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흑마법' 화승알앤에이…재무구조 악화에 실적변동 커져
지배 구조 정점 존속법인, 신설 법인 부채비율의 22%수준
국내 자동차 부품 제외 기존 사업 부문, 화승코퍼레이션으로
존속법인 보유 신설법인 자사주 11%…의결권 행사 주식으로 '자사주 마법'
공개 2020-10-12 09:1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인적분할로 신설될 화승알앤에이(013520)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승훈 회장 일가는 '자사주의 마법'을 활용, 화승알앤에이의 지배력을 높였다. 하지만 신설될 화승알앤에이는 국내 자동차 부품으로 사업 부문이 축소됨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부채비율은 2배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화승알앤에이의 인적분할 후 지배구조 변화. 출처/한국기업평가
 
8일 한국기업평가는 "신설법인의 재무융통성 약화와 재무구조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자동차부품사업 전반의 사업경쟁력이 유지되겠으나 국내 사업 위주로 축소됨에 따라 영업현금흐름도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자동차산업의 사업환경 악화 등을 감안하면 과중한 재무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화승알앤에이는 지난 달 28일 자동차부품제조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화승알앤에이(이하 신설 화승R&A)를 설립하는 계획을 공시했다. 이번 분할은 분할신주 배정기준일 현재의 지분율에 비례해 신설법인의 주식을 배정받는 단순·인적분할의 방법으로 진행했다. 분할비율은 존속법인(화승코퍼레이션(가칭)) 0.725, 신설 화승R&A 0.275이고, 분할기일은 내년 2월28일이며, 변경상장 예정일은 내년 3월15일이다. 
 
분할존속법인인 화승코퍼레이션은 △산업용고무제품 부문△자회사, 피투자회사 지분관리과 같은 투자 부문 등을 영위하는 가운데 지배 구조의 정점으로, 신설 화승R&A는 자동차 부품 중 제조사업부문과 국내 자동차 부품 영업에 집중될 예정이다. 
 
분할 전 화승알앤에이의 매출구조. 출처/한국기업평가
 
신설 화승R&A 입장에서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37%가량을 차지했던 자동차 부품 이외 사업부가 빠짐에 따라 외형 축소가 예상된다. 게다가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에 대한 의존도도 심화될 전망이다. 해외 자회사가 존속 법인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는 더 이상 신설 화승R&A의 매출과 무관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화승알앤에이의 자동차 부품 매출 중 40%가 현대·기아차 이외의 거래처로부터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규모가 작지 않다. 
 
이지웅 한기평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해외 자회사 분리로 외형이 축소되고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에 현대·기아차의 판매 실적과 수주 차종 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거래처가 다변화되어 있는 편이고, 주력 제품들이 국내 시장에서 수위권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전반적인 사업 기반이 양호한 편"이라고 분할 '전' 화승알앤에이를 평가한 바 있다. 
 
또한 신설 화승R&A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도 각각 161.0%, 40.1%에서 389.8%, 41.6%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재무지표가 악화된 배경은 자본의 감소다. 하지만 현승훈 회장 일가의 신설 화승R&A 지배력은 높아질 전망이다. 기존 화승알앤에이의 자기주식이 인적분할로 인해 별도 법인으로 분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 비율은 11.27%에 달한다. 분할 전 화승알앤에이가 보유한 자사주와 합병신주가 합산됐기 때문이다. 
 
그는 "분할 과정에서 차입금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에 비슷한 규모로 분할되지만 국내·외 자회사 지분과 자본금의 상당 부분이 존속법인에 귀속됨에 따라 신설 화승R&A의 재무융통성이 약화되고 재무구조가 크게 저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