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그널
한진칼, 코로나19 장기화 시 매출 부진 불가피
계열사 유상증자·자금 대여로 재무부담 확대
대한항공, 우수한 경쟁력·양호한 현금흐름…재무부담은 과중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긍정적 효과는 항공산업 정상화 이후 발생 예상
공개 2021-02-15 17:21:23
[IB토마토 이영홍 기자] 한진칼(180640)이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 탓에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부정적인 신용평가등급을 부여받았다. 지주사로서 양호한 재무구조를 보유 중이지만 계열사 유상증자에 따른 차입 부담과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변화가 주요 관찰 대상으로 꼽혔다.
 
대한항공 출처/한진칼 홈페이지
 
10일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한진칼의 무보증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에 ‘BBB/부정적’등급을 부여했다. 항공산업의 부정적인 업황전망과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003490)의 부정적 등급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한진칼은 지난 2013년 8월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적분할해서 자회사 관리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는 지주회사로 설립됐다. 2020년 9월 말 기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은 28.9%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10.7%)가 이뤄지면서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율은 26%내외로 추산된다. 한진그룹은 항공업을 중심으로 물류, 호텔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자산·수익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한항공의 그룹 내 비중은 2019년 주요 계열사 합산수치 기준으로 매출액은 77%, EBITDA는 83%를 차지했다. 기타 종속회사들도 대부분 호텔·항공업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하다.
 
한진칼 현금흐름 요약 출처/한국신용평가
 
한진칼은 대한항공, 한진(002320), 진에어(272450) 등 자회사로부터 배당금, 브랜드로열티수수료 등을 통해 연간 600억원 내외의 수입을 확보하고 있어 판매관리비, 이자비용, 배당금 지출 후 경상적인 자금잉여는 250억원 내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발생에 따라 계열사로부터 발생하는 배당·로열티 수입이 감소하여 경상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까지는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3,205억원)로 인해 대규모 자금부족이 발생했고 4분기 한진(285억원)과 진에어(515억원) 유상증자 참여, 칼호텔네트워크(200억원)와 대한항공(8,000억원) 자금대여 등으로 연간 자금수지 적자폭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주사 차원의 재무구조는 양호하지만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와 자금대여로 재무부담이 확대됐다”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부문별 영업실적 요약 출처/한국기업평가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은 국내 최대 항공사로 우수한 브랜드 경쟁력과 주요 수익노선, 대규모 항공기단 등을 바탕으로 사업경쟁력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우수한 사업역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더믹으로 항공수요가 급감해 여객기 운항이 대부분 중단 되는 등 사업환경이 크게 악화됐다. 다만 화물사업 호조로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9.2% 감소한 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운임이 크게 상승한 화물사업이 실적을 일정수준 보완하고 있지만 여객부문의 높은 사업 비중을 감안하면 당분간 매출 부진은 불기피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재무수치 요약 출처/한국기업평가
 
대한항공은 비교적 양호한 영업현금흐름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투자 등이 지속되면서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말 대한항공의 별도 순차입금은 15조원에 이른다. 2019년 회계기준변경에 따른 운용리스부채(1조6000억원)를 감안해도 절대적인 규모가 크고 자본으로 분류된 영구채(1조1000억원)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차입 부담은 더욱 커진다.
 
 
주요 자구계획 현황 출처/한국기업평가
 
대한항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상증자와 자구계획을 통해 재무 완충력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유상증자에 이어 서울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져도 매각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과정에서 인수액(1조8000억원)을 초과하는 3조3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예정돼있어 추가적인 유동성(1조5000억원)확보도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자산매각 규모와 시기 등 변수들이 남아있고 여객수요 위축이 장기화되는 경우 본원적인 이익창출력의 저하와 재무구조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했다. 이후에도 기안기금 등을 통해 대한항공에 정책적 지원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항공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의지가 확인되면서 단기간 내에 대한항공의 유동성 리스크가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다만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따른 영향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거래의 성사 가능성은 높지만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와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등 변수들이 존재하고 인수 이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의 미흡한 재무구조와 침체된 업황 등을 고려하면 인수 후에도 사업과 재무적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업황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면 재무부담은 빠르게 확대될 수 있지만 사업통합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코로나19가 진정돼 영업환경이 정상화된 이후에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영홍 기자 l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