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진 그룹 인사 시곗바늘…CJ도 '재깍재깍'
CJ 성과주의 인사 성향 뚜렷…이르면 10월 말 정기 인사 단행
코로나19에도 실적 '선방'…계열사 간 '온도차' 뚜렷
관전포인트는 깜짝 인사·'삼성' 중심 외부 영입
공개 2020-10-22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롯데, 한화(000880), 신세계(004170) 등 주요 그룹이 인사를 앞당기면서 CJ그룹의 정기인사 시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다음 그룹사 인사로 CJ를 주목하며, '성과주의' 인사로 정평이 나있는 CJ그룹이기에 올해 실적이 좋은 CJ제일제당의 분위기가 특히 좋을 것으로 점쳤다. 올해 CJ그룹 인사 키워드는 젊음, 인수·합병(M&A), 삼성맨, 글로벌, CJ스러움으로 압축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CJ는 정기 인사를 10월 말에 단행할 예정이다. CJ그룹은 그간 10월 말 늦어도 11월에는 정기인사를 했다. 신규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73~77년생의 젊은피가 될 전망이다. 그룹 차원에서 젊음을 강조한다는 40대 이상에게 퇴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CJ계열사 관계자는 "최근 차장급 이상을 중심으로 15% 정도 연봉을 삭감하든지 혹은 나가든지 선택하라는 면담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CJ그룹 지배구조. 출처/CJ그룹 홈페이지
 
지난해 인사, 침울한 경영 분위기 반영
 
CJ는 지난해 인사를 연말에 단행했다. 당시 CJ 인사는 다소 우울한 가운데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신규 임원은 전년(35명) 대비 절반 수준인 19명에 그쳤으며 지주사의 기존 실을 없애고 팀제로 전환하는 조직개편도 있었다. 특히 지주사 인력의 절반 수준인 200여명을 계열사에 재배치하기도 했다. 
 
이 같은 큰 폭의 변화는 지난해 인사 전 CJ그룹의 분위기가 다소 산만했기 때문이다. 당시 △CJ CGV(079160), CJ푸드빌 등 주요 계열사 실적 악화 △CJ ENM(035760)의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 논란 △그룹 차원의 재무건전성 악화 △CJ올리브영과 같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 매각설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또한 '월드베스트 CJ ' 전략도 확장에서 내실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CJ계열사 관계자는 "지주사로서 그룹 차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지주사 인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룹 실적 '선방'·계열사 실적 '온도차'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좋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룹 차원에서 실적은 '선방'했다. CJ그룹의 상반기 말 기준 영업이익은 622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말 6680억원과 비교해 6.8%가량 감소했다. 롯데그룹과 비교한다면 CJ그룹의 실적이 얼마나 선방했는지 알 수 있다. 롯데그룹은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340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1조5070억원)과 비교해 98%나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100원를 벌었다면 올해 상반기 2원을 번 셈이다.  
 
하지만 계열사 간 실적은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기조가 심화되며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097950), CJ대한통운(000120), (주)CJ(001040)(올리브영, 올리브 네트웍스 포함)는 실적이 향상됐다. 특히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상반기 영업이익을 각각 6610억원과 142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7%, 21.3%씩 증가했다. 
 
반면 CJ CGV는 상반기 말 연결 기준 20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 역시 28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9465억원과 비교해 매출이 70% 이상 줄었다. CJ ENM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 1조6483억원, 영업이익 113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0.3%, 40.1% 각각 감소했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CGV의 해외 사이트와 국내의 영화관람 수요가 위축됐다"면서 "CJ ENM 또한 방송광고시장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실적과 인사가 밀접한 CJ그룹의 특징상 코로나19가 있더라도 이번 계열사 실적은 인사에 기본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깜짝 인사·외부 인사, 이번에는?
 
재계와 IB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깜짝 인사, 경영전략 부문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M&A에 활발했던 지난 2018년 말 인사에서 황득수 부장이 상무 대우로 승진했던 깜짝 인사가 있었다. 당시 황 상무는 임원 승진 자격이 주어지자마자 승진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몇 년간 CJ그룹의 경영전략실은 분주했다. M&A, 분할을 중심으로 그룹 구조를 바꿔나갔기 때문이다. △쉬완스 인수 △CJ 헬로 매각 △CJ올리브영 인적분할 △CJ오쇼핑과 CJ이엔엠을 CJ ENM으로 합병 △투썸플레이스 매각 등 크고 작은 회사를 사고 팔았으며 현재도 뚜레쥬르, CJ로킨(CJ대한통운 내 중국 물류 계열사) 등의 매각을 검토하며 그룹 내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하고 있다. 
 
외부 인사의 키워드는 '삼성'이다. 2018년 CJ그룹은 삼성생명(032830)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던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을 영입했다. 박 부회장 영입 이후 김천수 CJ라이브시티 대표, 이경배 CJ올리브네트웍스 전 대표 등도 CJ그룹의 요직을 차지했다. 
 
삼성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그이기에 외부 인사는 CJ의 글로벌 경영과 맞닿아 있다.  CJ는 글로벌 경영을 위해 2010년대 중반 삼성 인물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하지만 성적은 시원찮았다. '월드베스트 CJ'를 목표로 글로벌 경영에 방점을 뒀던 CJ는 쉬완스 인수 이후 재무 부담이 가중되며 '재무안정성 속 수익성 추구'로 목표를 선회했다. 
 
CJ그룹과 밀접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면서 "CJ오쇼핑이 중국 사업권(동방CJ)을 어이없이 빼앗기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터키나 중국 영화 사업은 영화 수급에 따라 실적이 크게 변동했으며, 환율 불안 등 국가 리스크에도 시달렸다"면서 "해외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그룹 경영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CJ스러움'의 회복도 관전 포인트다. 그는 "CJ그룹의 특징은 산업이 아닌 것을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동네마다 있던 극장을 멀티플렉스로 키우면서 영화 산업을 끌어올리는 것이 예"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CJ그룹은 CJ스러운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다 보니 마지막에 인사가 뒤바뀌곤 한다"면서 "하지만 실적 중심이란 원칙은 거의 지켜지고 있어 실적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깜짝 인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고 예상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