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기업결합…대우조선해양, 불확실성 지속 '속앓이'
현대중공업 기업결합 위한 EU 승인 해 넘길듯
수주 및 실적 침체 상황에서 잠재채무 우려
구조조정 가능성 및 하도급 갑질 논란 리스크
공개 2020-12-03 09:30:00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042660)과의 기업결합을 위한 '7부 능선'인 유럽연합(EU) 승인이 사실상 연내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조선업황 침체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기대했던 대우조선해양은 내년에도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특히 기업결합 승인이 장기화될수록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수주나 미래 먹거리 청사진을 세우는 데 독자적인 행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30일 업계 관계자는 "2년 가까이 기업결합 승인이 지체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큰 이슈몰이를 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기대감이 조금씩 낮아지는 모양새다"라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두산인프로코어 인수전에도 참여하는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반등의 모멘텀을 기대했던 분위기에서 불확실성을 크게 안고 내년 경영 목표를 세우는 처지가 됐다"라고 진단했다.
 
올해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는 조선업계에도 불어닥쳤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절대적인 수치나 투자업계 컨센서스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컨센서스 영업이익 4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6% 감소한 1조441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92억원을 나타냈다. 다행인 점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부채가 1조원 이상 줄면서 부채비율은 200.3%에서 161.4%로 낮아졌다.
 
무엇보다 투자업계에서는 실적이나 수주 부진보다 늦춰지는 현대중공업그룹과 기업결합 이슈를 리스크로 꼽았다. 가장 큰 변수는 현재 진행 중인 EU 승인으로 코로나19로 발표가 늦어지면서 빠르면 내년 상반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하지만 이 또한 전망일 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인 상황에서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불확실성 해소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기업결합 승인을 모두 받아 양 사가 하나의 회사로 출범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독립 법인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수주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선주 입장에서 배 인도까지 2년여가 걸리는 시점을 생각하면 대우조선해양은 기업결합의 상황 등 복잡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계 '빅3' 가운데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주로 과거 LNG선 명가의 명성을 다시 찾을 기회를 맞았다"면서도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기업결합 심사가 넘어야 할 불확실성이다"라고 분석했다.
  
재무적으로는 잠재채무로 인한 부담이 지적된다. 채무조정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기존 차입금을 신종자본증권으로 대체하면서 2021년 말까지 1%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2021년 말 이후 스텝업 금리(5년만기 민평금리+매년 0.25%)가 현실화되면 금융비용이 급증하게 되면서 상환 압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외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은 모두 해소됐지만 장부상 자본으로 분류돼 있는 신종자본증권은 실질적 상환부담이 존재하는 부채성 조달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한국기업평가
   
늦춰지는 시점도 우려스럽지만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결국 구조조정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수주잔고 기준 양 사의 LNG운반선 점유율이 58%이기 때문에 승인을 끌어내기 위해 점유율 하락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승인이 이뤄지는 게 급선무이지만 노조 및 협력업체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이 또한 큰 부담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월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대상 국정감사에서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연말까지 아니면 내년 초까지는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건 없는 승인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게 안 된다면 레미디(개선)를 해서 시정해 나갈 수 있다는 보고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개선의 조치로 점유율 하락을 제시할 경우 당장 일감 감소로 이어진다. 이럴 경우 인수가 되는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방침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20일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기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생존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대우조선해양 1차 협력업체에서 파생되는 2·3차 협력업체의 수는 최소 1000개 이상, 거래금액만 최소 3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이른바 '갑질'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실적 반등을 위한 여러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9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대우조선해양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53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금을 정하지 않은 채 91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1471건의 수정·추가 공사를 위탁했다. 공사가 진행된 이후 하도급대금을 제조원가보다 적게 결정했다. 또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86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1만6681건의 선박·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대금 등을 적은 계약서를 작업 시작 이후에 발급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업결합 승인 이슈의 경우 늦춰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 수주를 통한 실적 반등에 전사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