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강타' 아스트…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재고증가·실적부진…악화된 현금흐름
현금창출력보다 과도한 차입부담 지속
공개 2021-01-04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보잉사 운행 중지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방산업 침체 탓에 영업실적이 악화된 아스트(067390)의 재무관리가 비상이다. 재고자산의 급격한 증가로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며 차입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자체 현금창출력으로는 차입금 관리가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밀접한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가 컸던 오르비텍(046120) 매각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커진 실적변동성으로 인해 당분간 과도한 재무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스트의 올해 9월 말 부채비율은 191.4%, 차입금의존도는 53.2%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업계 평균 194.5%보다 낮지만 차입금의존도는 업계평균 30.8%보다 22.6%p 높았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들의 납품기한 및 품질 유지 요구와 변동성 있는 대규모 수주를 위해 많은 양의 재고자산을 보유하는 항공부품 업체의 특성 상 높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차입금의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스트의 차입부담은 큰 편이다.
 
또한 전환사채(CB) 조기상환도 준비해야 한다. 260억원 규모의 5회차 사모 전환사채는 지난 10월30일부터 매 3개월마다 조기상환청구권의 행사가 가능한데 해당 사채의 전환가액은 8476억원으로 현재 주가(28일 종가 기준 5170원)가 이보다 낮아 상환가능성이 더 커졌다.
 
다만 자체적인 현금흐름으로는 이를 대응하기가 어렵다. 아스트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17년 -118억원, 2018년 -360억원, 2019년 214억원, 2020년 9월 말 -295억원으로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2017년 -546억원, 2018년 -765억원, 2019년 121억원, 2020년 9월 말 -322억원으로 오히려 외부에서의 자금조달 필요성을 키운다.
 
영업활동현금흐름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재고자산 증가다. 2002년 한국항공우주(047810)에서 분사한 후 재조품목과 조립을 통한 블록품목 수주 등이 늘면서 재고자산은 2017년 715억원, 2018년 1100억원, 2019년 1526억원, 2020년 3분기 1725억원을 나타냈다.
 
재고자산 증가는 운전자본 규모를 확대시켜 영업활동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더구나 올해의 경우는 엠브라에스사(社) E2 관련 납품지연도 발생했다.
 
이에 아스트는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 CB 조기상환금을 마련한다. 여기에 이달 결정한 오르비텍의 지분 매각으로 234억원을 확보해 재무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외부자금 조달만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스트는 지난해 6월 유상증자를 통해 888억원을 조달했으나 실적이 악화되자 1년여 만에 지분매각과 BW발행을 결정했다.
 
 
 
결국에는 영업실적을 개선해야 하는데 전방산업인 항공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보잉사 B737 맥스(MAX)의 생산이 올해 1월부터 중단된 영향으로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줄어든 36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아스트의 전체 매출에서 보잉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6.4%에 달했던 만큼, 보잉사 관련 매출이 크게 줄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99억원, -31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B737 맥스가 미국과 브라질에서 운항승인을 받은 후 이달부터 운항을 재개한 만큼, 해당 기종의 납품 증가가 예상되고 납품지연이 발생했던 E2 생산 역시 내년부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항공수요 감소 지속으로 항공기 판매 실적이 또다시 줄어들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오르비텍의 지분매각을 결정한 점도 부정적이다. 지난 2015년 경영권을 획득한 오르비텍은 아스트에 항공정밀부품을 공급하는 항공부품 수직계열화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이달 초 보유 지분 18.89%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비용절감 등 효율성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당장 자금마련을 통해 재무관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영업실적 회복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는 부정적인 사업 환경 지속으로 수익성 회복이 불투명한 점을 볼 때 중장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아스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차입금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을 통해 계획에 따라 상환할 예정”이라며 “실적개선을 위해서 코로나19 종식에 따라 항공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