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사업 멍든 롯데칠성음료, 공격 투자에 '재무 경고등'
주류부문 4년째 적자·마이너스 영업이익률 지속
실적 부진한데 공장 증설·지분취득…차입금의존도 45.8%
롯데칠성음료 “자산매각 없이 수익으로 차입금 줄여나갈 것”
공개 2021-01-15 10:0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롯데칠성(005300)음료의 재무건전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주류사업이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반등이 어려운데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면서다. 차입금은 불어난 반면 이익창출력은 부진할 것이라는 신용평가사 전망이 이어졌지만 롯데칠성음료는 벌어들인 ‘수익’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출처/뉴시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2020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7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 줄어든 939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음료부문의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 18% 감소한 1조2927억원, 1214억원으로 집계됐다. 내수부진과 경쟁심화로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영업이익률은 2018년 9.1%, 2019년 9.6%, 2020년 3분기 9.4%로 최근 3년간 9% 수준을 유지하며 우수한 수익창출력을 유지 중이다.
 
반면 주류부문은 골칫거리로 지목된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5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줄어들었고 영업손실은 27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류부문은 4년째 영업손실을 입고 있어 롯데칠성음료 전체의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2017년 영업이익이 2016년(274억원) 대비 적자전환(-394억원)된 이래 2018년 -590억원, 2019년 -5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2020년 3분기 기준 -27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2017년 -4.9%, 2018년 -7.8%, 2019년 -8.4%, 2020년 9월 -6%로 마이너스로 나타났고 최근 3년간(2016년~2019년) 부문별 연평균 매출성장률 역시 -4.1%로 역신장하고 있다.
 
 
 
주류부문은 2014년 맥주사업에 진출한 이후 고정비 부담,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줄곧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부터는 맥주2 공장 가동 개시에 따른 고정비 증가와 신제품 판촉 확대 등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전체적인 수익성을 제약하고 있다.
 
2019년 하반기에는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매출성장률이 23.5% 감소, 영업손실이 확대됐고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점·주점 등 업소용 채널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진로의 ‘테라’ 등 국내맥주시장 1,2위 사업자와의 점유율 격차, 낮은 맥주 공장 가동률,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증설투자 이전의 수익성 수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실적 부진 속 연이은 자금소요재무건전성 ‘악화’
 
롯데칠성음료는 주류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국내외 확장을 위한 연이은 투자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됐다.
 
롯데칠성음료의 재무부담은 2017년을 분기점으로 시작됐다. 2017년 맥주 2공장 증설을 위해 약 5890억원을 투입하는 등 자본적지출(CAPEX)이 발생한 것이 주효했고 그해 10월 투자부문 분할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 청구에 따른 자사주 매입(순유출액 482억원), 약 1조원의 금융자산 대부분이 투자부문으로 이관됨에 따라 차입금을 떠안게 됐다. 
 
이외 산청음료 지분취득(2017~2019년 총 680억원), 파키스탄 음료업체 지분취득·증자(2018~2019년 총579억원) 등의 자금소요가 이어졌다. 2015년 7463억원 수준의 순차입금은 2017년 1조1575억원으로 불어났고 이후 2018년 1조3052억원, 2019년 1조3118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 들어서도 필리핀 음료법인 지분 취득(543억원)과 롯데지주로부터 해외계열사 인수(미국법인 등 105억원)를 단행했다. 그 결과 2020년 3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1조281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275억원) 대비 14% 증가했다. 순차입금의존도는 2015년 26.1%에서 2017년 33.2%에서 2019년 40.3%로 커져갔고 2020년 3분기 기준으로는 36.9%를 기록했다.
 
총차입금 역시 2015년 7463억원에서 2017년 1조3565억원으로 크게 불어난데 이어 2020년 3분기 기준(1조591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총차입금의존도는 2017년 38.9%에서 45.8%로 상승했다. 현재는 자산 중 절반 가까이가 빚인 셈이다.
 
차입금이 늘어남에 따라 부채비율도 커져갔다. 2015년 85.5%던 부채비율은 2017년 165.6%로 3년새 80.1%포인트나 상승했고 2020년 3분기 기준 180%를 기록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상환해야 할 타인자본에 대해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건전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척도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보고 있다.
 
부채 등을 상환할 수 있는 ‘지불능력’ 판단지표인 유동비율 역시 최근 5년간 평균 90%로 나타났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100% 이하일 경우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인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잉여현금흐름(FCF)을 살펴보면 롯데칠성음료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이라 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이 많다는 것은 배당금, 기업의 저축,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돈이 넉넉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잉여현금흐름을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을 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롯데칠성음료의 2020년 3분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나 감소했다. 해당 분기에는 흑자지만 연도별로 살펴보면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의 최근 5년간 잉여현금흐름은 2015년 -536억원, 2016년 -1503억원, 2017년 -122억원, 2018년 -551억원, 2019년 -2억원으로 집계됐다.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서초동 부지 등 보유 부동산의 실질가치에 기반한 재무융통성을 인정받아 신용등급 ‘AA/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보유 부동산 가치를 제외한 기준으로 살펴보면 롯데칠성음료의 재무안전성 지표는 등급 대비 기준 이하라는 것이 신용평가사의 중론이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서울 서초동 부지 부동산 자산을 제외한다면 낮은 영업창출력 대비 차입금은 높은 수준이라 신용등급에 비해 재무지표가 좋지 않다”라며 “2020년 3분기 판매 호조가 아닌 비용효율화를 통해 실적이 반등했다 볼 수 있고 향후 차입금 부담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차입금 감축 위한 구조조정 필요성 대두
 
2020년 말까지 3년간 롯데칠성음료가 발행한 채무증권 가운데 미상환 채무는 1조642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칠성음료는 미상환 채무를 갚기 위해 올 1월 회사채 발행을 나선 상태다.
 
현재 롯데칠성음료는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은 서울 서초동 부지 등의 부동산 자산이다. 채무가 부동산 자산 평가액 수준으로 증가하고 재무건전성 관리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차입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자산매각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 방법이 언급되는 가운데 롯데칠성음료 측은 수익창출력을 통해 차입금 규모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년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제로 수준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부터 실행 예산을 편성하는 등 경영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라며 “다방면으로 수익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자산매각은 계획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롯데지주로부터 해외계열사 인수를 한 이유는 지주사 출범 때문에 넘어간 계열사를 다시 가져오는 작업의 일환일 뿐”이라며 “수익성 높은 사업을 가져오고 경영효율화를 도모해 자체적인 영업창출력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주류부문의 실적 부진이 전사 이익창출력을 제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설비투자 및 지분매입, 배당지급 등의 자금소요를 감안하면 영업현금흐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