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새로운 스토리, '거버넌스 스토리'…정기주총서 발표 예정
거버넌스 스토리·파이낸셜 스토리·수소, SK 3대 키워드
주총 때 각사 별로 거버넌스 스토리 발표 예정
공개 2021-03-09 10: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SK(034730)가 파이낸셜 스토리에 이어 또 다른 스토리를 선보인다. 거버넌스 스토리다. '재벌'과 '지배 구조 선진화'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협의회 중심의 경영 체계인 SK는 한 발 더 나아가 거버넌스 이야기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뉴스토마토
 
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각사 별로 거버넌스 스토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지시로 그룹 차원에서 수펙스 추구 위원회를 중심으로 1월 중순부터 거버넌스 스토리를 준비했다. 
 
다만 준비한 시간이 짧았던 만큼 공격적인 발표보다는 거버넌스 스토리를 시작한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처음인 만큼 공격적인 발표는 어렵고, 이사회 경영을 강화한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거버넌스 스토리는 지배 구조 선진화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스토리는 맥락을 중심으로 하기에 지난해 말 창설된 거버넌스 위원회와 다르다. 
 
지배 구조 선진화, 거버넌스 등 용어가 추상적이다 보니 개념 잡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환경과 사회 관련된 부분은 국제적 이니셔티브도 많고, 직관적이다"라면서 "하지만 거버넌스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 최고경영자(CEO)에 있던 권한이 이사회로 분산되기에 혼란스러움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지배 구조 선진화의 예로 △지배 구조 투명화 △이사회 중심 경영 △사외이사 주주·공익 대표성 제고 등을 거론한다. 공통점은 대표 1인에게 쏠린 권한의 분산이다. 
 
CEO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정관, 이사회 규정, 위원회 규정 등을 변경해 권한 축소가 명시되기 때문이다. 그는 "거버넌스 스토리의 시작은 거버넌스 체계의 재구축"이라면서 "CEO의 권한과 이사회의 권한 등을 논의해야 하니 CEO들은 꺼려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지배구조를 선진화 시키려는 스토리를 꺼낸 까닭은 SK그룹의 영속성과 맥이 닿는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거버넌스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것이다. 
 
스토리는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룹의 방향성에 힘을 실어준다. 수소 발전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러그파워 인수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1월 SK그룹은 올 초 '파이낸셜 스토리'의 원년을 맞이해 수소발전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러그파워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플러그파워는 향후 SK의 수소 사업에 시너지를 내기 위한 '축'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생산 설비 △연료전지(PEMFC) 직접 생산 △설치 등을 토탈 서비스하기에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이 목표인 SK그룹 입장에서는 플러그파워를 필두로 유관 사업을 하기에 한 층 수월해진다. 
 
SK의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에서도 플러그파워는 빠지지 않았다. SK 측은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인천 액화수소 사업 등 국내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에 플러그 파워의 기술과 사업 경험을 적극 활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토리는 '미래가치를 지금 인정' 받으려는 SK그룹의 방향과도 부합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10년 이후를 내다보고 경영을 하니 다른 오너들과 '차별점'이 생기는 것 같다"면서 "거버넌스 스토리 역시 그룹의 미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하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