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재무구조·주가·불매운동까지…애경산업 '사중고'
매출·영업이익 각각 16%·63% 감소…잉여현금흐름 적자 지속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불매운동 벌여…애경산업 “밝힐 입장 없어”
주가, 2018년 연고점 대비 70% 가까이 추락
공개 2021-03-17 10:0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생활뷰티기업 애경산업(018250)이 실적과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된 가운데 주가 부진까지 겹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1심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피해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갈등이 붉어지는 어수선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어 사중고를 겪고 있는 형국이다.
 
애경타워. 출처/애경그룹
 
지난 1985년 설립된 애경산업은 합성세제·비누·샴푸·주방세제·화장품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위생용품·세제·탈취제 등 생활용품과 치약·샴푸 등 뷰티·헬스케어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2018년 3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주식을 상장했다.
 
애경산업은 수년째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8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1% 줄어든 223억원, 당기순이익은 72.7% 급감한 114억원으로 집계됐다. 화장품사업의 부진 영향이 컸다. 실제 화장품사업 매출(2111억원)은 전년 대비 38.3%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72.7% 줄었다.
 
애경산업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영업이익 792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9년 606억원, 2020년 223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8년 608억원에서 2019년 416억원으로 32% 감소했고 2020년에는 114억원까지 급감했다.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 역시 2018년 11.3%를 기록한 이후 2019년 8.6%로 2.7%포인트 하락하더니 2020년 3.8%로 전년 대비 4.8%포인트 떨어졌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사업 매출이 크게 줄었고 마케팅 비용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아 차입 규모가 불어나는 것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잉여현금흐름(FCF)을 살펴보면 애경산업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별도 기준 애경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556억원으로 나타났다. 잉여현금흐름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235억원, 2018년 -41억원, 2019년 -3억원으로 줄곧 적자를 나타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을 뜻한다. 잉여현금흐름이 많다는 것은 배당금, 기업의 저축,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돈이 넉넉하다는 것을 뜻하며 적자로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실제 애경산업의 총차입금은 1년 새 크게 불어났다. 2019년 39억원 수준에서 2020년 3분기 206억원으로 428%나 증가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114억원을 들여 용인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등 건축물 증축에 대한 자금지출로 차입금 규모가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보고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애경산업 주가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주가도 상장 직후보다 크게 추락했다. 애경산업은 2018년 3월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후 같은 해 7월10일 7만8000원(종가기준)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상장공모가(2만9100원) 대비 168%가량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이날 주가는 종가기준 2만5300원으로 최고점 대비 70% 가까이 떨어지며 공모가조차 밑도는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애경산업은 지난 2011년 발발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피해자들과 갈등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1년 원인불명의 폐질환으로 입원한 산모 4명이 사망한 가운데 사망원인이 옥시레킷벤키저·롯데마트·홈플러스·버터플라이어펜트·SK케미칼(285130)(285130)·애경산업 등 제조·판매업체서 생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로 밝혀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지난달 초 기준 환경부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관련 피해자는 총 7239명으로 사망자는 1627명에 달하는 큰 사건이다. 2018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전직 임원들은 유죄를 확정 반면, 올 1월 SK케미칼·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은 1심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열린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법원 규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이 울고 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SK케미칼·애경산업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에 사용된 원료 CMIT·MIT 등은 앞서 유죄 판결을 받은 원료 PHMG·PGH와 다른 성분이며, 피해자의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논란에 선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SK케미칼이 만들고 애경산업이 유통한 ‘가습기메이트’다. 2002년 출시된 가습기메이트는 2011년까지 170만개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무죄판결로 애경그룹 제품·서비스 불매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가습기살균제 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가 애경 본사 등을 방문, 불매운동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경산업이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 피해자를 양산시켰음에도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는 등 책임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애경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밝힐 입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반적으로 시장이 좋지 않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주가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동되는 만큼 확답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