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능력 '꼴찌'…롯데손해보험, 자금조달 나서나
IFRS17 도입 앞두고 RBC비율 손보사 최하위
자본적정성 위한 자본 확충 필요성 확대
공개 2021-01-25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JFK파트너스로 인수된 지 1년 만에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은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있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RBC비율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기에 올해 유상증자 등의 자본 확충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78억원, 당기순이익은 7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5%, 105.4% 증가했다. 2019년 영업이익 -709억원, 당기순이익 -512억원의 적자가 2020년에는 큰 폭의 흑자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상품 구조조정과 비용효율화로 인한 성과다. 2019년 125.5%의 높은 손해율을 기록했던 자동차 보험 비중이 일반계정 원수보험료(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기준 2019년 말 18.5%에서 지난해 9월 말 11.4%까지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위험손해액은 약 1500억원 가량 줄었다는 평가다. 또한 영업조직 축소에 따른 비용절감과 보험심사 강화 등으로 우량 물건·담보 비중을 늘린 효과도 발생했다.
 
손해율 관리가 어려운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면서 수익성과 신계약가치가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장기보장성보험의 비중은 높였다. 상품별 원수보험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 말 장기보장성보험은 1조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으며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2%로 15.1%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일반·장기저축보험 원수보험료는 감소했으며 이들의 비중도 축소됐다.
 
수익성은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으나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RBC비율은 업계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의 지난해 9월 말 RBC비율은 169.4%로 6월 말 158.7%보다 10.7%p 상승했으나 손해보험사 평균 247.7%보다 78.3%p 낮았다. 권고기준인 150%는 넘어선 상황이지만 손해보험사 중 꼴찌이다.
 
오는 2023년 도입되는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는 부채 평가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면서 요구자본이 커져 RBC비율 관리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업계에서는 200% 이상의 RBC비율을 유지해야 IFRS17 도입에 따른 RBC비율 하락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 누계액 등을 합한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책임준비금, 위험보험료)으로 나눠 계산된다.
 
RBC비율을 개선하려면 분모인 지급여력기준금액을 줄이거나 분자인 가용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책임준비금 등의 증가는 보험상품 판매 등 회사의 외형성장과 연관돼있기 때문에 보통 가용자본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문제는 롯데손해보험의 수익성 개선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뤄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증가는 보험상품 구조조정과 비용효율화에 따른 것으로 아직도 보험상품 부문에서는 여전히 높은 ‘합산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합산비율은 보험료 수익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실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손해율’과 보험료에서 인건비·마케팅비·모집수수료 등이 차지하는 비율인 ‘사업비율’의 합으로 100을 넘으면 손실을 보게 된다.
 
지난해 9월 말 합산비율은 112.2%로 2019년 말 120.8%보다는 개선됐지만 업계평균 105.2%보다 7%p 가량 높다. 특히 비중을 높이고 있는 장기보장성보험의 합산비율 역시 112.7%를 기록 중이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는 “장기보장성보험 시장 내 높은 경쟁 강도와 위험손해율 수준과 판매채널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보험영업 부문에서의 수익구조 개선은 단기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운용자산 수익률의 경우 작년 9월 말 업계 평균 3.5%와 유사한 3.3%를 나타냈지만 약 1조원에 달하는 항공기 투자자산에서의 손실 인식 규모에 따라 연간 이익률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국 후순위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의 자본 확충이 가장 효과적인 RBC비율 개선방안으로 꼽힌다. 다만 지난해 5월 발행한 900억원의 후순위채가 수요예측에서 미달되며 주관사인 메리츠증권(008560)이 잔액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적이 있었던 만큼 일부에서는 RBC비율 개선을 위해 이번에는 유상증자를 통한 최대주주의 자금 출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19년 10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75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자 2019년 9월 말 141.4%였던 RBC비율은 2019년 12월 말 183.7%까지 상승했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020년 말 RBC비율은 9월 말보다는 상승할 것으로는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RBC비율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