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쌓이는' 풀무원식품…실적과 거꾸로 가는 재무건전성
영업이익 209% 증가·당기순이익 ‘흑자전환’…“해외법인 덕”
사업확장 위한 투자 단행…차입금 5년 새 3배 불어
풀무원식품 재무구조 개선 방안 대해 ‘묵묵부답’
공개 2021-02-17 09:3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기업 경영에 있어 건전한 재무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익이 저조하더라도 보유한 현금 등이 든든하게 뒷받침해 준다면 ‘위기’를 극복할 여력이 충분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풀무원식품은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실적은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재무건전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227%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이 당면한 과제가 된 가운데 풀무원식품 측은 ‘차입금 규모는 비슷한 수준’이라며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지난 2008년 7월 풀무원(017810)의 식품사업부문이 인적분할돼 신설된 기업으로 두부·나물·생면류, 달걀·수산·어육류 등을 제조하고 있다. 2020년 3분기 기준 지주회사인 풀무원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9110억원으로 잠정집계 되며 전년(1조8172억원) 대비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9%나 증가한 717억원, 당기순이익은 47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성장 원인으로는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해외법인들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점이 주효했다. 그동안 풀무원식품은 해외식품사업 투자를 확대해왔지만 2014년 이후 열위한 브랜드력과 비용증가 요인 등으로 수년간 적자를 지속했다.
 
2020년 들어 생산 안정화·고수익품목확대와 코로나19로 국내외 식자재 소비가 증가한 결과 2016년 해외매출 기준 416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2020년 상반기 5억원까지 줄일 수 있었다. 2020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풀무원식품의 해외지역 식품 매출은 3347억원으로 전년 동기(2686억원) 대비 약 25% 가량 증가했다. 
 
특히 풀무원식품은 견실한 외형성장을 이어왔다. 2011년 6015억원 수준의 매출액은 2016년 1조5465억원까지 증가했고 2020년 기준으로는 1조9110억원까지 성장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 역시 2016년 200억원에서 2020년 71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018년(-42억원)~2019년(-106억원)까지 회계기준 변경으로 임차료가 영업외비용에 포함되는 ‘금융비용’으로 인식되면서 손실을 입었지만 2020년 472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동안 해외법인서 적자가 이어졌는데 지난해 중국·미국법인이 1~2분기부터 흑자 전환하며 실적을 견인했다”라며 “국내 사업의 경우도 코로나19로 내식이 늘다 보니 매출이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외형성장과는 달리 수년째 차입금이 증가를 보이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풀무원식품은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비용과 리스회계기준 변경 등이 맞물려 차입금 규모가 불어났다.  지난 2014년 일본 아사히식품공업을 인수(104억원)한 이래 2015년 푸드머스 지분 인수, 2016년 비타소이(Vitasoy) USA 두부사업 인수(597억원) 등 해외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그 결과 2015년 1023억원 수준의 순차입금이 2016년 1789억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2018년 5월 지주회사 풀무원이 풀무원식품에 대한 유상증자(600억원)와 자회사 피피이씨글로벌김치와 미국·일본 법인에 대한 외부주주 증자(350억원)로 95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설비투자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사채·전환상환우선주)의 일부 상환에 자금이 소요되면서 2018년(1768억원) 순차입금은 2017년(1934억원) 대비 소폭 축소하는데 그쳤다.
 
이후 2019년 풀무원녹즙 지분인수 등 투자가 이어진 가운데 2015년 12월 발행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상환(2018년 12월~2019년 3월·원금 500억원·이자 62억원)과 리스회계기준 변경 등이 맞물려 2020년 3분기 3082억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총차입금 역시 2016년 2363억원에서 2020년 3분기 4287억원으로 2배가량 불어났다. 이에 따른 차입금의존도는 41%로 총자본 중 절반 가까이 빚으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20년 3분기 기준 총차입금 중 1년 내 상환해야하는 단기차입금은 2646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1304원으로 단기차입금을 갚을 수도 없어 향후 차입금 규모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차입금이 늘다 보니 부채비율도 늘어났다. 2020년 말 기준 풀무원식품의 부채총계는 7428억원으로 전년 동기(6892억원) 대비 8%가량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227%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풀무원식품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2016년 174.6%, 2017년 181.1%, 2018년 175.6%, 2019년 237.7%, 2020년 227%로 수년간 부채비율이 100~200%대 수준을 유지하며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이어왔다.
 
잉여현금흐름(FCF)을 살펴보면 풀무원식품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을 뜻한다. 잉여현금흐름이 많다는 것은 배당금, 기업의 저축,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돈이 넉넉하다는 것을 뜻하며 적자로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풀무원식품의 최근 5년간 잉여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16년 -202억원, 2017년 -265억원, 2018년 -414억원, 2019년 -275억원으로 줄곧 적자를 나타냈다. 국내를 비롯 해외법인의 투자가 증가하고 원재료가격 변동에 따른 재고조정 등으로 운전자본부담이 증가하면서 적자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2020년 3분기 27억원으로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라 평가받기는 어려운 상태다.
 
대출상환능력 분석지표인 유동비율은 89%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며 100%가 안 된다는 것은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신용평가사는 풀무원식품의 재무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기반 강화를 위한 투자가 예정돼 있음은 물론 주력계열사로서 계열 재무부담이 내재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형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해외법인의 노후설비 개량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됐으나 증설, 생산라인 이전 등의 투자가 지속될 예정이다”라며 “국내 김치공장 투자, 물류 자동화 등 국내외 사업기반 강화를 위한 상당한 계획이 있어 당분간 차입금 축소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풀무원식품은 풀무원 계열 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주력사로 계열 재무부담의 실질적인 지원주체다”라며 “따라서 지주사 풀무원의 재무부담(2020년 말 기준 부채비율 229%) 역시 풀무원식품의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재무구조 개선 과제에 대해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차입금 규모는 비슷한 수준으로 보이며 재무구조 개선 관련 방안에 대해선 당장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확인 후 방안을 내놓겠다던 풀무원식품 측은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