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몰린 테라셈)③이앤컴퍼니 인수 주역들은 한뿌리?…무자본 M&A의 실태
최재훈 전 이앤컴퍼니 대표·이주현 이앤컴퍼니 구미지사장 공통분모 ‘눈길’
나길 주식회사·매직마이크로 등에서 함께 활동…남양씨피엠서도 동행
공개 2021-02-17 10:00:00
2000년 6월, 이미지센서와 카메라모듈, 블랙박스 제조 회사 ‘테라셈’이 설립자본금 5000만원으로 사업의 뱃고동을 울렸다. 창립 후 난항을 겪던 회사는 2011년부터 성장 가속 페달을 밟았다. 2014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순풍을 타는 듯했다. 상장 이듬해까지는 순항했지만, 급기야 항해에 제동이 걸렸다. 2016년부터 ‘줄적자’가 시작됐고, 회사는 휘청거렸다. 2017년 베트남에, 2020년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반전을 모색했지만, 곧 코스닥 시장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테라셈은 파고를 넘지 못하자 본업과 동떨어졌지만 전도유망한 폐기물 처리업체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이앤컴퍼니'다. 최근 테라셈은 이앤컴퍼니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날에는 상장폐지의 먹구름도 드리워졌다. <IB토마토>는 테라셈이 장고 끝에 구원투수로 선정한 이앤컴퍼니의 아리송한 인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이앤컴퍼니는 망가졌다” 이앤컴퍼니 관계자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테라셈(182690), 가온누리, 나로테크가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앤컴퍼니의 주식은 지난해 ‘신주 발행금지’, ‘의결권 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이 관계자는 진흙탕 길을 걷고 있는 회사가 테라셈 등 세 회사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도유망한 폐기물 처리업체인 이앤컴퍼니 항해에 여전히 제동이 걸린 상태다.
 
테라셈 회사 전경. 출처/테라셈 공식 홈페이지
 
모든 것은 가온누리가 지난해 2월 매입한 인천 A부지로부터 시작됐다. ‘99억2800만원’ 부지를 이앤컴퍼니는 ‘298억원’에 사들였다. 테라셈과 가온누리 간 이앤컴퍼니 주식거래에서 상계된 실사보증금 ‘99억2800만원’은 인천A부지와 공교롭게도 같은 금액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앤컴퍼니 인수 관계자들은 2019년에도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테라셈, 가온누리, 나로테크, 센트럴인사이트 외 복수 회사가 또다시 등장한다.
 
먼저 ‘나길 주식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월2일 나길 주식회사는 테라셈 주식 542만5000주를 매수했고, 이어 송혜영씨와 가온누리, 스프링힐그린 등에 총 452만835주를 매도했다. 송혜영씨는 지난해 8월까지 스프링힐그린 이사를 지냈으며, 2018년 4월까지 가온누리 사내이사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최재훈 전 이앤컴퍼니 대표이자 가온누리 최대주주는 2019년 3~12월 나길주식회사 사내이사를 지냈다. 또 한 명 익숙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현재 가온누리 대표이자 이앤컴퍼니 구미지사장인 이주현씨다. 이주현 대표는 작년 4월까지 나길 사내이사를 지낸 바 있다.
 
나길 주식회사는 테라셈 주식을 가온누리, 스프링힐그린, 송혜영씨에게 매도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재훈씨와 이주현씨의 공통분모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림개발(전 스킨오브내츄럴)은 가온누리로부터 이앤컴퍼니 주식을 매입한 센트럴인사이트(012600)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이 우림개발의 현재 대표가 이주현씨, 이전 대표가 최재훈씨다.
 
최씨와 이씨는 매직마이크로(127160)에서도 접점이 있다. 이앤컴퍼니 인수 주역들이 고스란히 등장하는 매직마이크로는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이전상장한 전자부품 제조업체로 현재 상장폐지 위기까지 맞고 있는 기업이다.
 
매직마이크로는 최씨와 이주현씨가 수장으로 있던 2019년 6월부터 1년 동안 회사 안팎으로 시끌벅적했다. 당초 회사는 2019년 4월 더키사(최재훈 사내이사, 이주현 감사) 등과 주식 양도 계약을 체결했지만, 곧 더마인드에셋과 최씨로 거래대상자가 변경됐다.
 
매직마이크로 경영권을 포함한 회사 주식 408만주를 최씨 등이 인수하는 방향으로 노선이 바뀐 것이다. 최씨는 당시 계약금, 중도금 대가로 매직마이크로 주식 158만주를 받았다. 대표로 취임한 지 사흘 뒤인 2019년 6월14일, 최씨는 회사 주식 53만8195주를 주당 1655원(약 8억9000만원)에 장외매각했다. 매각 대상은 현재 이주현씨가 대표로 있는 가온누리다.
 
