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떠안은 LG유플 첫 내부 CEO, '만년 꼴찌' 탈출 동력 찾을까
미 바이든 정부서도 '화웨이 리스크' 우려
미래 먹거리 차원 비통신 사업 지지부진
차입금 부담에도 중단기적 투자규모 확대
공개 2020-12-28 09:30:00
출처/LG유플러스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LG유플러스(032640)가 최근 황현식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으면서 이동통신업계 '만년 꼴찌'에서 탈출하기 위해 나섰다. 황 대표는 처음으로 관행을 깨고 내부에서 승진한 경우로 회사 대표 통신통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여전한 화웨이 리스크와 더불어 경쟁사 대비 미래 성장 모멘텀 부재, 중단기 투자규모 확대에 따른 차입금 증가는 넘어서야 할 큰 숙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하현회 대표이사(부회장)가 물러나고 후임 대표이사로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선임됐다. 황 대표는 1999년 LG텔레콤에 입사한 정통 LG맨이다. ㈜LG를 거쳐 2014년 다시 LG유플러스에 합류한 뒤에는 모바일 사업을 총괄했다. 
 
황현식 대표. 출처/LG유플러스
 
황 대표가 선임되자마자 같은달 29일 LG유플러스는 2021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1개 사업총괄, 4개 부문이던 조직을 6개 부문으로 바꿨다. 신설된 신규사업추진부문은 스마트 헬스, 보안, 교육, 광고, 콘텐츠, 데이터 사업 등 신사업 관련 조직을 통합했다. 본업 외 취약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화웨이 장비와 관련한 보안 이슈는 내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의회는 해외에 미군 병력이나 주요 군사장비를 배치할 때 주둔 국가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사용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상·하원이 합동으로 마련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이다. 
 
LG유플러스는 내년 상반기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5G망 28GHz 기지국 구축을 위해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고민 중이다. 국내 5G 주파수 대역은 LTE 대비 3~4배 빠른 3.5GHz 대역과 20배 빠른 28GHz 대역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화웨이 리스크가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라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현재 구축된 장비를 걷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 구축된 LG유플러스 5G 기지국 중 화웨이 비중은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5G 등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2019년 2조6000억원, 올해 2조5000억원이다.
 
출처/하나금융투자
 
특히 투자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화웨이 리스크에 대한 '소통 부재'를 지적한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가는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유플러스 경영진의 화웨이 이슈 관련 투자가들과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면서 "화웨이 리스크로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황 대표 직속으로 '고객서비스·품질혁신센터'를 신설했다. 품질조직과 홈 개통·AS 관련 조직, 고객센터 등을 통합했다. 고객 접점에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좋은 취지로 보이지만 LG유플러스의 현재와 미래 투자가들과의 소통 창구에 대한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화웨이 리스크와 더불어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만년 3위'라는 후발주자의 현실적 상황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5G 도입 초기에는 선제적 대응으로 점유율이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결국 KT(030200)SK텔레콤(017670)에게 점유율을 내주며 다시 3위인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까지 점유율을 반등하지 못할 경우 앞서 4G때처럼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이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따라서 비통신 부문의 추가 성장동력 필요성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경쟁사 대비 뾰족한 미래 먹거리 사업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별도와 연결 기준 실적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LG헬로비전 인수로 차이가 생겼지만 LG헬로비전 역시 미디어사업자로 비통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가 비통신에 중점을 두는 변화 궤적과는 다른 모습이다"면서 "비통신부문을 언급하는 것은 마케팅 안정과 유무선서비스의 결합상품 등이 점유율의 고착화로 이어져 가입자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인데 통신과 연계한 시너지이든 완전 비통신이든 변화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재무적으로는 차입금 규모가 빠른 속도로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현금흐름과 부채비율 등 주요 지표가 뒷걸음질 치며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고객기반 유지, 네트워크 보완투자 등 경상적인 투자 외에도 5G망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 집행이 진행되고 있어 중단기적으로 투자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24일 CJ ENM이 보유한 LG헬로비전(구 CJ헬로) 지분 50%+1주 취득을 완료했다. 인수자금 8000억원 대부분을 외부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인수 이후 연결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2018년 2조5712억원에서 올해 6월 기준 5조7424억원으로 늘어났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 리스크는) 내부적으로 주의 깊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