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하반기 수주 공백 촉각…터널 끝 보일까
2400억원 CB 전환 완료 등 재무구조 개선
'재무통' 이용배 사장 취임 후 상반기 흑자전환
실적 반등 위한 올해 최대 3조원 수주 사활
공개 2020-10-08 09:30:00
차륜형장갑차. 출처/현대로템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현대로템(064350)이 실적 개선과 더불어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현대로템은 2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대부분 털어내며 2000억원가량의 자본확충 효과를 거둬 코로나19 장기화 등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에서는 3분기 수주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실적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재계 관계자는 "올해 '재무통'인 이용배 사장이 취임하면서 현대로템의 재무관리 능력이 돋보인다"면서 "이번 전환사채 발행과 전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역시 최근 몇 년간 수천억원의 영업손실로 악화일로에 처한 현대로템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1조327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3억원으로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961억원, 2799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실적이다.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과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현대로템
 
실적 개선의 중심엔 10개월간 현대로템을 진두지휘 한 이용배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지난해 12월27일 발표한 임원 인사에서 이용배 현대차증권 사장을 신임 현대로템 사장에 선임했다. 그룹 내에서 대표적 재무통으로 꼽힌다. 앞서 현대차에서 회계관리실장, 기획조정실 경영기획담당, 재경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2013년 현대위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현대차증권 사장 시절 HMC증권이던 사명을 현대차증권(001500)으로 바꿨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로템 사장 선임 배경으로 첫째도, 둘째도 실적에 방점을 찍었다. 그룹 측은 "재무 분야 전문성을 토대로 현대위아(011210)와 현대차증권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면서 "현대로템의 수익성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혁신을 추진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체질 개선에 주목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6월 발행한 2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대부분 전환이 완료됐다. 발행주식수는 기존 8500만주에서 1억914만주로 28.4% 증가했다. 자본총계(지배)는 상반기 1조1000억원에서 현재 1조3000억원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자본확충 등으로 부채비율은 상반기 273%에서 올해 말 215%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363%까지 치솟았던 비율을 낮춰갔다.
 
앞서 현대로템은 유휴 자산도 정리했다. 지난 4월 종속회사인 그린에어 지분을 812억원에, 5월에는 현대모비스에 의왕연구소 내 부지와 건물을 878억원에 매각했다.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의 가격 재평가를 통한 자본금 확대 효과를 거뒀다.
 
 
 
문제는 앞으로다. 추가 수주를 바탕으로 한 의미 있는 실적이 절실한 상황이다. 상반기 흑자전환을 달성했지만 당장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하회할 전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431억원, 영업이익 192억원이 예상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하락이 수출 매출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가운데 유로화 환율상승은 유럽산 수입기자재의 원가부담을 가중시켰다"라고 분석했다.
 
실적 반등의 열쇠는 수주다. 상반기 신규수주는 철도차량 8081억원, 방산 3546억원, 플랜트 1597억원 등 1조3224억원을 기록했다. 싱가포르 LTA, GTX-A노선, 장애물개척전차 후속 양산 계약 등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7월 이후 현재까지 추가 수주가 없는 상황이다. 4분기에는 방산부문을 중심으로 추가수주 성과가 기대된다. 차륜형 장갑차 3차양산, K2 전차 3차양산, 자주도하장비 (한화디펜스와 경합 중) 등을 모두 수주할 경우 방산부문 수주만해도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집트 카이로 1호선 등 해외 철도차량 수주가 성과를 낼 경우 올해 연간 신규수주는 최대 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뿐 아니라 실적 반등을 위해 하반기 방산과 철도 부문 수주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