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임 현대카드 정태영, 홀로서기 위한 과제 '첩첩산중'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서 '계열분리' 이슈
엑시트뿐 아니라 그룹 의존도 탈피 IPO 성공 절실
성장 모멘텀·PLCC 리스크·자산건전성 저하 우려
공개 2020-12-18 09:30:00
 
출처/현대카드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이번 현대차(005380)그룹 임원인사에서 유임됐다. 하지만 그룹이 '정의선 시대'를 위한 세대교체를 이뤄가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 속에서 금융 부문의 계열 분리 얘기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재무적투자자(FI)의 자본회수(엑시트) 뿐 아니라 홀로서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부담감이 커졌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과 수익 관리, 연체율에 대한 우려 등 현대카드 곳곳에는 크고 작은 변수가 산재해 있어 정 부회장의 홀로서기엔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15일 그룹 임원 인사를 통해 신임 사장·부사장 7명을 선임했다. 재계 이목이 집중된 건 정몽구 명예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의 행보였다. 김용환 현대제철(004020)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000720) 부회장이 물러났다.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과 정 회장의 매형인 정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정 부회장의 유임은 오너가 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정 회장이 그리는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고려할 때 현대카드의 앞날은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지배주주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개편의 방향으로 그룹이 지주사 설립을 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여러 시나리오 중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공개를 내년에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공개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우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원활한 자금 조달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의 매출에서 현대차와 기아차(000270) 판매 의존도는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금융그룹의 지난해 기준 내부거래 총액은 6364억원이다. 소속 비금융회사 대상 내부거래가 4780억원으로 75.1%에 달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대상 상품용역 매출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의 재무적투자자(FI)의 자본회수(엑시트) 기한이 내년인 점도 주요 변수다. 2017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99%)와 싱가포르투자청(9%), 칼라일그룹 계열의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는 GE캐피털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23.99%를 3766억원에 사들였다. 현대차그룹은 '4년 내 기업공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라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현대카드는 지난해 11월 NH투자증권(005940)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기업공개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올 초 불어닥친 코로나19의 장기화 등으로 기업공개 시기는 안갯속이다. 예비심사를 청구해 상장까지 통상 4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현재 기업가치는 재무적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애매한 상황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6월말 기준 순자산은 3조2800억원이다. 삼성카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5배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카드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4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재무적투자자들이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할 당시 추정했던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가량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내년 기업공개가 어려워질 경우 FI들은 최대주주에 자신들의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가 있다. 행사 가격은 회계법인 등이 정하는 ‘공정가치’ 등에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수익 이상을 회수하기 어려운 공모가가 결정될 경우 FI들이 기업공개 연기를 요청할 것이라는 얘기도 업계에서 나온다.
 
정 부회장은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위한 기업가치 상승이 절실하다. 실적과 같은 정량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성장 모멘텀과 미래 가치 등 정성적인 부분도 참고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코로나19로 베트남 등 해외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카드는 신용카드를 직접 보유하고자 하는 기업이 카드사와 협력해 만드는 구조다. 해당 기업 관련 혜택이 강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실질적 수익이다. 일반 카드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회원수 증가에는 효과가 있지만 해당 기업과 수익을 나누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자체 브랜드 상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적다는 게 카드업계의 지적이다. 
 
출처/여신금융협회
 
연체율에 대한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여신금융협회가 발간한 '미국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시장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상업자표시신용카드의 구매실적 대비 미상환 잔액 비율이 일반신용카드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구매실적 대비 미상환 잔액 비율은 2014년 58.7%에서 2018년 72.0%로 크게 상승한 반면 일반신용카드는 2014년 29.0%에서 2018년 26.5%로 하락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사례를 볼 때 일반신용카드 대비 리스크가 높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재무적으로는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경기 침체와 가계 채무부담 증가에 따라 차주의 신용등급이 비교적 열위한 대출자산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해 우려스럽다"면서 "외부 충격으로 인한 실물 경제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한계차주의 연체율을 비롯한 자산건전성 지표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기준 대출성자산(카드론, 현금서비스, 대출성리볼빙채권) 규모는 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최근 대출성자산의 취급고 확대폭이 전년 대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2015~2019년 대출성자산의 연평균 성장률이 3.6%인 데 반해 2019년 연간 성장률은 4.5%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잠재적인 건전성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업공개는 내년을 목표로 내부적으로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면서 "상업자표시신용카드 상품은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등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