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M&A 혈' 신한중공업, 인수 매력 있을까
'셰일 가스 혁명', 신한중공업에 치명타
매립지, 토지 개발의 한계 분명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M&A, 유찰 가능성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듯
공개 2021-02-10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자회사인 신한중공업의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며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들은 신한중공업의 매력도를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신한중공업의 매각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 통과에 주요 포인트다. 신한중공업이 현대중공업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만큼 매각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본잠식에 빠진 신한중공업은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기 전까지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을 정도로 사업에 물음표가 달린 기업이다. 신한중공업 부지가 매립지에다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아 향후 개발 기대감이 떨어지는 점 역시 부동산 가치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IB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간사 삼정KPMG는 22일 신한중공업 매각에 관한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있었던 예비입찰에는 NH PE-오퍼스 PE, 범양건영(002410)-다윈인베스트먼트-무궁화PE 컨소시엄, 세진중공업(075580), STX중공업(071970)-파인트리파트너스,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 태화기업 등 6곳이 참여했다. 
 
신한중공업 인수·합병(M&A)은 회생절차의 일환이다. 신한중공업은 뛰어난 기술력이 장점이지만, 유가 하락과 고레버리지 재무구조 속 코로나19 여파로 회생 절차를 맞이해야 했다. 
 
고 레버리지 재무구조, '셰일가스 혁명'에 치명타 
 
신한중공업은 배 혹은 해양플랜트 관련 거주구 제작을 주업으로 한다. 상선이 메인이지만, 신한중공업의 운명을 바꾼 부문은 해양 부문이다. 해양플랜트 거주구 제조는 마진율이 높아 사업을 성공했다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 플랜트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신한중공업 실적 추이.
 
신한중공업은 재무 레버리지가 꾸준히 높았다. 지난 8년간 신한중공업의 차입금의존도는 50%를 항상 넘겼다. 총자산의 절반 이상을 구입하는 대가로 이자를 언제나 지불했다는 의미다. 추세적으로 오르던 차입금의존도는 결국 2019년 말 기준으로 80%를 넘겼다. 
 
신한중공업은 해양 부문의 어려움으로 수년간 적자난에 허덕이며 차입금 관리에 실패했다. 2017년 6월28일 산업은행 등 주 채권단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관리절차를 개시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에서 연일 발견되는 '셰일가스 광구'탓이다. 2000년대 중후반 MMBTU 당 10달러 이상이었던 LNG 선물가격은 2010년대 이후 5달러를 거의 넘지 못하고 2~3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그마저도 하락세로 진행되며 지난해 상반기 1.5~2달러 사이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신한중공업이 LNG 관련 가스분사기관(ME-GI) 사업군도 있다고 고려할 때 LNG 가격 하락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2019년 말 완전 자본잠식에 이르렀으며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영업손실이 100억원 이상이었다고 전해진다. 
 
구조적 문제와 실적 악화가 겹치며 신한중공업은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때 인수 대상에서 제외되는 아픔도 겪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이렇게 낮은데 굳이 바다에 있는 석유를 시추할 이유가 있겠냐"면서 "만약 유가가 상승했다면 세진중공업(075580), 오리엔트정공(065500) 등 경쟁사를 누르고 신한중공업이 업계 1위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립지의 양면성…토지 활용도 낮아
 
매립지에 조성된 4 Yard. 출처/신한중공업
 
신한중공업 토지는 절반 이상이 매립지다. 데크하우스나 시설물을 관련 작업 이후 배 혹은 관련 시설에 탑재해야 한다. 쉽게 탑재하려면 당연히 바다와 붙어있어야 한다. 2011년에 조성된 첫 번째 매립지는 현재 해상 부문의 공장으로 사용 중이다. 
 
문제는 2019년 완공된 매립지다. 현재 관련 매립지는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활용방안이 마뜩잖은 점은 회계상으로도 반영됐다. 2019년 말 신한중공업은 토지의 손상차손으로 380억원이 계상됐다. 비상장기업이다 보니 공정가치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용가치로 손상차손을 측정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용가치는 미래현금흐름을 반영한다. 매립지를 용도변경,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다면 이 가능성이 반영된다. 혹은 현재의 사업으로 인한 수익이 반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약 1700억원의 매립지 장부가는 20% 이상 차감됐다. '용도의 한계'와 '셰일 가스 혁명'이 '매립지'에도 영향을 준 셈이다. 
 
매립지 특성 지반 침하 우려가 있어 대대적인 굴착이 어렵다. 달리 말하면 지질의 한계로 다른 용도로 사용이 어렵다는 의미다. 지질의 한계다. 게다가 용도변경도 만만찮다. IB업계 관계자는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산업단지와 시랑 협의해야 한다"면서 "만약 용도 변경을 하려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서면으로 소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경험적으로 관계자들은 거의 바꿔주려 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M&A, 신한중공업 마무리에 영향 미칠까
 
신한중공업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 출처/산업은행
 
신한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생기는 또 하나의 잠재적 문제는 수주 물량 확보다. 2019년 기준 신한중공업 매출의 92.7%가 대우조선해양과 거래에서 각각 나왔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할 경우 발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주로 세진중공업에 데크하우스를 발주한다. 
 
유찰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사내 임직원을 절반 이상 구조조정을 하기 전 신한중공업은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낮았다. 당시 청산가치는 1200억~1300억원 수준이었던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약 1100억원이었다. 
 
그럼에도 딜이 성사된다면 신한중공업 매각이 대우조선해양 M&A의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009540)-대우조선해양'순의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현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대우조선해양)는 증손회사(신한중공업)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율은 89.2%다. 게다가 2019년 3월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 계약을 맺으며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들은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회생 계획 승인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딜을 서둘러서 하는 배경이 양 사의 M&A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