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포트폴리오
체질 바꾼 넥스콘, 5년 내 매출 1조원 시대 연다
'턴어라운드' 성공한 넥스콘, 윤준열 대표 신규 선임
BMS, 전기차 배터리·ESS 필수 소재…급성장 가능
노후화 설비 교체·인력 충원…유암코·넥스콘 "투자 확대 공감대 이뤄"
공개 2020-11-03 10: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배터리 업계에서 지금 성장하지 못하면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퇴보하는 겁니다. 넥스콘을 5년 내로 1조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저는 만들려 합니다. 불가능한 목표가 아닙니다. 매년 30%씩 넥스콘이 성장한다면 가능합니다" 
 
윤준열 넥스콘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진/IB토마토
 
윤준열 넥스콘테크놀로지(이하 넥스콘) 대표이사의 말이다. 그는 삼성SDI(006400)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임원까지 오른 배터리 전문가다. 취임한 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났지만, 그는 넥스콘에 '성장 DNA'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넥스콘은 배터리의 '뇌'에 해당하는 배터리 보호회로(BMS)를 주로 제조·생산하는 회사다.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는 배터리 그룹의 온도, 전류 등을 데이터 모니터링해 연계된 모터와 컨트롤러, 충전기 그리고 디스플레이 등 전자 장치와 통신을 하는 장치다. 다량의 배터리를 모듈 팩 단위로 사용하는 ESS(Energy Storage System)와 전기자동차에서 배터리를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핵심 소재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전망.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전기차 배터리와 ESS는 현실로 다가온 '친환경' 흐름 속에 각광받는 시장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17GWh였던 전기차 배터리 수요량은 2025년 7배 이상 커져 885GWh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넥스콘은 가파르게 커가는 배터리 시장의 흐름과 함께하기 위해 고삐를 조이고 있다. 

기지개 펴는 넥스콘…재무 구조 개선에 집중했던 과거
 
1996년 설립된 넥스콘은 한국 최초로 BMS를 제조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노트북과 휴대폰이 보급되던 시절 필수 부속품인 배터리도 함께 성장, BMS 제조사인 넥스콘도 수혜를 봤다. 
 
하지만 2010년대 초중반 사세가 기울었다. △품질 저하 문제 △특수 관계인의 자산 고가 매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등이 겹친 탓이다. 2011년·2012년 넥스콘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의견거절' 받기도 했다. 2012년 4620억원의 매출을 냈던 넥스콘의 2015년 매출은 659억원까지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재무 상태도 악화되며, 그해 넥스콘은 자본잠식에 빠졌고, 결국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넥스콘에도 구원투수가 있었다.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다. 부실채권(NPL)시장에 집중했던 유암코는 2010년 대 중반 구조조정(CR·Corporate Resturcturing) 역할까지 확대, 구조조정 및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했다. 
 
유암코는 넥스콘을 구조조정 3호 펀드로 선정하고 12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인수, 이어 950억원을 출자전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기존 경영진을 교체했으며, 재무 구조 개선과 매출 회복에 집중했다. 
 
넥스콘은 2018년과 2019년 2800억~3000억원의 매출액과 110억~1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또한 자본잠식에 빠졌던 넥스콘은 2019년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 170%, 순차입금의존도 17.9%로 회복, 재무구조가 준수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윤준열 대표 "넥스콘을 원-팀으로 만들 것"
 
넥스콘은 빠르게 회복했지만, 어두운 단면도 있었다. 직원들의 고용과 설비 노후화다. 2010년대 초반 이후 사모펀드의 인수, 워크아웃, 재무 구조 개선이 이어지며 직원들의 고용은 상당히 불안정했다. 설비투자도 인색했다. 이로 인해 핵심 인력 유출로 인한 기술력 퇴보와 설비 노후화로 인한 품질 저하 위험에 노출됐다.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고객사와의 거래량이나 채권 결제 만기가 줄어들 수 있다. 윤 대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직원의 고용 안정과 근로 의욕 고취 △고객사와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첫 번째 발걸음은 원-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원-팀 문화의 키워드는 '열정', '화합', '소통'이다. 다소 진부해 보일 수 있는 단어들이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넥스콘의 성장을 위한 핵심 가치다. 천안에 본사가 위치한 넥스콘은 서울 사무소, 수원 R&D 연구소, 중국 남경·천진·중경과 베트남에 공장이 있다. 지역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각 지역의 임직원 사이에 불신의 벽이 생길 우려가 있다. '원-팀'이 목표인 윤 대표에게 소통은 화합의 시작이기도 하다. 
   
설비투자와 R&D도 강화했다. 윤 대표는 취임 후 노후화된 설비를 교체했으며, 천안 본사를 정비해 'War Room'으로 불리는 엔지니어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직원들의 능력 향상에도 박차를 가했다. 생산은 기계가 할 수 있지만, 기계를 작동하게 하는 기술·개발·제조는 사람이 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의 실력 향상은 필수다. 
 
그 중심에는 임종혁 CTO가 있다. 그는 독일의 SIEMENS, 삼성SDI, 현대모비스(012330)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며 세계 톱클래스 수준의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갖고 있다. 2018년 말 넥스콘에 합류한 그는 불량률 제로를 위한 설비 자동화와 공정 개선에 힘썼다. 또한 엔지니어들의 교육·관리도 담당한다. 그는 "내 밑에서 4년만 버티면 삼성SDI, 현대모비스 엔지니어보다 유능한 직원으로 어떻게든 만들 자신이 있다"라고 말하며 엔지니어들의 성장을 자신했다. 
 
5년 내 1조원 매출 목표…"지금 성장 못하면 퇴보"
 
윤 대표는 넥스콘의 2025년 매출 목표를 1조원으로 설정했다. 넥스콘의 지난해 매출액인 2952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는 "매년 30%씩 성장하면 가능하다"면서 에코프로비엠(247540)처럼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차전지 소재 제조사인 에코프로비엠은 전방 사업자가 삼성SDI, LG화학(051910), SK이노베이션(096770)과 같은 배터리 제조사로 넥스콘과 대동소이하다. 에코프로비엠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약적으로 성장, 2016년 말 매출액 998억원과 영업이익 94억원을 냈던 기업에서 지난해 매출액 6161억원, 영업이익 371억원을 내는 기업으로 '퀀텀 점프'했다.  
 
또한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며 "지금 성장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퇴보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급격히 커지는 배터리 시장이지만, 지금 성장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우려가 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투자 지연으로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칠 경우, 배터리 회사들은 시장에서 경쟁지위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면서 "당분간 시장 선점을 위한 배터리 회사의 선투자 부담이 필요하고 대규모 투자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재무적 역량의 보유가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최초로 BMS 기술을 확보한 넥스콘은 배터리 업계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술력이 있더라도 △영업망 확대 △공정 자동화 △기술인력 확보 등이 수반돼야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 30년 가까이 삼성SDI에서 영업 노하우를 쌓은 윤 대표는 최대주주인 유암코와 함께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지금까지 다져온 재무 여력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넥스콘의 도약을 위해 기존의 기술력을 활용, 라스트 마일(Last Miles)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기술력과 거래처는 이미 확보한 터라 시장 흐름에 맞게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CEO가 열정을 갖는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면서 "넥스콘을 '원팀'으로 만들어 반드시 5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회사로 키울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