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다 보니…다원시스, 유상증자 나섰지만 '밑빠진 독'
매출성장·수익성 개선에도 현금창출력 부진
운영비 등 투자부담에 유증효과 짧을 수도
공개 2021-02-18 10:0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국내 철도차량 제작기업 다원시스(068240)가 안정적인 실적에도 현금흐름 악화와 자회사 부진 등으로 인해 외부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다원시스는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 운영자금 확보를 통한 영업실적 성장 가속화로 약화된 현금창출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주력사업인 전동차사업 운영자금과 자회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상당한 점은 이번 자본확충이 제한적 효과를 거두는데 그칠 뿐이라는 우려를 키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원시스는 45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예상 모집가액은 1주당 1만5850원으로 모집 총액은 713억원이다.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이며 공동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과 하이투자증권이 잔액인수자로도 나선다.
 
조달된 자금은 전동차 사업 관련 원자재 구매대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전동차 사업이 정착단계에 접어들며 영업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주증가에 대비하는 자금 투입을 통해 이를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동차 사업부의 매출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2017년 664억원에서 2018년 772억원, 2019년 1241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은 1543억원으로 2019년 한 해 매출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매출 비중은 81.2%까지 상승했다.
 
이는 전체 실적으로 이어졌다. 전체 매출은 2017년 1114억원, 2018년 1288억원, 2019년 1751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3분기 누적은 19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4%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7년 88억원, 2018년 87억원, 2019년 83억원을 기록했으며 작년 3분기 누적 126억원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다.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음에도 현금창출력은 악화됐다.
 
실제 잉여현금흐름(FCF)은 2015년 -161억원, 2016년 -485억원, 2017년 -398억원, 2018년 -105억원, 2019년 701억원, 2020년 3분기 -158억원으로 201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였다. 이 영향으로 작년 9월 말 보유 현금은 771억원으로 2019년 1245억원 대비 38.1% 줄었다.
 
문제는 투자해야하는 비용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다원시스는 전동차 사업부문의 수주증가로 인해 정읍공장 추가 증설에 약 100억원 사용이 예정돼 있으며 올해 전동차 사업 원자재 구매대금으로 2073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계획대로 713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매분기 평균 원자재 구매비용이 691억원 수준인 만큼 올 상반기 내 다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자회사인 ‘다원메닥스’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다원시스는 연간 1조원 가량의 국내 전동차 시장 성장을 예상하고 있음에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노후화된 전동차 교체 외에는 큰 수요 발생이 없다고 판단, 자회사 등을 통해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차세대 암치료 기술인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를 개발하고 있는 다원메닥스는 지난해 7월 BNCT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지난 2015년 9월 설립 후 지금까지 매출을 내지 못하고 적자만 기록 중이며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올해 상반기 동물효력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며 하반기 국내 임상시험승인신청을 계획하고 있어 제품 양산을 통한 매출 시현까지는 최소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자본잠식 탈출과 개발비용 확보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한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임상시험 등 비용을 다원시스가 부담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다원시스는 이미 1조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어 올해도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영업에 따른 현금창출력으로 투자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원시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더 큰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전동차 사업부를 중심으로 한 실적개선으로 인해 올해 말 회사가 보유할 현금을 약 1400억원으로 추정하는 등 투자부담에 대한 걱정은 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