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H, CB 발행되자마자 매각…판결 무력화된 수상한 거래
지난달 말 법원, BW 가처분 금지 소송 인용
소액주주 지분 희석 '현실화'
공개 2020-11-11 09:2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KMH(122450) 최대주주가 전환사채(CB) 전량을 발행 당일 바로 매각했다. 법원에서 CB의 제3자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 인용을 결정했지만, KMH의 최대주주 측은 이미 CB를 매각한 후였다. CB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됐던 터라 KMH의 발행 목적은 설득력을 크게 잃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MH는 최상주 회장과 에스피글로벌(최대주주의 기타 특수관계인)이 지난 달 30일 100억원 씩 총 200억원 규모의 CB를 매각했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지난달 30일 발행된 4회차 CB다. 
 
제작/IB토마토
 
4회차 CB와 5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주요 시점마다 논란이 있다. KMH는 키스톤 프라이빗 에쿼티(이하 키스톤 PE)가 KMH의 지분 25.06%를 매입한 다음 날인 9월1일 이사회를 열어 CB·BW 500억원 발행을 결정했다. 발행 예정일은 11월1일이다. △최대주주 등에 배정한 점 △낮은 전환가액 △주가 하락 시만 존재하는 리픽싱 조항 등으로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달(9월) 17일 KMH는 기존 공시의 내용과 다르게 BW를 조기 발행한다. 발행 결정이 급하게 이뤄진 터라 발행금지가처분은 어려웠다. 이후 키스톤PE는 처분금지가처분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지난 10월 인용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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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의 조기 발행에 대해선 키스톤 PE가 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하지만 CB의 발행금지 가처분은 기각됐다. 법원은 근거 부족을 주요 이유로 거론했다. 발행이 가능해지자, KMH는 최상주 회장과 에스피글로벌에게 CB를 각각 100억원씩 발행했고, 두 사채권자는 당일 이 CB를 제 3자에게 매각했다. 하지만 공시는 다음 영업일인 11월2일 이뤄졌다. 키스톤PE가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승소했지만, CB의 주인은 이미 바뀐 상태였다. 
 
판결이 무력화된 셈이다. 최대주주가 제3자에게 처분을 금지시키는 배경은 발행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제3자에게 증자를 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희석된다. 주식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신기술, 경영상의 목적 등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그럼에도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은 CB발행 후 즉시 처분했다. 제3자 배정 증자에 중개(Brokerage)는 없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CB처분으로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본 것"이라면서 "KMH의 주가가 높아져 CB의 매각 가격도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B는 전환해서 주식을 파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에 채권의 가치가 바뀐다"면서 "8천원하던 주가가 3만원까지 올랐으니 전환사채 가치가 기본적으로 높아졌다"라고 덧붙였다. 
 
CB의 처분금지 가처분은 인용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BW의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CB의 지분율이 5%를 웃돌았음에도 매수인이 공시되지 않았다. CB의 일부는 최 회장의 배우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JWC인터내셔널에 매각 후 재매각하기도 했다. 
 
다른 변호사는 "CB를 인수한 매수인이 5% 공시에 의해서 외부로 드러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잠정적으로 특수관계인 중 하나인 JWC인터내셔널에게 일부 물량을 매각했다가 다시금 며칠 만에 이 물량도 다른 제3자에게 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최 회장 등의 CB 매각에 대해 향후 무효나 취소로 매각을 되돌릴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향후 재판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었다.  
 
IB업계의 한 자문 변호사는 "재판 중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법망을 피해 무언가를 했다면 보통 그다음 재판(본안 소송) 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