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배틀그라운드’ 없는 크래프톤, '장외시총 20조' 적정한가
크래프톤, 작년 어닝 서프라이즈로 IPO 시동 ‘가속’
실적·재무상태 등 ‘시총 30조원’ 엔씨소프트보다 우위
‘원히트 원더’·‘퍼블리싱 기반 부재’ 등 지적 나오기도
공개 2021-01-27 10:0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크래프톤의 적정가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20조~30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과 안정적인 재무상황을 고려한 평가금액이다. 현재 장외 주가도 200만원 가까이 치솟으며 시가총액은 20조원에 육박했다. 
 
IPO 기대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배틀그라운드’ 이후 내놓은 후속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포스트 배틀그라운드'가 반영된 기업가치에는 물음표가 생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히트 원더’를 고려해 현재 밸류에이션은 다소 부풀려진 숫자가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배틀그라운드. 출처/펍지
 
크래프톤은 작년 9월부터 상장주관사 제안요청서(RFP)를 국내외 증권사에 보내며 주관사단을 추려 상장 뜸 들이기를 시작,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예정된 올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상장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했다.
 
회사는 연내 증권시장 데뷔전을 치르고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배그 흥행에 따라 작년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해 회사 외형이 이전보다 더욱 커졌고, 덩달아 언택트 문화 확산에 따른 게임주 수혜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020년 어닝 서프라이즈…‘시총 30조원’ 엔씨소프트보다 실적 우위
 
크래프톤은 ‘3N’을 제치고 지난해 업계 패권을 꽉 쥐었다. 한 해 동안 성적을 보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1조2371억원, 6813억원, 순이익은 5149억원을 기록했다. 배그 하나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3분기까지 매출, 영업이익은 2019년 연간 실적 대비 각각 14%, 90% 늘었다. 
 
영업이익률(2020년 3분기 누적 기준)은 55%로 전년 동기(23%) 대비 32%, 2018년(27%)보다 28% 이상 수치를 나타냈다. 유동비율은 366%로, 2019년(252%)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재무유동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크래프톤 실적 추이. 출처/크래프톤 사업보고서
 
특히 잉여현금흐름(FCF)은 2019년 전체 사업연도 대비 무려 1126% 증가한 5478억원으로 집계됐고, 약 70%였던 부채비율은 41.5%를, 총차입금의존도는 한 자릿수인 5.9%를 기록해 회사 내부 현금 창출력을 제고했다.
 
크래프톤의 실적대잔치는 곧 투자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22일 장외주식시장에 따르면 크래프톤 주식은 현재 주당 170만~180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52주최고가는 182만7500원이다. 현재 장외시가총액은 15조1887억원으로, 이는 동종업체 넷마블(251270)(10조5630억원)을 제치고, 엔씨소프트(036570)(21조6000억원)에 이은 업계 2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더 나아가 크래프톤의 주가는 추가 상승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263750),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작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추정치(35배)를 현재 발행주식수(855만7037주) 기준 크래프톤의 주당순이익(6만173원)에 단순 상대가치 평가해보면 적정주가는 약 210만6055원, 시가총액은 약 20조원으로 동종업체 대비 저평가된 수준이다. 
 
작년 3분기까지 합산한 업계 영업이익을 보면 크래프톤은 엔씨소프트 6680억원, 넷마블 1895억원, 펄어비스 1373억원, 카카오게임즈 500억원 대비 6813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영업이익률(55%)에서도 엔씨소프트(36%), 넷마블(10.2%)보다 각각 19%, 45% 높은 수치를 시현했다.
 
국내 게임회사 2020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비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개발에 주력하는 게임회사 특성상 특히 중요한 유보 현금을 놓고 볼 때, 크래프톤 FCF는 5478억원으로 엔씨소프트(4932억원), 넷마블(1513억원), 펄어비스(1144억원), 카카오게임즈(551억원)와 가시적인 차이를 나타내며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드러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IPO 직전 적정 밸류보다 시총이 더 높게 책정되는 것은 일반적인 흐름”이라며 “배그를 장착한 크래프톤의 경우 최근 증시 호황과 작년 호실적에 따라 상장 후에도 시총 10조~20조원 범위를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그 ‘원히트 원더’… 사업 영역 확장 필요성 제기되기도
 
다만 일각에선 20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지탱하려면 ‘원히트 원더’ 우려를 털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가 배그만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게임이 하향기류를 타면, 수익성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크래프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별도 재무제표상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171억원, 영업손실은 688억원으로 외려 영업적자를 나타냈는데, 이는 배그 개발, 퍼블리싱을 맡은 펍지주식회사 실적을 포함하지 않아서다.
 
작년 실적 추이를 봐도 영업이익 3524억원을 달성했던 1분기 대비 2분기 영업이익은 161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다소 주춤한 양상을 보였다. 3분기 영업이익도 1675억원으로 집계돼 2분기와 비슷한 성적을 받았다. 2~3분기 영업이익만을 두고 봤을 때, 1분기 대비 반 토막 난 것이다.
 
크래프톤 작년 실적 추이. 출처/크래프톤 사업보고서
 
원인은 해외 시장에서 배그 영향력이 감소한 탓이다. 크래프톤의 게임 매출 비중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 매출이 86.1%, 북미·유럽 지역이 6.4%로 해외 매출 비중이 90%를 상회한다. 국내 비중은 6.8% 수준이다. 해외에서 끌어들인 수익이 절대적인 만큼, 크래프톤은 유동성 위험을 피하고자 선도환 계약을 체결해 재무리스크를 축소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호 발급 문제로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종료하고 이어 텐센트가 ‘화평정영’(和平精英)을 출시했는데, 크래프톤이 이 게임을 통해 배그 IP 로열티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 콘텐츠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게임 이용자 증가세는 작년 4.6%, 올해 3.5%에 이어 2022년 0.7%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배그(화평정영)를 통해 얻는 수익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미 지역은 모바일보다 콘솔 게임이 강세다. 인도에선 작년 10월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향곡선을 그렸던 3분기 실적이 더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동환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현 밸류를 지탱하기 위해선 배그 이후 후속작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20조원가량 시총은 차기 출시될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선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IPO 직전이라 속단할 수 없다”라며 “추산된 밸류에 대한 단기적인 성과 창출보다 장기적인 펀더멘탈 조성이 더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사진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출처/크래프톤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현재 추정되는 시총이 과장된 수치라는 관측도 있다. 게임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사업 영역 확장에 무게를 두는 국내 업계의 평균 PER로 크래프톤 기업가치를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라며 “글로벌 동종업체 평균 PER을 적용한다면, 크래프톤 밸류는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국내 다른 게임업체와 비교했을 때 개발에만 주력한 나머지, 퍼블리싱 등 다른 사업 영역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액을 비교해보면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사업 다각화에 힘쓰는 엔씨소프트가 3조5849억원, 아울러 코웨이(021240) 인수 등으로 포트폴리오 저변을 넓힌 넷마블이 6000억원을 상회하는 반면, 개발사업과 로열티 수익에만 무게를 두는 크래프톤은 3000억원가량 수치를 나타냈다.
 
크래프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회사 지급수수료는 1103억원,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에 소요되는 앱수수료·매출원가는 1167억원으로 집계돼 전체 영업비용 가운데 총 40%를 웃돈 비중을 차지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물리적인 값(시총)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 전략과 운영 능력”이라며 “퍼블리싱과 개발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 게임업체로 도약한다면,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점쳤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