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위기' 이마트·롯데쇼핑…수술 필요한 생존전략
KB증권 "쓱닷컴, 2027년에야 턴어라운드 전망"
유통 환경 변화, 기존 유통업체 대응 속도 넘어서
공개 2020-10-27 10: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코로나19가 대형마트 강자들을 회복할 수 없는 코너로 몰고 가고 있다. 이마트(139480), 롯데쇼핑(023530) 등은 비대면(언택트) 소비문화 확산에 맞춰 온라인 사업에 힘을 쏟고 있지만 온라인 사업부의 수익성은 아직 기약이 없는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유통명가의 온라인 사업부 턴어라운드를 먼 미래의 일로 내다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의 지속 기간을 변수로 두고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주요 유통업체 중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실적 저하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상반기 연결 기준 롯데쇼핑은 매출액 10조 6984억원과 영업이익 53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2%나 급감했다. 이마트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마트의 경우, 영업이익은 대기업의 이익으로 보기 어려운 10억원에 불과했다. 창고형 할인점의 선전으로 매출은 10.9% 늘었지만 초저가 전략으로 원가율이 크게 상승하며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 시나리오에 따라 주요 유통업체의 올해 영업이익을 추정하였다. 출처/한국기업평가
 
대형마트업을 영위하는 두 기업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시나리오에서도 가장 취약했다. 연간 영업이익 예상 감소율은 '이마트> 롯데쇼핑>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 순이었다.
 
신용평가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오프라인 유통채널 위기의 원인은 소비패턴의 변화다. 두 기업 모두 오래전부터 유통업계의 환경 변화를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해왔다. 1인 가구 증가, 통신의 발전 등이 겹치며 소비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언택트' 문화를 가속시키며 소비패턴은 더욱 빠르게 변화했지만, 대응은 쉽지 않았다.
 
배인해 한기평 연구원는 "이마트의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는 소비패턴 변화에 가장 취약한 업태로 향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소비패턴 변화 대응으로 백화점 및 할인점 등 영위 업태 내 집객 능력이 저하되었으며, 올해 4월 신규 론칭한 롯데온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커머스의 약진에 유의미하게 먼저 대응한 곳은 이마트였다. 2018년 말 이마트는 SSG.COM(이하 쓱닷컴)을 오픈, 온라인을 강화했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를 쓱닷컴 대표이사로 내정,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대를 모색 중이다. 
 
쓱닷컴의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 수익으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은 올해 이익의 질이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2019년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 아니라, 영업손실이 1조원 아래로 줄었기 때문이다. 
 
DCF를 통해 KB증권이 추정한 SSG의 기업가치. 출처/KB증권
 
증권가에서도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증권사 연구원들은 쓱닷컴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지만, 흑자 전환 시점을 예상한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지난 19일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가치할인법(DCF)를 통한 쓱닷컴의 적정 가치를 추정하며 2027년에야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실적이 호조를 보일 전망"이라며 "총매출은 전년 대비 36% 고성장하고, 영업적자가 117억원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쓱닷컴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연구원에 가깝다. 그의 추정 자료에는 매출과 원가율이 공개되지 않아, 영구성장률(EV)을 구하는 시점인 2028년에 흑자를 극대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인상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2027년에도 흑자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롯데쇼핑의 '롯데온'은 쓱닷컴보다 갈 길이 더욱 멀어 보인다. 올해 4월 신규 런칭한 '롯데온'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외국계 컨설팅 회사 출신의 외부 인사를 신임 경영기획실장(본부장)으로 영입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시어스, 니먼마커스, JC페니 등 100년 이상의 백화점 업력에도 해외 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파산 보호 신청이 연달아 있었다"면서 "(온라인과 같은) 새로운 환경으로의 변화는 기존 유통 업체들의 대응 속도를 넘어서고 있고, 이러한 변화 가운데 대형 유통채널에 유리한 점을 찾기는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