홀딩스(홍콩)를 총 2554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석화는 이달 말 두 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 11일 금호석화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했다. 출처/ 플레시먼힐러드
 
이에 대해 11일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는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리조트는 금호석유화학의 사업분야와 연관성이 없고 시너지도 발생하지 않으며 경쟁 입찰 업체보다 현격히 높은 가격으로 인수를 결정했다"면서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자사주 소각, 배당 증액, 계열사 상장, 비영업용자산 매각, 사업전략 강화 등을 통한 저평가된 기업가치 정상화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을 통한 거버넌스 개선을 세 가지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첫 번째 제안이라는 점이다. 금호석유화학이 본입찰에 참여한 이후부터 금호석유화학의 입찰가격이 높다는 얘기는 투자은행(IB)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두였다. 
 
당시 금호리조트 인수를 검토한 관계자는 "금호리조트의 본질가치는 사실상 0원"이라며 "이번 정기주총 때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회장에게 금호리조트 고가 인수를 이유로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본질가치 평가방법은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널리 쓰이는 방법 중 하나다. 최근 현대오토에버(307950)와 현대엠앤소포트, 현대오트론 등 현대차(005380)그룹 내 IT 3사가 합병할 때도 사용됐다.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1대 1.5)해 구하는데 절대가치 평가방법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널리 쓰인다. 자산가치는 최근 사업연도 말 재무상태표(B/S)에서 일부를 차가감해 구하며, 수익가치는 주로 현금흐름할인법(DCF)을 활용해 구한다. DCF는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을 기존의 원가율, 향후 전망,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등을 활용해 추정한다.   
 
 
 
금호리조트의 장부상 자산가치와 향후 예상 수익 모두 낮은 편이다. 골프장, 리조트 등 유형자산이 금호리조트의 주요 자산이다. 장·단기 차입금, 장·단기 예수보증금 등이 주요 부채다. 유형자산은 3450억원, 차입금+예수보증금은 3344억원으로 둘의 차이는 106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장기대여금+미수금 803억원도 있지만 이는 금호홀딩스(홍콩)에 제공한 것으로서 금호홀딩스(홍콩)를 함께 인수할 경우 상계된다. 
 
금호리조트는 최근 5년 합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315억원이며, 인수·합병(M&A)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골프장이 특수를 거뒀지만 코로나19가 풀릴 경우 골프장 수익성은 과거로 회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결국 본질가치 평가법을 활용할 경우, 금호리조트의 가치는 100억원 이하일 수 있다. 
 
물론 본질가치 평가만 존재하지 않는다. 금호리조트는 부동산 가치 만을 접근해 아시아나CC, 리조트, 워터파크 등의 가치를 평가했다. 골프장, 리조트 등을 감정평가로 재평가해 가치를 끌어올린 후 4200억원을 순자산가치로 산정했다. 금호석화 측은 "리조트 자산은 부동산 가치 관점 접근이 타당하다"면서 "금호리조트 인수는 저가매수에 해당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금호석화의 금호리조트 가치평가. 출처/금호석화
 
금호석화는 금호리조트의 아시아나CC, 리조트, 워터파크 등을 감정평가로 재평가 3450억원에서 7900억원까지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후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인수 타당성을 어필했다. 금호석화 측은 "리조트 자산은 부동산 가치 관점 접근이 타당하다"면서 "금호리조트 인수는 저가매수에 해당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반면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는 "금호석화가 주장하는 7900억원 가치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미래수익성 추정치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금호리조트의 가치평가 방법에 대해 골프장 M&A 경력이 있는 IB업계 관계자는 "지방 골프장과 수도권 골프장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면서 "수도권 골프장은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 가치로 접근할 수 있지만, 지방은 가치 상승 기대감이 낮다"라고 설명했다. 금호리조트가 보유한 골프장은 경기도 용인과 산둥반도에, 워터파크는 충남 아산과 제주에, 리조트·호텔은 경남 통영과 전남 화순, 강원도 속초 등에 위치해 있다. 금호리조트 자산은 수도권과 지방에 다양하게 있는 터라 수익가치를 마냥 무시하긴 어렵지만, 금호석화의 가치평가 방법 역시 나름 타당성이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객관성이 담보된 가치평가라면 고가 인수로 배임행위 등을 문제 삼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철완 상무는 금호리조트 고가 인수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 이는 주주들의 표심 잡기로 풀이된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 10일 고배당 관련 주주제안 가처분을 일부 인용 받으며 사실상 고배당 안건에서는 승기를 잡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회장의 경영을 문제 삼는 부분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사례가 구체적이다. 
 
박철완 상무의 ESG 관련 제안. 출처/플레시먼힐러드
 
하지만 그 뒤가 부족하다. 박철완 상무는 고배당 안건을 제외하고도 본인의 이사회 진입과 같은 다른 안건도 주총에 부의한 상태다. 특히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회장보다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우선, ESG부문 강화가 추상적이다. 박 상무는 환경 강화를 위해 여수, 울산 산단 커뮤니티 내 친환경 책자 배포 등 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회 부문 강화를 위해 사내하도급 안전 확대에 대한 계선 계획 등을, 거버넌스 부문은 주주 및 임직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열린 소통이 가능한 기업문화 조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제안은 금호리조트 고가 인수와 배당 성향에 집중돼 있다. 금호리조트 인수를 EV/EBITDA 멀티플 173배를 근거로 비판했다. 자사주 전액 소각으로 EPS 상승시나리오를 설명했고, 배당의 경우 배당 성향 40% 이상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기업 가치 강화 전략 역시 배터리, 수소 등 메가 트렌드에 올라타거나 최근 각광받는 NB라텍스 공장 증설 등 피상적이다. 
 
석유화학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박철완 상무가 금호석화에서 고무영업을 했다면 고무영업 강화책 혹은 개선책부터 내놔야 했다"면서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금호석화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최근 나온 ESG보고서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이 금호석화가 전기차 배터리에 진출한다고 테슬라 대신 금호석화 주식을 살 가능성은 낮다"면서 "박철완 상무의 제안은 정치에 빗댄다면 포퓰리즘 정책에 가깝다"라는 의견을 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