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투자 실패로 '쓴맛' 본 정용진…'자본잠식' 야구단 인수 왜?
860억원 투입된 제주소주 적자지속에 청산…자본잠식률 74%
PK피코크·삐에로쇼핑 사업 2년 만에 철수
조선호텔·이마트24·SSG닷컴 순손실 이어져…자본총계 3배 줄어
자본잠식 야구단 1353억원 인수…신평사 “효익 달성 여부 불확실”
공개 2021-03-15 10:0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전개한 신사업이 잇따라 시장에서 철수한 가운데 제주소주도 인수 5년 만에 청산하면서 연이은 투자 실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정 부회장은 신세계 이마트(139480)의 차입금 규모가 커진 와중에도 1300억원대 비용을 들여 야구단을 인수했다. 해당 야구단은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상태며 고정비 부담이 높은 수익구조로 향후 자금지원이 불가피해 이마트에는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그룹 측은 야구단 인수로 B2C사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출처/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2일 제주 향토기업인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소주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제주소주는 인수 직후인 2017년 6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이후 2018년 127억원, 2019년 141억원으로 적자폭은 커져갔다. 순손실 역시 2017년 65억원, 2018년 129억원, 2019년 143억원을 기록했다. 장사는 했지만 오히려 손실을 입은 셈이다. 2019년 기준 자본 잠식률은 74%, 부채비율은 90.7%다. 
 
인수비용(190억원)과 6번 유상증자(670억원)를 통해 제주소주에 투입된 비용만 약 860억원이다. 이마트는 2019년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연간 100억~120억원 수준을 투입하며 자금 수혈에 나섰지만 재무구조 개선·경영 효율화엔 실패했다. 결국 정 부회장은 자본잠식에 빠진 제주소주를 ‘청산’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제주소주 영업손실이 심하다 보니 소주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 추진한 신사업 줄줄이 철수
 
그동안 정 부회장이 전개한 신사업 대부분이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으며 철수됐다. 지난 2012년 선보인 드럭스토어 ‘분스’는 CJ올리브영에 밀려 적자가 누적되자 2015년 철수했다. 2017년 정 부회장은 미국의 드럭스토어 체인인 월그린과 손잡고 ‘부츠’를 국내에 다시 선보였지만 실패하고 2020년 철수했다. 화장품 전문점 ‘센텐스’도 올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18년 가정간편식(HMR) 자체 브랜드(PB)인 피코크 상품을 한곳에 모은 ‘PK피코크’와 잡화점 ‘삐에로쇼핑’ 역시 사업 진출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대부분 차별화 포인트가 뚜렷하지 못한 점이 사업 부진의 원인이 됐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 사업 ‘이마트24’, 부동산업 ‘신세계프라퍼티’, 온라인 사업 ‘SSG닷컴’ 등 굵직한 이마트 계열사 역시 수년간 순손실을 입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호텔 사업도 신통치 못하다. 호텔사업을 영위하는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조선호텔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영업손실 159억원, 2015년 384억원, 2016년 103억원, 2017년 80억원, 2018년 76억원, 2019년 124억원, 2020년 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잉여현금흐름 역시 2014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자본총계도 감소했다. 쌓아뒀던 현금을 까먹고 있다는 뜻이다. 2014년 2283억원의 자본총계는 2019년 말 77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줄었다. 부채비율은 548.6%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레스케이프호텔을 열었는데 투자비용 대비 높은 감가상각비 부담이 재무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상황이 이러자 지난해 11월 이마트는 신세계조선호텔에 2700억원을 투입했다. 현금 1800억원과 9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현물 출자로 내놓는 등 이마트의 자금 수혈은 지속됐다.
 
레스케이프호텔. 출처/신세계조선호텔
 
투자 등으로 차입 규모 커진 ‘이마트’ 
 
이마트는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위축된 가운데 신사업 투자로 차입 규모가 증가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과거 대비 악화됐다.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3.9%에서 2017년 3.8%, 2018년 2.7%로 하락하더니 2019년에는 0.8%로 주저앉았다. 2020년 1.1%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3조~4조원대 수준을 유지했던 총차입금 규모는 2019년 6조358억원까지 치솟았다. 리스회계 기준 변경과 신사업 투자 부담이 영향을 끼쳤다. 
 
2019년 11월 13개 대형마트 점포의 매각 후 임차(S&LB)를 통해 약 9524억원을 조달하고 2020년 1분기 중 마곡 부지를 매각(8000억원)해 차입금 상환 등에 충당함에 따라 2020년 3분기 총차입금은 6조143억원(순차입금 4조7011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6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112.9%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019년 총차입금이 2018년 대비 크게 늘어난 이유는 리스회계 기준 변경이 주효하다”라며 “이를 제외한다면 차입 규모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이마트는 향후 매년 1조원을 상회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현금흐름상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며 “자체적인 이익창출력이 저하된 점을 감안 시 중단기적으로 차입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자본잠식·적자지속 야구단 인수하더니…구체적인 활용 계획도 없어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SK와이번스 야구단을 1353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2월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한 추신수 선수를 연봉 27억원에 계약, 영입했다.
 
그러나 SK와이번스는 자금 사정이 녹록지도 수익을 창출하지도 못한 법인이다. SK와이번스는 2019년 기준 자본총계 -47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흑자도 내지도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11억원 2016년 -32억원, 2017년 -5억원, 2018년 9억원, 2019년 -6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을 제외하곤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무관중 경기가 열린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적자폭은 더 커졌을 공산이 크다.
 
신세계 이마트는 초기 인수 비용 외에도 야구단 운영을 위해 선수단 운영비(2019년 353억원) 등 연간 300억원 수준의 높은 고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인수 발표한 지난 1월26일 이마트의 주가는 4.9%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연일 미끄러지며 4거래일 동안 이마트 주가는 11.03% 추락했다.
 
정 부회장이 야구단을 왜 인수했는지는 현 단계에서 재단할 순 없다. 다만 야구단 인수가 수익을 도모할 사업이 아니라는 점은 신세계그룹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인수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쇼핑·외식·여가 등을 한곳에서 해결할 고객들의 일상을 점유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야구단 명칭이 ‘SSG 랜더스’로 확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프라인 야구단을 통해 온라인 SSG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엿보인다.
 
다만 신용평가사에서는 목표 효익 달성 여부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한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온·오프라인 유통 관련 고객기반 확장과 고객충성도를 제고하고 홈구장 내 계열사 점포 입점 등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면서도 “온라인 소비패턴 전환, 합병·제휴 등을 통한 이커머스의 시장지배력 제고, 대형 유통기업 정부 규제강화 등을 감안할 때 인수에 따른 목표 효익 달성 여부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고 분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SK와이번스가 자본잠식 상태이지만 그룹 전체나 이마트와 비교해보면 비중이 크지 않고,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충격을 제외하면 손익분기점을 유지한다”라며 “코로나 이전 수준 유지한다면 크게 부담될 것 없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그룹이 영위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고객과의 거래(B2C)다 보니 야구단으로 인한 시너지가 클 것”이라면서도 “인수 작업은 마무리됐지만 운영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로, 향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