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0)코로나19 악재 비웃은 역대급 IPO 시장
‘따상’ 열풍 만들어낸 공모시장
수요예측·일반청약 경쟁률 신기록
빅히트 주가 하락, 공모가 거품 논란도
공개 2020-12-30 10:0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도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역대급 흥행 기록을 쏟아냈다.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을 손에 쥔 투자자들이 공모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경쟁률, 공모금액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 SK바이오팜(326030)은 ‘따상’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IPO시장 흥행의 시작을 알렸고 카카오게임즈(293490), 빅히트(352820)(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뜨거웠던 시장만큼 치열했던 상장주관사 경쟁은 NH투자증권(005940)이 2년 연속 선두를 지키면서 마무리됐다.
 
한국거래소 전광판. 출처/뉴시스
 
각종 기록 세운 2020년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는 작년보다 1개 늘어난 76개의 기업이 신규상장(스팩 제외) 됐지만 공모 규모는 지난해보다 51.9% 증가한 5조7888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 청약 경쟁률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 나왔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1478.53 대 1을, 일반 청약 경쟁률에서는 이루다가 3039.55 대 1로 신기록을 세웠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은 기업은 40개로 전체의 57%였으며 일반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을 초과한 기업은 33개사로 47%에 달했다.
 
이 같은 열기는 자금조달 확대로 이어졌다. 희망가 공모밴드 상단(초과 포함)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56개사로 전체의 80%를 차지했으며 공모가를 초과한 기업은 위세아이텍(065370), 제이앤티씨(204270), 플레이디(237820), 엠브레인(169330), 티에스아이(277880), 한국파마(032300), 비나텍(126340), 명신산업(009900), 에프앤가이드(064850) 총 9개사다.
 
상장 당일 따상 기업. 출처/IR큐터스
 
‘따상’ 열풍…수익률도 훌륭
 
상장 당일 시초가 더블과 상한가를 동시에 기록하는 ‘따상’이라는 용어는 일반화가 됐다. 지난해 2곳에 불과했던 따상 기업은 올해 엘이티(297890), SK바이오팜, 에이프로(262260), 카카오게임즈, 소룩스(290690), 하나기술(299030), 명신산업, 알체라(347860), 프리시젼바이오(335810), 석경에이티(357550) 10개사로 늘어났다.
 
늘어난 따상 만큼 수익률도 좋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스팩 및 합병 상장 제외)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평균 65.2%다.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85%, 코스닥은 61.9%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기업은 515.4%를 나타낸 명신산업이었고 박셀바이오(496.3%), 포인트모바일(318020)(311.3%), SK바이오팜(270.4%), 인바이오(352940)(218.1%)가 뒤를 이었다.
 
상장 주관사 실적은 2년 연속 NH투자증권이 1위를 차지했다. 공모액 1조원에 육박하는 SK바이오팜과 빅히트의 상장을 주관하며 총 2조1182억원의 실적을 냈다. 2위는 1조5692억원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 3위는 7726억원의 실적을 낸 미래에셋대우(006800)다.
 
SK바이오팜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 출처/한국거래소
 
IPO 흥행 물고 튼 SK바이오팜
 
올 초 코로나19 영향으로 IPO시장 역시 침체에 빠졌으나 SK바이오팜의 등장으로 반등했다. SK바이오팜은 독자개발 신약 물질인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놀’을 보유 핵심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기관 수요예측에서 835.6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관심을 끌었고 공모가를 시장의 예상보다 낮게 책정하면서 투자를 하면 무조건 수익이 난다는 심리를 자극해 일반 청약에서는 323.03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따상을 뛰어넘는 ‘따상상상(상장 당일 시초가 공모가 2배 달성 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우리사주를 배당받은 일반 직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퇴사를 선택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이슈들은 유동성을 손에 쥔 투자자들의 관심을 IPO시장으로 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프리시젼바이오의 Exdia TRF Plus 분석기. 출처/프리시젼바이오 홈페이지
 
코로나19 수혜 업종·기술특례 상장 활발
 
산업 지형도 변화를 가속화한 코로나19는 IPO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수혜산업으로 불리는 정밀진단, 언택트(게임,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등이 주목을 받았다.
 
정밀진단 업체 엔젠바이오, 제놀루션, 셀레믹스, 프리시젼바이오는 수요예측 경쟁률 1000 대 1을 넘어섰고 셀레믹스를 제외하고는 따상에 성공했다. 언택트 수혜에 해당하는 카카오게임즈는 SK바이오팜에 이어 IPO시장 흥행을 이끌었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브컴퍼니, 알체라 등도 큰 관심을 받았다.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인 기술특례 상장은 25개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신약개발·체외진단·의료기기제종 등 바이오 상장기업이 17곳, 인공지능·나노소재·반도체 장비·안전장비 등 비(非)바이오 기업이 8곳이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왼쪽부터)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출처/한국거래소
 
무조건 따상? 빅히트엔터 논란
 
빅히트 상장은 공모주에 청약을 하면 무조건 수익을 본다는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공모 규모 9625억5000만원인 빅히트는 58조 4000억원의 증거금을 모았지만 10월15일 상장 직후 공모가의 2배인 35만1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하며 25만80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주가는 계속 떨어지기 시작하며 현재(29일 종가 기준) 15만8500원을 기록 중이다. 기타법인(청약에 참여한 일반 기업)이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매도하자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를 경험한 개인투자자들은 빅히트 역시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매도물량을 받아들였고 큰 손실을 봤다. 빅히트 상장 후 이틀간 개인투자자가 본 손해율은 24%로 추산됐다.
 
이에 주식 관련 각종 게시판에서는 빅히트 주식을 환불받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으며 주관사가 높은 공모가를 산정한 것이 원인이라는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