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남준우 호, 임기 막바지 성적표는 '낙제점'
코로나19·글로벌 시황, 드릴십 불확실성 실적 악화
적자행진에 올해 영업손실 규모 8000억원 달할 전망
부채비율·차입금 재무안정성 저하…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공개 2020-11-24 09:30:00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올해 흑자전환 목표를 세웠던 남준우 삼성중공업(010140) 사장의 올해 신년사다. 바람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코로나19 장기화 및 글로벌 시황 악화에 따른 수주 가뭄과 시추부문(드릴십)의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에도 75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반등의 모멘텀이 안 보이는 가운데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남 사장의 거취에도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23일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업 업황 자체가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삼성중공업의 경우 영업적자의 주원인으로 시추부문(드릴십)이 꼽힌다"면서 "2017년 남 사장이 실적 개선의 중책을 맡고 취임한 이후 기대했던 실적 반등과 재무 안정성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라고 진단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출처/삼성중공업
 
2018년 1월 취임한 남 사장에게는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적자를 흑자로 돌려야 하는 큰 임무가 맡겨졌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2018년 이후에도 현재까지 영업손실이 이어졌고 그 폭도 해마다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18년 4093억원에서 2019년 616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영업손실 규모가 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목표했던 흑자전환은 2~3분기 해양부문 일회성 손실 발생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적 반등을 위한 수주는 절반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유럽 지역 선주와 총 25억달러 규모의 선박 블록 및 기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2025년 12월까지다. 현재까지 누계 수주실적은 총 38억달러를 기록 중으로 올해 수주 목표의 45% 수준이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 이후 배 건조까지 2년여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인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20%의 평가손실을 반영했던 드릴십 재고자산 5기 중 일부에 대해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반드시 재매각에 성공해야 유동성 개선과 해양발 손실 우려에서 탈피할 수 있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높아지던 신규 수주에 대한 기대감은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드릴십 재매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환입이 가능하며 수주 잔고가 부족한 지금 일회성 요인에 따른 환입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실적 부진에 따른 신용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이다. 현재 신용등급은 'BBB+'로 2년째 A등급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부족한 자금 조달을 위해 공모채 발행 대신 사모채와 장기 CP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출처/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월 관련 보고서에서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2분기 7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 실적 발표 이후였다. 대규모 손실과 운전자본 증가로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차입금이 증가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구현한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상당부분 희석됐다는 판단이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은 3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000억원이 증가했다.  
 
지광훈 한기평 연구원은 "비경상 손실을 제외한 본질적인 영업활동에서의 적자가 2017년 4분기 이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라고 짚었다.
 
이 밖에 하도급 갑질 이슈도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삼성중공업의 하도급 갑질을 적발했다고 밝히면서 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 이어 8월에는 ‘선시공 후계약’ 등 삼성중공업의 또 다른 하도급 갑질 행태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중공업 2차 하도급업체 대표가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조선업계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실적 반등을 위한 수주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 사장 연임 여부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