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벌어서 이자도 못 낸다…'좀비기업' 전락 위기
3년째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육계공급과잉으로 수익성 저하…영업이익률 3년째 0% 내외
차입금의존도 58.7%·부채비율 217.2%…재무건전성 ‘위험’
공개 2021-01-25 10:0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하림그룹의 핵심 계열사 하림(136480)이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기로에 서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가를 의미하는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적자가 지속되고 무리한 투자로 차입금이 불어 재무건전성이 한계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림지주 익산 본사 신사옥. 출처/하림그룹
 
하림은 양계, 축산물 가공판매와 사료 제조를 목적으로 지난 1990년 설립된 국내 최대의 육계 전문업체로 육계 가공식품 생산을 주력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7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반면 영업손실은 4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434억원) 대비 적자 규모는 축소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2018년 0.2%, 2019년 -5%, 2020년 3분기 -1%로 나타나며 3년째 0% 내외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림의 실적 악화는 주력 사업인 육계부문 부진 영향이 크다. 2018년부터 수입산 닭고기 증가 등으로 인한 육계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했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사업특성상 하림의 매출·영업수익성은 생계시세 등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순이익 역시 2017년 222억원에서 2018년 -121억원으로 적자전환 한 이후 2019년 -399억원, 2020년 3분기 -77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3년간 순이익 평균 30억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탓에 지난해 4월 한국거래소 소속 분류가 우량기업부에서 중견기업부로 강등되기도 했다.
 
수익 없이 무리한 투자 강행…차입금만 눈덩이
 
문제는 벌어드린 돈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무리한 투자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하림은 당기순손실을 입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공장 증설을 위한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고 그 결과 차입금이 불어나게 됐다.
 
하림은 순이익이 적자였던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전북 익산 스마트팩토리를 건설하기 위해 2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해당 기간 동안 총 2966억원의 자본적지출(CAPEX)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2017년 1434억원 수준의 순차입금은 2018년 2627억원, 2019년 3519억원으로 2년새 145%(2085억원)나 불어났고, 2020년 3분기 기준 4019억원으로 규모가 더 커진 상태다. 
 
총차입금 역시 2017년 2128억원에서 2020년 3분기 기준 5016억원으로 136%(2888억원) 증가했고, 이에 따른 차입금의존도는 58.7%로 집계됐다. 자본의 절반 이상이 빚인 셈이다.
 
 
 
부채비율은 217.2%를 기록했다. 단기차입금을 조달해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는 돌려 막기로 지탱하면서 부채비율이 작년 대비 19.5%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5년간 하림의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2015년 205.1%, 2016년 120.1%, 2017년 101.4%, 2018년 178%, 2019년 201.4%로 집계됐다. 수년간 부채비율이 100~200%대 수준을 유지하며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이어왔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살펴보면 부채비율은 -4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의한 것이 아닌 지난해 4월 단백질사료 가공업체인 그린바이텍과 합병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본 것이다. 그린바이텍은 차입금이 약 100억원 안팎 정도이고 부채비율은 20%대로 현금성 자산 등을 고려하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앞둬…좀비기업 되나?
 
현재 하림은 부채가 늘어나면서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림의 이자보상배율은 2017년 기준 4.3배에서 2018년 0.2배로 급락했다가 2019년 마이너스(-3.2배)로 전환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갚아야 할 ‘이자’는 101억원인 반면 영업손실은 40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은 -0.4배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1보다 작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은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하림은 오는 2월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즉, 1년치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을 기록하게 되면 하림은 3년 연속 1배 미만을 기록해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는 좀비기업이 된다.
 
2020년 3분기까지 금융비용인 101억원을 1년치 금융비용으로 적용한다는 가정 하에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상이 되려면 최소 101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3분기까지 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3개월 안에 141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해야 하지만, 육계공급과잉 상황이 이어졌던 상황이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데 무게가 쏠린다.
 
잉여현금흐름(FCF)을 살펴보면 하림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이라 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이 많다는 것은 배당금, 기업의 저축,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돈이 넉넉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하림의 2020년 3분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17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5년간 잉여현금흐름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43억원 △2016년 699억원 △2017년 -1104억원 △2018년 -1103억원 △2019년 -94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현금창출력인 없는 가운데 하림이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이 3123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외부 조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하림 측은 분할상환과 만기일 연기 등의 방법과 더불어 자체적인 이익창출력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라 밝혔다. 
 
하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단기차입금 중 은행대출은 연장이 가능하며 시설투자로 인해 발생한 차입금은 분할상환이 가능해 올해 안으로 400억원가량 먼저 상환할 예정”이라며 “익산 공장 가동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가정간편식 판매 호조와 그린바이텍과의 합병 등으로 흑자전환이 기대되고 있어 향후 자체적인 이익 창출로 부채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는 하림의 향후 전망에 대해 불투명한 전망을 제시했다. 하림은 1차 산업과 높은 관련성을 지닌 사업의 특성상 육계 수요공급 균형, 해외곡물시세, 환율 등의 변동에 실적과 재무구조가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육계생산주기가 짧아 공급과잉이 쉽게 일어난다는 점과 조류독감 발생 등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성상 향후 전망은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육계수요·공급 균형이 맞아야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림이 지난해까지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을 기록하면 한계기업으로 평가받게 되며 이 경우 은행으로부터의 차입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