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대어'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 '반토막' 날판…IPO 빨간불
시장 점유율 대폭 하락, CATL과 비교 '민망'
한국 배터리 경쟁력 동반 하락 = 비교 그룹 동반 하락
25년만 흑자 코나EV 리콜 비용으로 '일장춘몽'
신뢰도 하락으로 향후 리콜에서도 불리
공개 2021-03-12 10: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고의 관심 기업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낮아지고 있다. LG화학(051910)에서 분사한 2차 전지 생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친환경에 대한 관심 속에 잠재력이 높게 평가받으며 IPO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하락과 대규모 리콜 충당금 설정, 그에 따른 수주 악영향 등으로 적정기업가치를 평가받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신뢰도에 타격을 입어 IPO 흥행에는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올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외쳤던 희망은 춘래불사춘(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을 떠오르게 할 만큼 일련의 흐름이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KB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올 8~9월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다.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003540),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연초 기업공개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최대 100조원까지 거론됐다. 배터리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 규모 확대, 국내 기업의 배터리 시장 주도 등이 두루 고려된 가치"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연구원마다 기업가치 산정을 달리했는데 △CATL의 1GWh당 EV를 LG에너지솔루션에 대입 △EV/EBITDA △현금흐름할인법(DCF) 등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상황으로는 기업가치 100조원은커녕 절반도 어려워 보인다. 
 
  
 
첫째,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시장점유율 하락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가치의 바로미터로 중국의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을 주로 활용했다. 지난해 3분기 말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한 CATL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0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PER은 당기순이익과 주가 사이의 상관관계를 내는 지표다. PER이 높다면 주가에 미래 기대감이 깔려있는 셈이다. 배터리기업의 경우 파나소닉은 18배 수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80배 내외,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은 150배 전후다. 
 
지난해까지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번갈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1월은 상황이 변했다. 지난 2일 SNE리서치는 올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23.9%보다 5.4%p 줄어든 18.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중국의 CATL은 22.8%에서 8.4%p 오른 31.2%까지 점유율을 확대했다. 지난 1월의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12.7%p까지 벌어져 CATL을 비교기업으로 삼기 민망한 수준이 됐다. 
 
일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중국 시장과 유럽 시장의 흐름은 시장 점유율 회복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중국은 번호판 발급량을 제한하는 나라다. 도시 대기 오염 문제 해결 차원이다. 경매, 추첨 등의 방법으로 번호판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차가 없는 가정이 전기차와 같은 신에너지차를 구매할 경우, 번호판 규제를 면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의 상황은 다르다. 올 11월에 열릴 26차 유엔 기후 변화 당사국 회의(COP 26)에서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결정한다. 연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코로나19로 낮은 상황에서 2026년 감축 규모를 결정하니,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오른쪽) 연구원이 자사 전기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둘째, '오월동주'하기도 어려운 'K-배터리 동맹' 
 
현재 시장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상생'은 필수불가결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적으로 시장 점유율 30~40%를 꾸준히 유지하며 배터리 업계를 이끌기는 어렵다. 또한 배터리 시장의 투자 규모는 매우 크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합종연횡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각자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달리 말하면 국내 기업들의 평판이 타 기업에게 주기 쉬운 상황인 것이다. 대승적 차원이 아닌 기업의 실적을 위해서도 '상생'이 요구된다. 하지만 2년 이상 이어진 SK이노베이션(096770)과의 배터리 소송전은 상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복잡 미묘해졌다. 날선 반응을 오가는 여론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일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공개한 결정문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 비밀은 SK이노베이션에게 전혀 필요 없다"라는 입장, 그날 오후 LG에너지솔루션은 콘퍼런스 콜을 통해 "SK의 증거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자행되는 등 심각한 수준"이라는 ITC의 판결문을 요약 발표했다.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합의하라"라는 메시지를 매달 공개적으로 보내지만 양 사간 갈등의 골은 봉합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ITC 판결문 이후에도 이어지는 양 사 간 이전투구는 현재 의사결정 구조상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라도 배터리 소송전 합의를 혼자 결정할 수 없다"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합의를 하기는 불가능에 아까우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SK가 적절한 배상액을 제시하는 것 이외에는 합의 명분이 사실상 없다"라고 진단했다. 
 
셋째, 너무 높았던 초반 기대감 
 
CATL과 비교하다 보니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 기업가치가 너무 높았다. CATL과의 비교가 설득력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배터리와 비교도 발표 당시보다 상황은 악화됐다. 
 
지난 1월과 2월 나란히 신고가를 기록했던 국내 배터리 3사의 주가는 고가 대비 17~30%가량 미끄러졌다. 지난해 주가를 이끈 요인 중 하나였던 국내 기업들의 업계 선도 기대감은 많이 줄었다. 국내 기업들의 시장점유율도 함께 밀리고 있다. 이젠 'K-배터리 동맹'보다 '이전투구'에 가까운 상황이다. 배터리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 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라며 "최근 흐름은 한국 이외의 국가가 시장을 주도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절대가치로 가치 평가할 경우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기차 호조를 반영한 경우를 가정'한 현금흐름할인법(DCF)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를 56조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황 연구원은 가정 중 주요 포인트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관련 세계 시장점유율이다. 그는 향후 5년간 25~28%로 가정했는데, 1월 시장점유율은 18.5%다. 만약 시장점유율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은 20%(30%*70%)가량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악재, 중국 호재 탓에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점유율 회복은 빨라야 4분기 정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리콜을 받은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사진/대구 달서소방서
 
넷째, 배터리 품질 신뢰 하락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화재와 같은 안정성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보니 배터리 관련 예상 위험에도 대부분 노출됐다. 지난 4일 LG화학과 현대차(005380) 양 사는 코나 전기차(EV) 화재 관련 리콜 책임 분담금을 7 대 3으로 합의했다. 분담금 비율상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화재에 책임이 더 큰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리콜 비용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현대차와의 리콜 비용 분담 이외에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자동차사에 납품한 배터리 역시 리콜 비용 분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코나 전기차(EV) 리콜 비용 5550억원을 지난해 실적에 반영하며 25년 만에 최초 흑자가 기대됐던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내 배터리 사업부 포함)은 결국 적자로 장부를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리콜은 향후 LG화학의 미국, 호주 등 다른 배터리 리콜 문제와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세계 시장을 국내 기업들이 선도할 것이란 기대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을 검토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소송전에서 SK에는 완승했지만 IPO를 고려하면 더 큰 것을 잃고 있는 모습"이라고 상황을 평가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