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자체재무조달력에 균열…비어가는 현금곳간 어쩌나
신사옥 이주로 자본적 지출(CAPEX) 증가·현금성자산 반토막
내부순현금흐름(ICF) '적신호'…본업 게임 살아야 자정능력 확보
방준혁 이사회 의장 “게임 흥행, 곧 넷마블 본질” 역설
공개 2021-01-22 10:0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사옥 이전을 앞둔 게임회사 넷마블(251270)이 자본적 지출(CAPEX) 부담이 늘어나며 현금흐름에 균열이 가고 있다. 그간 합격점을 받아온 재무상태를 미뤄볼 때 큰 위험요소는 아니라고 치부할 수있지만, 본업인 게임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자체 현금창출력에 지속해서 무리가 온다면 마냥 장밋빛 전망만을 그릴 수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도 넷마블은 게임회사로 보기엔 투자 성향이 강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어 이제는 대규모 투자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자체 현금창출력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넷마블은 2016년부터 사옥 이전을 준비해왔다. 신사옥은 현재 셋방살이 중인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건물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G밸리 지스퀘어’로, 지하 7층, 지상 39층짜리 규모의 건물이다. 4000억원 이상 투자한 이 건물엔 넷마블 직원을 포함, 코웨이(021240) 임직원 등 6000여명이 입주하게 된다. 구체적인 입주 일자는 정해진 바 없지만, 넷마블은 1분기 내 이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의 숙원사업이었던 사옥 이전은 자연스레 회사 CAPEX 증가로 이어졌다. 회계 계정과목 상 CAPEX는 자산으로 선반영 이후 내용연수, 잔존가치에 따라 감가상각비로 비용 계상한다. 때문에 CAPEX 증가는 일반적으로 기업 현금창출력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넷마블 CAPEX는 2018년 407억원, 이듬해 1065억원,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 1636억원으로 2019년 연간 대비 54%, 전년 동기(221억원) 대비 642% 치솟았다. 
 
CAPEX 부담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넷마블이 신사옥 외에도 약 3600억원을 투자해 ‘정부 과천지식정보타운’ 개발사업에 발을 담가서다. 넷마블 연구·개발(R&D)센터로 사용될 이 건물엔 인공지능(AI) 기반 R&D 빅데이터 분석, 인프라 개발 등을 위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넷마블 신사옥. 출처/넷마블
 
앞서 넷마블은 동종업체 엔씨소프트(036570)와 빅히트(352820) 등 지분을 매입하며 투자 사업을 이어왔고, 이는 넷마블 재무완충력을 제고하는 데 일조했다. 작년 코웨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조원을 웃돈 자체 현금을 사용하고 단기차입금 5500억원을 썼지만,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각각 11.6%, 38.9%로 우수한 수준이다. 넷마블 재무상태가 CAPEX 증가로 인해 균열이 날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최근 내부순현금흐름(ICF)의 변화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ICF는 기업이 차입금에 의존하지 않고 창출해 낸 총현금흐름으로, 내부자금조달능력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다. ICF 수치 감소는 외부 자금 외 루트로 회사 재무상태를 자정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넷마블 ICF는 2018년 -3005억원, 다음해 1338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지만, 이어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 1조2819억원으로 다시 마이너스(-) 국면을 맞았다.
 
현금성자산은 적극적인 투자 사업에 따라 2018년 2조3069억원, 2019년 2조1480억원 집계되며 2조원을 웃돌았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조238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넷마블 현금성자산은 주로 게임 개발비용에 사용되는 만큼 개발 자회사에 묶여있어, 단기간 모회사가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덧붙여 유동비율은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103%로 2018년 441%, 2019년 385%와 비교했을 때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넷마블 자본적 지출(CAPEX), 내부순현금흐름(ICF)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종합해보면 투자 사업에 따른 영역 확장은 넷마블 전체 재무안전성을 확보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최근 이어진 유보 현금 유출과 게임 개발, 신작 출시에 따른 영업비용 상승 등이 자체재무조달 능력에 흠집을 낸 것이다. 결국 회사 특성상 본업인 게임이 살아야 자정력이 길러지는데,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작년 넷마블 영업이익률은 1분기 3.8%, 2분기 11.9%, 3분기 13.6%로 ‘3N’ 중 가장 저조했다. 넥슨은 같은 기간 순서대로 영업이익률 50.1%, 41%, 35%를 기록했고 엔씨소프트는 1분기 33%, 2분기 39%, 이어 3분기 영업이익률 37%를 달성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보면, 넷마블은 9.3%로 엔씨소프트 (28.16%)와 넥슨(38%) 대비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최근 출시한 ‘세븐나이츠2’와 ‘일곱개의 대죄’가 선전하고 있지만, 기존 게임 매출은 부진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에 따르면 과거 넷마블 역성장에 반등의 활력을 불어넣은 ‘리니지2: 레볼루션’의 매출액은 2018년 5340억원, 2019년 3020억원, 이듬해 2218억원(추정치)로 하향기류를 타고 있다. 내년, 내후년 매출액은 각각 1902억원, 1641억원으로 집계될 전망이다.
 
영업비용은 반대로 연신 오름세다. 2018년 1조7796억원, 2019년 1조9760억원에서 작년 3분기 누적기준 1조671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4분기 5780억원으로 추정된 것을 미뤄볼 때 2020년 연간 영업비용은 2조2494억원으로 최근 3년 중 최고치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상반기 기준 마케팅비용(2200억원)은 매출의 15% 비중을 차지하며, 엔씨소프트(5%)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출처/뉴시스
 
회사 수장도 이를 자각하는 모양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작년 신년사부터 게임에 특히 무게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방 의장은 지난해 업(業)의 본질을 게임 사업이라고 역설한 데 이어, 올해는 “신사옥 이전을 계기로 다시 경쟁력을 강화해 넷마블이 재도약하는 굳건한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재밌는 게임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는 것이 강한 넷마블의 본질이다”라고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리니지2: 레볼루션’ 등 기존 게임 매출 부진은 신작 ‘세븐나이츠2’ 등을 통해 메우고 있다”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제2의 나라’,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대형 신작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본업이 게임이므로, 게임이 흥행해야 회사 외형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구조”라며 “본업에 더욱 충실해 실적 상승세를 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