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투자 사활건 삼일제약, 재무안전성 악화 가속
2019년부터 차입금 규모 900억원대 지속
부채비율 201%로 증가…유동비율 감소해 73.5%까지 하락
공개 2021-03-16 09:30:00
[IB토마토 김민희 기자]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삼일제약(000520)이 베트남 투자에 승부를 걸고 있지만 급격히 늘어난 차입금으로 재무안정성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 차입규모는 4년새 3배이상 늘었고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섰다. 반면 재무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70%대로 떨어지며 악화상태다. 문제는 삼일제약이 중장기 사업과제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재무부담은 더 커질수 있다는데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일제약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30억원, 영업이익 65억원, 당기순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6%, 35.6%, 70.5% 늘어난 수치다. 57억원의 영업손실과 8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던 2018년 대비 2년 만에 유의미한 실적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 지난해 재무안정성은 더욱 악화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삼일제약의 조정총차입금 규모는 2016년 302억원에서 2020년 944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차입금은 일정한 기한 내에 원금의 상환과 일정한 이자를 지급한다는 채권·채무 계약에 따라 조달된 자금이다. 신용평가사에서 사용하는 조정총차입금은 총차입금에 잠재채무를 더해 산출된다. 
 
삼일제약의 차입금 규모가 900억원을 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삼일제약은 자사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인 베트남 현지 공장(안과 위탁생산업체)설립을 위해 2018년 7월 173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2019년 8월에는 약 350억원의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를 발행한 바 있다. 외부에서 조달한 금액 523억원 중 베트남과 관련된 투자는 436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작년 3분기 중 37억원에 해당하는 제16회차(2019년 8월) CB에 대한 전환권이 청구됐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뀌면 그만큼 부채가 줄고 자본이 늘어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가져오지만, 전환권 행사 금액이 크지 않아 효과는 미미했다. 
 
 
차입규모가 늘고있는 가운데, 총차입금 중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빚인 단기차입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습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282억원에서 2017년 342억원, 2018년 667억원, 2019년 480억원이다. 지난해 삼일제약의 단기차입금은 738억원으로 보유 현금성자산인 172억원을 훌쩍 넘는다. 삼일제약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으로 단기차입금을 갚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차입규모가 높아지며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금융비용은 기업이 외부로부터 차입한 자금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부담을 말한다. 금융비용은 2016년 12억원에서 2020년 60억원으로 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29.9%에서 49.3%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50.9%에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차입금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통상 30% 미만일 때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의 부담이 커 수익성이 떨어지고 안정성도 낮아지게 된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부터 전환사채와 교환사채의 원금상환 청구 권리가 생기면서 이것이 유동성차입금으로 대체됐고, 결과적으로 유동성차입금이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채비율도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201.6%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건전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100%를 넘으면 재무구조가 불건전해 지불능력에 문제가 있는 회사로 지적된다. 보건의약계 전문지 약업닷컴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 상장제약사 65곳의 평균 부채비율은 67%이다. 
 
기업의 현금동원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도 수년째 적정선인 200%에 미치지 못한다. 통상 유동비율은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며 100%가 안 된다는 것은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삼일제약의 유동비율은 2016년 129.6%에서 지난해 73.5%로 떨어져 현금 동원력이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제약업체 재무안정성이 낮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장사가 안 되거나,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일제약은 <IB토마토>에 "차입금 규모와 부채비율이 높은 까닭은 베트남 현지법인 안과 위탁생산업체 건설을 위해 CB와 EB를 발행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개선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차입상환 계획에 대해서는 외부에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베트남 현지 공장의 공사기간은 2021년 12월까지다. 준공 후 GMP 승인 작업이 끝나면 2022년 생산 가동될 전망이다. 이후 삼일제약은 2021~2023년까지 3년간 본사 공장과 신규시설에 매년 50억원씩 총 1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민희 기자 km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