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IP' 시급한 엔씨소프트…리니지 의존도·시스템 우려 '도마위'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 가운데 리니지 비중 ‘80%’ 상회
최근 재점화한 ‘확률형 아이템’ 논란…“법적으로 규제해야”
비즈니스 모델 개선 등 자성 필요하다는 지적도
공개 2021-02-25 09:3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엔씨소프트가 호실적을 기록한 밑바탕에는 전체 매출의 80%가 넘는 주력게임 ‘리니지’가 있었다. 엔씨소프트를 이끄는 리니지 파워는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리니지 게임 시스템을 두고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최근 잇따라 제기된다. 엔씨소프트가 ‘유료형 아이템 결제’ 시스템이 지배적인 리니지에서 벗어나 유저 친화적인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3월 설립한 회사로, PC·모바일 게임 개발, 공급업을 주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회사는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 후 2003년 5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지난해 우승한 프로야구 우승팀인 NC다이노스를 비롯해 북미·유럽 등 자회사를 통해 자사 게임 콘텐츠를 지속해서 출시하며 회사 외형을 키우고 있다.
 
판교에 있는 엔씨소프트 사옥. 출처/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ROPG) ‘리니지’를 1998년 출시하며 회사 외형을 키워갔다. 회사가 넥슨, 넷마블과 함께 ‘3N’으로 불리며 국내 대표 게임회사로 자리매김한 출발점은 2017년이다. 그해 회사는 매출액 1조7587억원, 영업이익 58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순서대로 80%, 78%가량 성장세를 시현했다. 이듬해 매출액은 여전히 1조7000억원을 웃돌았고, 영업이익은 2017년보다 5% 이상 늘어난 6149억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견조한 잉여현금흐름(FCF) 창출이었다. 회사 FCF는 2017년 4815억원에서 다음해 1667억원, 2019년 2133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부 개발 위주의 사업 전략과 자본적지출(CAPEX) 등 자금소요를 감안하면, 유보 현금과 더불어 자금 조달력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실적 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리니지다.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해 모바일 버전으로 2017년 6월 탄생한 ‘리니지M’은 하반기 매출(한국/일본)만 9500억원을 상회했다. 넷마블(251270) 모바일 게임 ‘리니지2레볼루션’의 로열티 수익까지 더하면 리니지 IP 관련 매출액만 1조원을 넘어섰다.
 
PC 게임 리니지, 리니지2까지 결들이면 엔씨소프트가 2017년 리니지 지식재산권(IP)으로 창출한 매출액은 총 1조3000억원가량으로, 회사 전체 매출 중 약 80% 비중을 차지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M 출시 후 2017년 매출.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런 흐름은 다음 해에도 이어졌다. 2018년 매출액(1조7151억원) 가운데, 리니지·리니지2 매출액은 총 2136억원, 리니지M 매출액은 9022억원, 리니지 로열티(리니지2레볼루션) 수익은 1903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2018년 엔씨소프트 매출에서 리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6%가량이다.
 
엔씨소프트에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된 해는 2019년이다. 리니지M 후속작인 ‘리니지2M’이 출시돼서다. 11월27일 공개된 리니지2M은 앞서 사전 예약자만 700만명을 넘는 등 빅히트를 예고하더니, 출시 후 하루 매출액만 30억원에 육박하며 리니지 화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2019년 리니지 비중은 여전히 전체 매출 가운데 78%를 차지했다.
 
작년 1분기 실적을 보면, 리니지2M 매출액은 3411억으로, 엔씨소프트의 새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1분기 매출액은 731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PC 리니지 관련 매출이 712억원, 모바일 리니지M·2M 매출이 총 5531억원, 리니지 로열티(넷마블)가 251억원으로 리니지 IP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약 90% 가까이 차지했다.
 
이어진 2분기 리니지 관련 매출액은 4494억원으로 83%, 3분기엔 약 85%로 엔씨소프트 내 리니지 무게는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2020년 엔씨소프트 연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2.0% 늘어난 2조4162억원, 영업이익은 72.2% 증가한 8248억원으로 집계됐다. 엔씨소프트가 연간 매출 2조원을 상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 출시 후 2020년 매출.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특히 지난해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총 1조6784억원으로 2019년보다 72% 증가했는데, 리니지2M, 리니지M 매출액이 각각 8496억원, 8287억원으로 두 게임이 양분하는 형태다. 리니지, 리니지2는 2020년 순서대로 1760억원, 1050억원가량 매출을 기록했다. PC(2810억원) 부문까지 종합해보면, 작년 전체 매출액 중 리니지 비중은 80%를 웃돈다.
 
엔씨소프트 작년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약 480%로, 전년보다 약 20% 늘어 재무유동성이 더욱 개선됐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2’, ‘트릭스터M’, ‘아이온2’ 등 최근 다각적인 게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두 리니지 흥행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비즈니스 모델(BM)은 짚고 넘어갈 문제로 해마다 떠오른다. 대부분 매출이 앞서 언급했듯, 리니지에 쏠려있다는 얘기다. 리니지 외 엔씨소프트 복수 게임 실적 추이를 보면, ‘블레이드 & 소울’의 2018년 매출액은 1200억원에서 이듬해 840억원, 지난해 720억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아이온’은 2018년 630억원에서 2019~2020년 460억원을 기록해 27%가량 내림세를 보였다. 
 
좀 더 눈여겨볼 부분은 리니지의 ‘가챠 시스템’이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그간 지속해서 다수 리니지 유저의 공분을 샀다. 이용자는 게임을 원활히 진행하고자 유료결제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성능이 좋은 아이템을 뽑기 위한 확률이 무작위라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문제가 매번 뒤따른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업계의 대표 수익 창출 모델로, 2015년 이후 업계는 자율규제를 통해 아이템 뽑기 확률을 유저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매출 비중 추이.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엔씨소프트
 
그러나 최근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에서 게임 무기를 만드는 데 2억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템의 일부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유료 아이템에 대한 확률 공개를 자율규제가 아닌, 법적으로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엔씨소프트 등 복수 게임회사는 아이템 뽑기 확률이 영업비밀이라는 입장이다.
 
정리해보면 엔씨소프트의 수익 창출 시스템을 향한 비판이 거세져, 리니지 의존도가 높은 엔씨소프트의 전체 방향을 삐거덕거리게 할 공산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오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물론, 개정안이 통과돼도 엔씨소프트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템 확률이 세분돼 추가로 공개되거나 확률이 낮아진다고 해서 이용자들의 아이템 구매 빈도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사 주가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실제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의존도, 특히 확률형 아이템에 지나치게 무게를 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중앙대 교수)은 <IB토마토>에 “확률형 아이템은 적당히 사용하면 치료제지만, 과하면 몸에 해를 가하는 마약과 같다”라며 “엔씨소프트가 국내 대표 게임회사로 입지를 다지려면, 이 시스템에서 탈피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유저 친화적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위 회장은 이어 “돈을 투입해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고,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자 리니지 유저들이 분노하고, 엔씨소프트에 불신을 갖게 된 것이다”라며 “신규 IP 개발 부재와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수익 창출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10년 후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회사의 미래는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자사 대표 IP인 리니지의 가치를 지속해서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IP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