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격에 쏠리는 눈…변수는 '중국·DICC'
중국 시장 규모·점유율 상승…"프리미엄 라인이 성장 견인"
중국 시장 점유율 유지 여부 반신반의…"팩트와 프로스팩트 사이 간격"
DICC 소송액, 밸류 측정에 가장 큰 장애
공개 2020-11-10 10: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하반기 인수합병(M&A) 대어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본입찰이 다가오며 인수후보자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가격이 치솟으면서 업체들이 인수가로 얼마를 써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 전망이 입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중국법인(Doosan Infracore China Co.,Ltd 이하 'DICC') 소송의 불확실성은 입찰 가격 산정에 어려움을 주는 장애요인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두산인프라코어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36.07%의 매각에 관한 본입찰이 있을 예정이다. 앞서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인수희망자 중 적격 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로 현대중공업지주(267250)-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유진기업, 이스트브릿지, GS건설(006360)-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등을 선정했다. 
 
 
 
예상 거래 가격은 8000억~최대 1조원으로 추산되며, M&A 거래에서 주로 사용되는 에비타 멀티플(EV/EBITDA) 기준으로 7.8~9배 수준이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DICC 소송이 엮여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멀티플은 10~17배 수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이유는 '중국'
 
제작/IB토마토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려는 목적은 중국 시장 진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기가 둔화되며, 글로벌 세계 1위 기업인 캐터필러는 올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반 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국 건설중장비 전문지 KHL이 발간한 옐로우 테이블(Yellow Table)에 따르면 세계 10위 이내 기업 중 순위가 오른 기업은 XCMG, Sany, 줌라이온(Zoomlion)으로 모두 중국 기업이다. 
 
중국 건설 시장은 세계 경제를 비웃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판 뉴딜인 신인프라건설(新基建, 신기건)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고속·도시철도 연장 △신에너지 △특고압 설비 확충 △5G △전기차 충전소 △스마트 공장 확대 등 전통적인 인프라부터 새로운 인프라까지 다방면에 걸쳐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총 5900조원(34조 위안)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19년 중국 GDP의 34% 수준이다. 건설장비기업들은 2010년대 중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로 수혜를 봤다면, 2020년대는 신인프라건설 프로젝트가 그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옐로우 테이블에서 발표한 2020년 건설기계기업 순위.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출처/XCMG 홈페이지
 
하지만 업황과 시장점유율은 다른 문제다. 즉, 중국 건설기계업의 호황이 예상된다고, 두산인프라코어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SK(034730)그룹의 경우, 중국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롯데쇼핑(023530), CJ(001040)오쇼핑 등은 중국에 제대로 발을 뻗지 못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공정기계협회(CCMA)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MNC) 중 두산인프라코어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2.9%에서 올 상반기 23.0%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상반기 별도 기준 Heavy(중대형건설기계) 사업 부문의 중국 매출은 52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7% 증가했다. 
 
점유율이 늘어난 까닭은 크게 2가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7~80t 사이의 굴착기 부문에서는 일본 기업보다 더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달리 말하면 XCMG, Sany, Zoomlion 등 중국 현지 기업과 공략하는 시장이 다르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들은 저가 라인업에 강점이 있다. 
 
현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할 경우, 업황 악화 시 높아진 레버리지로 인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건설기계업 관계자는 "건기업은 사이클이 명확하기에 함부로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면서 "사이클이 빠지면, 모든 리스크를 투자 기업이 감당해야 하기에 로컬 기업들이 생산 여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관측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팩트(Fact)를 보더라도 미래의 프로스펙트(prospect, 전망)는 다르다"면서 "인프라코어가 성장여력(Upside)은 있지만, 인수후보자마다 판단은 다를 것이고 입찰가격으로 상이한 생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DICC 소송, 인수 후보자 고심
 
DICC소송은 인수가격 산정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IMM PE·하나금융투자 PE·미래에셋자산운용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주식매매대금 지급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아 있으며, 법원은 1심에서 두산의 손을, 2심에서는 FI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이후 진행되는 잔여대금 지급 청구 소송은 현재 1심 판결 중이다. 만약 패소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최대 8000억원 수준의 자금 소요가 예상된다.
 
소송 액수도 문제지만, 소송 가액 산정은 더 큰 문제다. DICC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인수자들에게 연대 책임이 있다. 연대 책임이란 의미는 두산의 대금 지급 여력에 인수자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만약 두산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면 인프라코어 인수 기업이 매각 대금을 전부 책임져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핵심은 소송 리스크와 관련해 계산이 어려운 것"이라면서 "인수를 준비하며 수익률을 뽑아내야 하는데, 측정이 안된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측정이 어려운 탓에 FI들은 LP투자자 설득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는 "소송 관련해 측정이 어렵다 보니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면서 "딜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 투자자에 확신을 주기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