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깔린 'SPC삼립'…재무건전성 악화 가속
당기순손익 적자전환…불어난 이자 등 영업외비용 탓
연이은 투자로 차입금 증가…차입금의존도 49%
유동비율 55%·잉여현금흐름 줄곧 하락세
공개 2021-02-02 10:0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SPC삼립(005610)의 재무건전성이 악화일로에 빠졌다. 실적 증가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친 반면 연이은 투자로 빚만 쌓이며 수익성 지표가 나빠졌다. 특히 지난해 부채비율은 300% 넘게 치솟으면서 재무구조 개선은 당면한 숙제로 보인다.
 
충북 청주 SPC프레쉬푸드팩토리 공장. 출처/SPC삼립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SPC삼립 연결 기준 매출은 1조8676억원, 영업이익은 2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3% 소폭 증가했다.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1.6%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3.5%에서 2019년 1.9%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0.3%포인트 더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167억원)과 세전계속사업손실(100억원)을 입는 등 적자전환했다.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요인은 △금융비용 △재고자산감모손실 △감가상각비 △유형자산처분손실 등 영업 외적인 비용 증가 등이 있다.
 
2020년 3분기 재고자산감모손실은 10억원으로 전년 동기(6억원) 대비 55% 증가했다. 재고자산감모손실은 실제 재고량이 장부상의 재고량보다 작은 경우의 차액을 뜻한다. 감가상각비는 469억원에서 672억원으로 43% 늘어났고 유형자산처분손실은 3096만원에서 9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SPC삼립이 운영하는 일부 브랜드 중 몇 개의 직영점을 폐점한 것이 유형자산처분손실로 잡히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2020년 3분기 기준 반품폐기손실 금액만 66억원에 달했다. 식품이 주종인 SPC삼립은 유통기한에 따른 폐기손실이 매년 발생하고 있어 수익성 지표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갚아야 할 이자를 뜻하는 ‘금융비용’ 규모가 커진 점이 순손실을 기록하게 한 주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3분기 기준 금융비용은 83억원으로 전년 동기(48억원) 대비 73%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비용(이자)이 증가했다는 것은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SPC삼립의 빚은 크게 불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PC삼립의 부채총계는 9141억원으로 전년 동기(7636억원) 대비 20%( 1505억원)나 증가했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304.5%로 나타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8년 기준 140%에서 3년 만에 165%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최근 5년간 SPC삼립의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2016년 130.8%, 2017년 162.3%, 2018년 139.6%, 2019년 270.7%, 2020년 3분기 304.5%로 수년간 부채비율이 100~200%대 수준을 유지하며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이어왔다.
 
2016년 기준 1627억원 그치던 총차입금은 2017년 2137억원, 2018년 1824억원, 2019년 5849억원으로 지속 증가세를 보였고 2020년 3분기 기준 5938억원까지 불어났다. 차입금의존도는 전년 동기(46.5%) 대비 2.4%포인트 상승한 48.9%다. 총자본 중 절반 가까이가 빚이라는 뜻이다. 2020년 9월 기준 순차입금은 5778억원으로 나타났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의 부담이 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재무 안전성도 낮아지게 된다.
 
2020년 3분기 기준 총차입금 중 1년 내 상환해야하는 단기차입금은 15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898억원에서 2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SPC삼립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인 160억원으로 단기차입금(1537억원)을 갚을 수도 없어 향후 차입금 규모는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SPC삼립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카테고리 별 생산공장 신축과 기존 공장 내 생산라인 증설, 물류자동화에 따른 시설투자금액이 증가해 차입금 규모도 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차입금의 일시적인 증가는 장기차입금에 관한 만기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라며 “차입금의 대부분은 생산라인 신설 등 회사의 투자에 관한 것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하면 수시로 상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PC삼립은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장증설 등 수년간 투자를 단행해 왔다. 수익성이 정체된 상황에 투자를 위해 외부에서 자금조달을 하다 보니 차입금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SPC삼립은 2017년 자기자본 대비 14.37%에 해당하는 450억원으로 투자해 충북 청주에 신선편의식품 제조공장인 SPC프레쉬푸드팩토리를 건립한데 이어 2018년과 2020년에 걸쳐 △그릭슈바인 제2 공장 증설(110억원) △시화 공장(제빵 150억원·물류 200억원) 건립 △유지보수 비용 △신규 사업(저스트·푸드어셈블 등) 지분투자 △시화 생산공장 내 제품생산·물류자동화 라인 투자 등을 진행한 바 있다. 2017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발생한 SPC삼립의 자본적 지출은 총 2293억원으로 집계됐다.
 
잉여현금흐름(FCF)을 살펴보면 SPC삼립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이라 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이 많다는 것은 배당금, 기업의 저축,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돈이 넉넉하다는 것을 뜻한다.
 
SPC삼립은 5년째 잉여현금흐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잉여현금흐름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442억원 △2017년 -14억원 △2018년 195억원 △2019년 178억원 △2020년 3분기 86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에서 2017년에는 적자전환된데 이어 흑자전환 후에도 지속 하락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채 등을 상환할 수 있는 ‘지불능력’ 판단지표인 유동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33%포인트나 하락한 55%를 기록했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100% 이하일 경우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인 것을 의미한다.
 
해마다 차입금 등 부채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SPC삼립 측은 리스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일 뿐 실제 재무구조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PC삼립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 2019년 연 평균 매출 500억원 규모의 가평휴게소 운영권을 취득한 바 있다”라며 “리스회계 기준에 의거해 취득 비용을 반영했는데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높아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채비율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 휴게소 운영 시 사용되는 차입금을 반영한 순부채 비율은 약 80%로 재무구조에 큰 문제가 없다”라며 “올해 품질경영강화, 브랜드 경영 강화, 베이커리사업의 초격차와 푸드사업 성장 등 사업의 경쟁력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을 화두로 품질 중심의 내실을 강화하고 다양한 혁신 요소를 사업에 접목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