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나서는 펩트론, 관리종목지정 위기 막나
관리종목 지정 피하려 지분희석 우려에도 유상증자
유증 효과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매출 내야
공개 2020-10-23 09:2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지속적인 적자로 재무안정성 지표 등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악화된 펩트론(087010)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 주가 부진으로 전환사채(CB)를 통한 자본 확충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던 펩트론은 최대주주 지분 희석 우려에도 관리종목 편입 가능성을 막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펩트론은 기명식보통주 530만353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예상모집가액은 1주당 1만4150원으로 예상모집총액은 750억원이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006800)가 잔액 인수인으로 나선다.
 
지난 2015년 7월 기술성장기업의 상장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펩트론은 그동안 기술성장 기업의 특례요건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 특례 조건 기간이 만료되며 코스닥시장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요건을 적용받게 된다.
 
 
 
펩트론이 관리종목 지정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은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다.
 
자기자본 50%이상의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일 때 관리종목으로 편입되는데 펩트론은 지난해 자기자본 281억원,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 176억원, 올해 상반기에도 자기자본 187억원,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 91억원으로 해당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상반기의 분위기가 올해 끝까지 지속된다면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문제는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연구개발비 등 고정비로 인해 적자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펩트론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PT320’과 펩타이드 항암항체 치료제 ‘PAb001’에 대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립선암 치료제 ‘PT105’의 제형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지속적인 연구개발비가 발생하고 있다.
 
2017년 37억원이던 연구개발비는 2018년 65억원, 2019년 98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42억원보다 52.9% 늘었다.
 
더구나 앞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비용은 계속 들어간다. 펩트론은 신약 개발 비용으로 올해 85억원, 2021년 247억원, 2022년 111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60억원, 2021년 63억원, 2022년 70억원의 인건비(총원 93명 기준)도 예상된다.
 
다만 매출이 연구개발비보다 부족하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134.16%, 2018년 164.77%, 2019년 17430.32%, 2020년 상반기 484.49%로 매출액을 훌쩍 넘는다.
 
이로 인해 영업손실은 2017년 48억원, 2018년 79억원, 2019년 127억원, 올 상반기 81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당기순손실 역시 같은 기간 44억원, 37억원, 177억원, 92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개발 중인 신약 PT105의 판매승인 예정년도인 2022년까지 매출액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대웅제약(069620)에 루피어데포의 원료의약품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이 끝나며 매출처가 줄어들었고 올해부터 고순도 히알우로니다아제를 국내 산부인과 병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 추정되는 연간 매출은 15억원 정도로 높은 고정비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
 
당장의 실적 개선이 힘든 만큼 우선 자본 확충으로 당장 관리종목 지정을 피해야 하고 이에 외부에서의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자금 조달 전략을 세웠지만 주가의 부진으로 보통주 전환이 지연되면서 자본 확충효과를 보지 못했다. 펩트론은 현재 미상환 전환사채가 255억원 남아있다. 내년 풋옵션 행사 기일이 도래함에 따라 전환되거나 상환되는데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아 상환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유상증자를 선택했다. 750억원(예상 모집총액 기준)의 자금이 확보되면 관리종목 가능성을 피할 수 있고 2022년까지 필요한 연구개발비도 충당할 수 있다. 또한 255억원 전환사채 상환에도 활용 가능하다.
 
다만 최대주주의 지분희석 가능성이 크다. 펩트론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최호일 대표이사는 현재 10.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과 합산 시 지분율은 11.36%까지 올라간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최호일 대표는 자금사정을 이유로 배정주식의 최대 20%에 대해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지분율은 8.06%까지 떨어지게 된다. 만약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지분율은 7.56%까지 하락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과 합한다고 해도 8.99%(최대 20% 참여)에 불과하다.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안정적 경영활동의 불투명성을 키우게 된다.
 
또한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고 해도 2022년 신약 출시 전까지 새로운 매출 창구를 확보하지 못해 적자폭이 커진다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일회성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펩트론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유상증자에서는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직접 청약에 참여할 계획”이라며 “적대적 M&A 이슈를 회사에서 감지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향후 경영권 방어에 대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을 내기 위한 여러 파이프라인에서 임상 결과 등이 좋으면 기술이전 등을 추진해볼 수 있다”라며 “대웅제약과 계약이 끝난 후 자체적으로 상품화를 준비하는 중으로 이 부분에서도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