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관리 시험대 오른 메리츠증권, 대체 수익원 찾기 '고심'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 절반 축소 계획
주력이던 부동산PF 외에 새 성장 동력 찾아야
공개 2020-09-17 10:0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메리츠증권의 수익원으로 성장한 부동산금융이 시장 축소와  채무보증 제한으로 실적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만큼 사업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주력해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신 새로운 성장엔진 확보를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11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3분기에 순이익 1010억원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약 1557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2분기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증권사 순이익 추정치. 출처/유안타증권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부터 주력인 부동산PF 부문에서 건전성 관리에 힘쓰면서도 2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주식시장 호조로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대폭 오른 덕분이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순이익 성장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현재와 같은 ‘유동성 랠리’가 종료되면 (주식시장의) 급등 이후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 부문이 2분기를 웃도는 실적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PF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데다 메리츠증권은 내부적으로 부동산 익스포저를 줄여 건전성 관리를 지속할 계획을 세워뒀다. 더 이상 부동산PF 부문에서 고성장을 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된 데 따라 부동산PF 시장이 축소된 데다 해외 신규 딜(거래)이 중단돼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부동산PF와 같이 증시 환경과 무관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높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상반기 말 기준 채무보증 규모는 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8조5000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또한 자기자본 역시 6월 말 4조4022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193억원)보다 3829억원 증가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3월 말 기준 212.3%였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을 올해 말까지 109%로 급격히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 등 재무구조 지표는 애초부터 정부의 가이드라인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수준이었고, 다만 회사 자체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가 아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절실한 과제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은 4월까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종합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해 이를 통해 고객예수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금융 등 IB부문에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렇다 보니 IB부문 손익은 대부분 부동산PF 관련 인수주선 및 채무보증 수수료가 차지한다. 
 
부동산PF 관련 부문은 안정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수익으로 인식돼 증권사의 이익 기반으로 꼽혀왔다. 더구나 메리츠증권은 순영업수익 가운데 IB 및 금융부문 비중이 80% 내외다. 이 가운데 부동산PF 인수주선 및 채무보증 수수료와 IB부문 연계 기업대출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부동산PF 비중을 줄이게 되면 당장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비우호적인 영업환경과 부동산 관련 자산 감축 등으로 인해 회사의 주력 사업인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향후 회사의 수익성이 저하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