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재간접리츠 규제를 놓고 국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업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재간접리츠 규제 강화로 ‘리츠 옥석가리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리츠의 다양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지침이 다소 갑작스럽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에서 재간접형 공모리츠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로 30%까지만 펀드 지분을 담을 수 있도록 방법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및 상장 예정 리츠. 출처/각 사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토부는 공모리츠 활성화를 위해 재간접리츠를 향한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를 보였다. 개별 사모펀드의 지분을 10% 초과로 담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는데, 올해 초부터 자유롭게 지분 비율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당 규제를 손봤다. 이 때문에
이지스밸류리츠(334890)나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재간접리츠가 상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30%로 비율 제한을 둔다면 운용사들이 구성할 수 있는 재간접리츠의 폭은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가령 기존 펀드의 지분을 31% 보유한 수익자로부터 해당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1%를 인수할 다른 수익자를 찾아야 한다. 편입 비율 규제는 곧 리츠가 담을 수 있는 펀드의 제한으로 이어져 상품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공모리츠 시장에서 재간접리츠가 설자리를 좁히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취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의 이 같은 결정은 그동안 재간접리츠가 원래의 목적과 달리 사용돼 공모리츠 시장 침체를 불러왔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량한 실물자산보다 이미 만들어진 펀드 중에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이 안 된 상품을 담아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상장한 NH프라임리츠는 네 개의 부동산펀드를 리츠에 담았는데, 당시 기관투자자들에 팔려다 미매각된 물건이라는 업계의 시각이 우세했다.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데 따라 미매각 물량이 늘어나자, 리츠로 이를 해소하려 한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돌았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는 공모리츠 시장 위축의 큰 요인으로 재간접리츠를 지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재간접리츠 규제를 강화해야 공모리츠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 역시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꼽힌다. 옵티머스, H20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일 수면 위로 떠오르자, 공모리츠가 담는 사모펀드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의 ‘엇갈린’ 지침 탓에 리츠업계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다양한 구조의 재간접리츠를 준비하던 운용사들 역시 급히 계획을 바꿔야 하는 등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이를 강제할 법적인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인가 과정에서 행정 지도를 통해 편입자산을 골라낼 수는 있지만 이를 규제로 못 박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