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우, 상장폐지 결정…대주주 한앤코의 속내는?
"다운사이징 통해 매각을 쉽게 만드려는 과정"
"한일현대시멘트 인수실패로 한앤코 투자금 회수 전략 꼬여"
공개 2020-09-08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우(003415)선주를 상장폐지시키고, 보통주를 무상감자한다고 자본시장에 알렸다.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금 회수(Exit)전략으로 해석했다. 자본재조정(리캡)전략이 유력하며 배당여력을 키워 전략의 유연성을 더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1일 쌍용양회(003410)공업은 발행 우선주 전량(154만3685주)을 유상감자를 통해 유상 소각(주당 9297원)하고 그에 따른 우선주 상장폐지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더불어 11월11일까지 우선주를 최대 1만 5500원에 매입하겠다는 공시도 함께했다. 우선주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언론과 주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여러 PEF들은 엑시트 과정에서 주주들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한다"면서 "추가로 40억~50억원의 자금을 써 상장폐지를 시키면 한앤코는 지금보다 다양한 전략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 한앤컴퍼니는 지금과 유사한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다. 2011년 11월 한앤컴퍼니는 코웰이홀딩스를 인수한 이후 3개월 만에 상장폐지를 했다. 4년 뒤 홍콩증시 상장을 통해 코웰이홀딩스의 가치를 끌어올린 후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바 있다.  
 
같은 날 쌍용양회는 보통주에 대한 감자도 단행했다. 주당 1000원인 쌍용양회 보통주의 액면가를 100원으로 줄였다. 우선주 상장폐지와 배당가능이익 확대로 자본재조정은 한결 수월해졌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배당가능이익이 약 1조원 이상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하지만 현재 현금 수준으로는 당장 배당을 크게 늘리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영업자산의 매각이나 채권(회사채) 발행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이는 매각을 용이하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쌍용양회, 매력과 한계 뚜렷 
 
쌍용양회공업은 △대한시멘트 △쌍용기초소재 △한국기초소재 △쌍용로지스틱스 △상용레미콘 △한국로지스틱스 △대한슬래그 등 7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시멘트그룹이다. 시장점유율(M/S) 21% 내외로 한일시멘트그룹과 함께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최대주주는 사모펀드운용사(PEF) 한앤컴퍼니로 2016년 약 1조 3000억원을 들여 지분 77.68%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했다.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이후 쌍용양회공업은 내실이 상당히 탄탄해졌다. 2010년대 초중반 7~10%였던 영업이익은 15~18% 수준으로 증가, 영업의 '질'이 향상됐다. 또한 150~170% 내외였던 부채비율은 70~80%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40% 수준이었던 차입금의존도 역시 20%대로 낮췄다. 
 
신용등급은 당연히 상승했다. 한앤컴퍼니가 인수하기 전 'BBB+/안정적'(나이스신용평가 기준)이었던 쌍용양회공업의 신용등급은 현재 'A-/긍정적'이다. 신용등급은 1단계 올랐으며, 등급전망도 긍정적이라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 
 
최민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시회사는 수출항구 인근 북평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내수가 부진할 경우, 해외시장 수출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서 "업계 최대의 물류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판매와 유통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우수하다"라고 판단했다. 
 
시멘트 산업의 시장점유율. 출처/한국기업평가
 
하지만 2조에 달했던 매출규모는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규모가 커지지 못했던 까닭은 한일현대시멘트(006390)(구 현대시멘트) 인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7년 한앤컴퍼니는 볼트온 (Bolt-on) 전략의 일환으로 현대시멘트 인수·합병전(M&A)에 뛰어들었다. 당시 시장점유율 9~10%이었던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한앤컴퍼니는 확실하게 업계 1위로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승자는 강성부 KCGI 대표가 이끌었던 LK투자파트너스였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코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했다면 확실한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다"면서 "당시 중국 쪽에서 관심이 보였다는 이야기가 많았던 점을 고려할 때 쌍용양회가 업계 1위였다면 한앤컴퍼니의 엑시트가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랜이 꼬이다 보니 상장폐지, 우선주 유상소각, 자본금 감소 등과 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면서 "이는 앞으로 리캡(자본재조정), 엑시트 등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한앤코의 선택은?
 
현재도 대표적인 고배당주인 쌍용양회의 배당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앤컴퍼니는 인수 이후 지금까지 쌍용양회에서 약 5400억원을 배당받았다. 2018년 이후 현금배당성향은 언제나 당기순이익을 상회했다. 올해 배당성향은 한층 더 높아졌다. 2018년 126.8%였던 현금배당성향은 올해 1분기 283.3%까지 급등했다. 쌍용양회가 1분기 거둔 당기순이익의 3배가량을 현금 배당재원으로 사용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IB업계 관계자들은 한앤코가 엑시트를 빠르게 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한앤코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본재조정이 필요할 경우, 배당을 중요한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산업이 국내에서 크게 커질 여력은 없지만, 해외 원매자를 찾기 좋은 산업 군"이라며 "코로나19, 애매한 시장지위 등을 고려할 때 바로 매각하기보다는 배당을 활용하며 때를 지켜볼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쌍용양회의 시총을 감당할 기업을 찾기 어렵기에 규모를 줄이는 것은 매각에 용이하다"면서 "배당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고 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