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지주 세아그룹…보폭 넓히는 이주성 vs 시험대 오른 이태성
'이주성-세아제강지주'·'이태성-세아홀딩스' 체제
공개 2020-11-12 09:30:00
이태성 부사장(왼쪽), 이주성 부사장. 출처/세아그룹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세아그룹은 2개 지주회사 체제이다. '오너 3세'인 이태성 부사장과 이주성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계열분리 얘기도 나왔지만 경영 성과를 내야 하는 현재 시점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분 정리로 경영에서 역할을 뚜렷하게 나눈 만큼 두 사촌의 경영 행보를 바라보는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이주성 부사장은 최근 맡고 있는 본업의 실적 호조와 미래 먹거리이면서 현 정부의 기조와 맞아떨어지는 '그린뉴딜' 관련 사업에 성과를 조금씩 내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이태성 부사장은 세아베스틸(001430)의 실적 부진에 신용등급 하향 우려감까지 더해지며 경영능력 시험대에서 불안한 눈초리를 받고 있다.
 
9일 재계 관계자는 "3년 전 세아그룹은 1978년생 동갑내기 사촌지간인 이태성 부사장과 이주성 부사장을 승진시키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면서 "올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두 사람의 사장 승진이 주목되는 가운데 결국 경영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쟁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이태성 부사장이 특수강사업 지주사인 세아홀딩스(058650) 대표이사와 세아베스틸 등을 이끌고 있다. 이주성 부사장은 강관사업 지주사인 세아제강지주(003030)에서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그룹의 양 대 핵심 사업을 뚜렷하게 나눈 셈인데 지분 정리 역시 사실상 마무리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각각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의 최대주주다.이태성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세아홀딩스 지분 35.12%를 보유하고 있다. 이주성 부사장도 같은 기간 세아제강지주 지분 21.63%를 보유해 아버지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업계에서는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아그룹 측은 "사촌경영 체제로 지금껏 잡음 없이 경영이 이뤄져 왔다"면서 "오히려 지금 체제가 그룹 입장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난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설명에도 양 측의 경쟁구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 초유의 코로나19 사태에서 이주성 부사장이 이끄는 세아제강(306200)은 경영 성과를 조금씩 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아제강은 올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1789억원, 영업이익 609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3.9% 감소하지만 영업이익은 38.9% 증가하는 수준이다.
 
조만간 발표될 3분기 세아제강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818억원과 12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줄지만 영업이익은 122.3% 늘어날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 반등과 주요 국가들의 제조업 가동률 상승에 따른 강관 수출 회복으로 강관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3.6%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영업이익은 시장컨센서스인 105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주성 부사장은 그린뉴딜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올해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세아제강지주는 영국 해상풍력 기초 구조물 시장에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국책 과제인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기초 구조물인 모노파일 제조사로 참여한다. 초대형 사이즈 모노파일 제작이 가능한 연산 16만t 규모의 공장을 영국 현지에 설립하기로 했는데 이는 모노파일 단일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면서 해상 풍력에너지의 설치용량이 지난해 29GW에서 2024년 79.8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정부는 124MW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을 2030년 12GW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이태성 부사장이 이끄는 특수강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세아베스틸은 최근 실적이 저조했다. 3분기 실적이 매출액 5717억원, 영업이익 -1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0%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으로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보였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전통적인 비수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영향이 더해져 판매가 부진했다"면서 "실적 버팀목이었던 창원특수강도 수요가 줄면서 부진했고 세아항공방산소재도 항공향 제품 판매가 부진했다"라고 분석했다.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신용등급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3년 연속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시켰으며 지난 4월에는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모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다음달 신용평가사들의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 내려갈지 주목된다.
 
이태성 부사장 역시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본업인 특수강을 넘어 비철강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초 고강도 알루미늄 소재회사인 알코닉코리아를 인수했다. 알루미늄합금은 미래 고수익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자동차 분야 주력사업인 특수강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되는 시점까지 본업의 실적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출처/나신평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세아베스틸은 대규모 비경상적 자금 소요가 나타나면서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보유 현금성자산이 상당 수준 소진된 가운데 신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차입금적 성격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재무부담은 과거 대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세아베스틸은 지난 3월 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한 세아창원특수강 잔여지분을 1000억원에 매입했고 세아항공방산소재(알코닉코리아) 인수 과정에서 745억원의 비경상적인 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3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것이 올해 결실을 맺었다"면서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모두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각자의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