그해 9월, 매직마이크로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여훈씨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윤여훈씨는 현재 테라셈 사내이사후보다. 매직마이크로와 최재훈씨·더마인드에셋 간 계약은 10차례 이상 미뤄진 잔금납입 문제로 지난해 6월 무산됐다. 매직마이크로는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받은 30억원을 몰취하고, 최씨에게 양도했던 주식 158만주를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작년 4월, 이주현씨는 매직마이크로 대표 자리에 앉게 됐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이씨에게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져서다. 지난해 11월6일, 김형민씨가 다시 매직마이크로 수장에 올랐다.
 
매직마이크로는 현재 파산신청과 함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이유로, 현재 증권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덧붙여 전 대표이사 횡령에 대한 신고가 들어온 상태다. 매직마이크로 측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고소장 등을 전달받지 못했다”라며 “관련 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최재훈 전 이앤컴퍼니 대표와 이주현 이앤컴퍼니 구미지사장 관계. 출처/IB토마토
 
아울러 <IB토마토> 취재 결과, 최재훈씨와 이주현씨는 남양씨피엠이라는 회사에 함께 적을 두기도 했다. 최씨는 작년 7월까지 회사 공동 대표를 지냈고, 이씨는 2019년 회사 감사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에서 최씨와 함께 공동 대표로 활동했던 인물이 매직마이크로의 김형민 대표다. 
 
종합해보면, 테라셈-가온누리-나로테크의 핵심 인물들은 이앤컴퍼니에 적을 두기 이전에도 여러 회사에서 협업을 지속해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환사채 발행, 부동산 매각 등의 방법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이후 기업 자산을 빼돌려 주가조작을 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테라셈의 이앤컴퍼니 인수 과정 역시 무자본 인수·합병(M&A)의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가온누리가 인천 A부지를 이앤컴퍼니에 매각했을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가온누리는 이앤컴퍼니에 3배 이상 치솟은 인천 A부지를 털어내며 이앤컴퍼니 전환사채를 받게 된다”라며 “이 전환사채는 이앤컴퍼니 최대주주에 오를만한 규모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A부지 가치를 평가하는 부분에서도 시세차익을 위한 모종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라며 “가온누리는 결과적으로 인천 A부지 매입비용을 갚고도 남을만한 이앤컴퍼니 지분을 확보했다”라고 덧붙였다. 
 
테라셈 핵심관계자는 이를 두고 “터무니없는 사실”이라며 “이 모든 것은 이앤컴퍼니 발전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재 침출수 문제 등 회사 운영 문제보다 경영권 확보 후 이를 매각해 차익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엔앤피아이와 유안타증권의 경영 방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테라셈, 가온누리 등은 이앤컴퍼니 발전을 위해 꾸준히 힘써왔다”라며 “이를 차치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망가뜨리고 있는 유안타증권 등의 행태가 근본적인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테라셈의 이앤컴퍼니 경영권 확보 과정에 물음표를 내던졌다. 지난해 4월, 이앤컴퍼니 최대주주였던 스프링힐그린은 테라셈 측(테라신재생에너지)과 이앤컴퍼니 지분 계약을 체결했지만, 끝내 무산됐고 이어 테라셈은 이앤컴퍼니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두고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말도 안되는 과정”이라고 꼬집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투자목적회사는 취득한 주식을 6개월 내 처분할 수 없다. 스프링힐그린의 이앤컴퍼니 인수는 2019년 11월, 스프링힐그린-테라셈 간의 이앤컴퍼니 지분 계약은 작년 4월이다.
 
법망을 피해 이앤컴퍼니를 장악하려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온누리가 매입한 A부지를 이앤컴퍼니에 매각하기 위해 ‘이앤컴퍼니 경영권’ 확보를 선결과제로 꼽았다는 관측이다.
 
무자본 M&A는 특정 세력 등(일명 ‘기업사냥꾼’)이 기초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차입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회사경영보다는 거액의 자금을 유용하거나 인수주식의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을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무자본 M&A 합동점검 결과’에 따르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전환사채나 주식 등을 대규모로 빈번하게 발행하는 경우 무자본 M&A를 의심해야한다. 자금조달 이후 비상장주식 취득, 관계회사 대여와 선급금 지급, 조합 출자 등 금액이 많으면 특히 무자본 M&A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법인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회사를 인수하고, 인수 이후에도 신규사업 진출 명목으로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등의 수법이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