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공백' 위태로운 홈플러스…실적 악화 속 눈덩이 된 빚덩이
영업이익 38.4% 감소·당기순손실 5322억원 ‘충격’…순손실 4배 커져
부채비율 931.4%·차입금의존도 64.3%
허리띠 졸라맨 홈플러스…점포 매각 등 자산유동화 통한 차입금 상환
홈플러스 “대표이사 후임자 물색 중…매각설 사실무근”
공개 2021-02-25 10:0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오프라인 쇼핑 침체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근 대표이사마저 돌연 사임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수익성 악화 속 불어난 차입금 상환을 위해 점포 매각까지 손을 대며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부채비율이 1000%를 향해 치솟고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는 등 커버리지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와중에 수장 공백까지 겹치면서 '홈플러스 매각설'까지 일고 있는 상황지만 홈플러스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매장 전경. 출처/홈플러스
 
홈플러스는 2019년 12월 모회사인 홈플러스스토어즈를, 지난해 2월 홈플러스홀딩스를 흡수합병해 계열관계가 소멸됐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지난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 줄어든 7조3002억원, 영업이익은 38.4% 감소한 1602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손실은 전년(1327억원) 대비 4배 커진 5322억원으로 나타났다. 순손실 규모가 커진 요인으로는 영업외비용인 ‘기타비용’ 항목이 894억원에서 44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99%나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그동안 영업비용으로 처리됐던 ‘운용리스 비용’이 리스회계기준 변경으로 영업외비용(리스부채 1876억원)으로 적용됐고 △매각예정자산처분손실(16억원) △유형자산손상차손(528억원) △홈에버 인수시 발생한 영업권·브랜드 등 무형자산손상차손(2816억원) △사용권자산손상차손(450억원)이 발생했다.
 
또 이자비용(금융비용)은 1489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영업이익의 90%가 금융비용을 지급하는데 충당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온라인으로의 소비패턴 변화와 경쟁심화로 2018년을 기점으로 부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들어 코로나19 영향까지 더해져 실적 타격을 면치 못했다. 2017년 7조9475억원 수준의 매출은 2018년 7조6598억원으로 줄더니 2019년(2019년 3월~2020년 2월) 7조3002억원까지 감소했다. 2020년 11월 말 기준으로는 5조628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017년 2787억원, 2018년 2600억원, 2019년 1602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0년 11월 말 기준 59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2017년 4.7%에서 2020년 11월 말 기준 1.1%로 3.5%포인트나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2016년 1657억원에서 2017년 831억원으로 반 토막 나더니 2018년에는 132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2019년(-5322억원)에는 적자폭이 보다 커졌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재무건전성이 매우 위태롭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리스회계기준 변경과 사모펀드로의 피인수 과정에서 차입금 부담을 떠안으며 2020년 5월 말 기준 부채비율 931.4%, 차입금의존도가 64.3%까지 치솟게 됐다.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지분 100%를 확보하기 위해 쓴 돈은 약 7조2000억원이다.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는 인수 대금 대부분(4조3000억원)을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지분을 담보로 한 은행 대출 등으로 충당하고 홈플러스가 기존 가지고 있던 빚인 약 2조원을 떠안는 방식을 택했다.
 
2019년 홈플러스스토어즈와 합병한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MBK파트너스 피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인수금융 4조3000억원을 떠안게 됐다. 부동산 자산 매각·세일앤리스백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2019년 10월 2조1500억원을 차환했지만 여전히 2조1500억원 수준의 빚이 남아있다.  
 
이 가운데 2019년 리스회계기준 변경으로 4조6689억원 규모의 리스부채를 인식하면서 2020년 2월 기준 순차입금은 전년(3920억원) 대비 18배 이상 증가한 7조1202억원으로 불어났다. 자본으로 분류하던 전환상환우선주도 부채로 계상되면서 부채비율이 859.5%, 차입금의존도는 63.1%에 이르게 됐다.
 
MBK파트너스 피인수 과정에서 발행했던 상환전환우선주 상환부담이 지난해 10월 21일자로 반영되면서 2020년 11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859.5%에서 931.4%로 71.9%포인트 상승했고 차입금의존도도 63.1%에서 64.3%로 1.2%포인트 상승했다.
 
빚 부담이 커진 가운데 영업활동으로 인한 수익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 창출 역시 제한된 상태다. 2020년 2월 말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254억원)로 나타났다. 잉여현금흐름은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을 뜻하며 적자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2020년 5월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0배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1보다 작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동성 위험도 높은 수준이다. 대출상환능력 분석지표인 유동비율은 32%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며 100%가 안 된다는 것은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기업평가는 현금흐름 약화와 리스부채 부담으로 재무안정성이 대폭 저하된 이유로 지난해 8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안산점(7월), 대전 둔산점(9월), 대구점(10월), 대전 탄방점(7월) 매각 등의 자산유동화 계약을 마치고 차입금 줄이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한계가 있어 주사업인 할인점의 실적 회복이 절실하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최근 대표이사까지 사임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벌써 두 달째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임일순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임원 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달 13일자로 회사를 떠났다. 임 전 대표의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연태준 부사장이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유통 전문가인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복수의 유통 전문가 후보군들을 두고 물색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자본 전문가를 중용해 리츠 재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온라인 사업 집중을 통해 재무구조 등 체질개선 등을 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 점포를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전략화했으며 온라인 수요가 높은 일부 지역에는 오프라인 점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풀필먼트 센터’를 조성하고 있다”라며 “자사 모바일 앱 개편과 네이버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 등으로 온라인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며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며 현재까지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자산유동화 계획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실적 부진으로 대표이사 사임이 맞물린 홈플러스를 두고 일각에서 나오는 ‘매각설’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주인이 사모펀드라는 이유로 근거 없는 매각설이 돌고 있는데 이는 사실무근”이라며 “주주사와 경영진들이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균형·발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