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흥행' 잡코리아 M&A…고가 플랫폼, 대기업은 외면
인수 후보 많지만 우협 선정 미뤄져… "희망 가격 제시 기업 없는 듯"
"국내 대기업 정서… 고가 플랫폼 인수 부담"
공개 2021-03-03 09: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국내 1위 구직 플랫폼' 잡코리아 본입찰이 '불황형 흥행'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요기요','이베이코리아' 등 올해 상반기 예정된 대형 플랫폼 인수·합병(M&A) 역시 대기업들이 불참하며 인수전이 지지부진하다. '확장성'이란 추상적인 가치에 그룹사의 명운을 걸기는 국내 대기업의 정서상 아직은 부담스럽거나 실익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잡코리아 이미지. 출처/잡코리아 홈페이지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잡코리아 지분 100% 매각에 관한 본입찰에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MBK파트너스, 외국계 PEF CVC캐피탈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이 5~6곳이 참여했다. 
 
본입찰에 응찰한 곳은 많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보니 희망 매도 가격에 근접하게 쓴 원매자들이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잡코리아 본입찰은 지난 22일이었다. 복수의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가 많음에도 우협 선정에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런 경우는 원하는 가격을 제시한 후보가 없는 때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잡코리아의 밸류에이션은 매각 과정에서 꾸준히 화두였다. 예상 거래 가격 역시 5000억~1조원 사이로 차이가 상당했다. 5000억원일 경우 거래 멀티플로는 13배, 1조원이라면 24배 수준이다.(추정 EBITDA 450억원 고려) 일부 자문업계 관계자는 "희망가격이 너무 높다"라며 처음부터 다른 업종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했다.
 
'배달 플랫폼 2위'인 요기요 역시 마찬가지다. 최대주주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희망매도가격은 3조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IB업계 관계자들은 1조~1조5000억원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A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의 가치 차이는 크지만, 주식시장은 다르다.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 네이버(NAVER(035420))는 액면가 100원에 주가는 37만원 선이다. 만약 액면가가 5000원이라면 주당 1850만원인 셈이다. M&A에서 자주 쓰이는 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EBITDA 멀티플)는 40배 내외다.(이하 연결 기준 3분기 EBITDA를 연 환산) 카카오(035720) 역시 액면가 500원(액면분할 반영 전)에 주가는 48만원 선이며 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는 약 65배다. 최근 있었던 '복지포인트 1위'이지웰 M&A의 경우, 거래 멀티플이 17~20배 사이였다. 
 
통상적으로 플랫폼은 비즈니스 플랫폼을 의미하는데,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핵심을 확장력에서 찾았다. 카카오, 네이버의 확장력은 무한에 가깝다 보니 기업 가치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기업은 유저를 발판삼아 쇼핑, 엔터, 모빌리티, 금융 등을 붙여나가며 서비스를 확장 중이다. 비즈니스 플랫폼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접속자, 이용자를 바탕으로 추가 서비스를 붙여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장력'있는 대형 플랫폼 경영권을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K)가 인수했다. 달리 말하면 국내 대기업들은 고가 플랫폼의 확장성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있었던 복지포인트 1위 기업 '이지웰(090850)'의 경영권 인수 관련 거래대금은 1250억원, 기업가치는 4423억원이었다. 요기요, 이베이코리아에 큰 관심을 보이는 대기업 역시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 자문업계 관계자는 "대형 딜이다 보니 FI들은 SI와 함께하길 원하는데 대기업은 크게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 원인을 전문가들은 문화적 배경에서 찾았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제조업, 유통업, 운송업 등의 비즈니스에 익숙해 있다"면서 "관련 비즈니스 특유의 정서가 대기업에 녹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모델, 기업 문화 등이 기존 사업과 다르다"면서 "현금흐름, 미래가치 등 이성과 지식도 중요하지만 한국 특유의 정서적 배경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국내 대기업들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익숙치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기업들은 고가 플랫폼의 인수보다 기존 고객을 바탕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확장하려 한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유튜브를 찍으면 100만 뷰가 넘는다"면서 "정용진 자체 브랜드 만으로도 확장성이 상당한데 5000억, 1조 이상의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플랫폼을 인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튜브 이마트 live 채널에 출연해 요리를 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대기업이 빠지다 보니 플랫폼 M&A는 국내외 사모펀드 중심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이는 고가 인수와 멀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IB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기업을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는 거래 멀티플 13배가 사실상 마지노선"이라면서 "그 가운데 PEF, 특히 외국계 PEF들은 한국에서 투자금액에 대한 실적도 필요하다 보니 잡코리아의 안정성을 보고 투자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