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손놓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증여세 ‘660억’ 어쩌려고
홍 회장 나홀로 그룹 절반 이상 지분 보유…지분율 51.68%
홍 회장 장·차남은 지분 전무…승계구도 장남에게 쏠려
증여세만 660억 수준…재원 확보 촉각
남양유업 “승계 거론된 적 없어”
공개 2021-03-02 10:0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남양유업(003920)은 홍원식 회장이 지분 절반 이상을 단독으로 보유하며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72세로 고령이 된 홍원식 회장은 가업 승계를 준비해야 하지만 홍 회장의 장·차남이 보유한 지분은 여전히 전무해 승계 작업에 손을 놓고 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절반 이상의 지분을 장·차남에게 한 번에 증여할 경우 발생하는 증여세만 약 660억원 수준으로 어떤 방법으로 재원 확보에 나설지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크게 내려앉은 지금이 승계를 위한 적기이자 호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남양유업 본사. 출처/남양유업
 
25일 기준 남양유업의 시가총액은 2135억원이며 이 가운데 오너일가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약 1135억원(24일 종가기준)이다.
 
남양유업은 산하에 비상장 자회사 금양흥업과 건강한사람들(구 남양에프앤비) 등 2개사를 두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과 음료제조업을 영위하기 위해 출자한 회사로 남양유업이 각각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이 절반 이상(51.68%)의 지분을 보유하며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홍 회장의 배우자인 이운경 여사가 0.89%, 홍 회장의 남동생인 외식 사업가 홍명식 씨가 0.45%를 가지고 있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와 차남 홍범석 본부장의 지분은 전무하며, 홍진석 상무의 자녀인 홍승의 씨가 홍 회장의 증여를 통해 0.06%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오너일가가 가진 그룹 지분율은 53.08%로 집계됐다.
 
남양유업의 지배구조는 홍원식 회장이 단독으로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홍 회장은 지난 1977년 남양유업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고 1990년 대표이사를 거쳐 2003년 말 회장에 올라 현재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홍 회장의 지분이 빠르게 늘어난 시기는 그가 50대던 2000년대부터다.
 
2002년 14.78%에 그쳤던 홍 회장의 지분율은 2003년 모친 지송죽 고문으로부터 2.79%, 2008년 부친 홍두영 명예회장으로부터 7.63%를 증여받아 지분율이 25.2%까지 올라섰다. 2013년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보유하던 주식 26.57%를 실명 전환했다. 이때 홍 회장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경영승계 작업 손 놓은 홍원식 회장?…두 아들 지분 0%
 
올해 72세로 고령이 된 홍원식 회장은 슬슬 가업 승계를 준비해야 하지만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와 차남 홍범석 본부장이 보유한 그룹 지분은 전무하다.
 
오너 3세의 지배력 강화는 향후 지주사 전환 시점에 발맞춰 장내매수 혹은 상속·증여 등을 통해 이뤄질 확률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주식증여에 따라 발생하는 증여세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홍원식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분은 51.68%로 전날 종가기준(29만7000원) 주식가치는 약 1105억원이다.
 
만약 50%가 넘는 남양유업의 지분을 장·차남에게 증여할 경우 적잖은 증여세가 발생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재산이 상장주식이면 증여일 이전·이후 각각 2개월(총 4개월)의 최종시세 평균으로 매겨진다. 여기에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주식이면 증여재산이 20% 할증평가된다. 여기서 산출된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이 붙는다. 즉, 50%의 20%에 해당하는 10%를 추가해 총 지분 가치의 60%를 증여세로 내야 한다. 
 
 
 
전일 종가기준(29만7000원)으로 가늠해보면 홍 회장의 증여지분 가치는 총 1105억원이며 20% 할증평가된 과세표준은 1326억원이 된다. 여기에 세율 50%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대략 663억원으로 추산된다. 누진공제·신고세액공제(산출세액의 3%)를 받을 수 있지만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 홍진석 상무나 홍범석 본부장이 부친의 주식을 물려받으려면 약 660억원 수준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증여세 납부 기간은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 말일부터 3개월 이내다. 증여세 납부는 현물(주식)과 현금으로 할 수 있는데, 현금납부의 경우 자회사 지분 매각·은행 대출·배당금 수취 등을 통한 현금을 마련해 증여세를 납부할 수 있다.
 
그러나 홍진석 상무와 홍범석 본부장의 경우 자회사 지분조차 전무하기 때문에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의 방법 없이 개인적으로 660억원 수준의 현금을 3개월 이내 마련해야 한다.
 
혹은 홍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현물(주식)로 납부하는 방법이 있다. 따로 현금 마련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지분율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향후 여러 부담을 안고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계 작업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배경이 된다. 
 
두 아들 모두 남양유업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 승계 구도는 어느 쪽으로 굳혀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오너 3세 승계는 장남인 홍진석 상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장남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보수 기업일뿐더러 두 형제 중 홍진석 상무만 지난 2012년부터 남양유업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또 지난 1월 홍진석 상무가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기획마케팅총괄본부 본부장 자리에 오르며 ‘마케팅’과 ‘기획’이 합쳐진 주력 부서의 한 축을 맡는 사실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홍 상무는 기존에도 마케팅전략과 기획 업무를 맡고 있었으며 마케팅전략총괄에서 기획마케팅전략총괄로 직책명만 변경된 수준”이라며 “이를 두고 승계구도가 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주가 하락 악재 겹쳐…승계 작업 ‘호기’
 
남양유업은 마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자 외손녀 황하나 문제 등 회사 이미지 추락 등의 이유로 실적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촉발된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 불매운동이 일면서 실적은 악화일로다.
 
2012년 1조365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9년 1조30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우유급식까지 줄어들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9537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10년 만에 1조 이하로 내려간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2012년 637억원에서 2019년 4억원으로 쪼그라들더니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백단위(-764억원)로 주저앉았다. 급식우유 시장점유율 약 35% 차지하는 등 코로나19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남양유업은 2013년(4월30일 종가기준)만 해도 주당 116만5000원을 기록하면서 ‘황제주’라 불렸다. 이후 업황 부진과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 24일 종가기준 29만7000원까지 추락했다. 2013년 대비 약 75% 내려앉은 수치다.
  
아이러니하게도 주가가 폭락하면서 승계 작업에는 유리해졌다. 증여일 이전·이후 주가에 따라 증여세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고점을 찍었던 2013년 4월30일 종가기준(116만5000원)으로 환산한 홍 회장의 증여지분 가치는 4335억원으로 증여세만 약 2601억원으로 집계된다. 전날 종가기준으로 산출한 증여세(663억원) 대비 292%나 커진 수치다. 즉, 주가가 낮을 때 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세 부담에서 유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남양유업 측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부적으로 승계 관련해 언급된 적이 전혀 없다”라며 “그러나 보니 증여세, 재원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된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승계를 위한 지분 증여는 오랜 기간을 두고 조금씩 진행하곤 하는데 남양유업의 경우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 번에 주식을 모두 증여할 경우 증여세 부담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승계 작업은 그룹 재벌가들의 개인적인 사안으로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라며 “증여세 납부는 개인적인 자금이 유출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세금을 가장 아낄 수 있는 방법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