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까지 파는 한화, 프리미엄 리조트 투자 무리수였나
재무악화로 골든베이GC 매각 중…2000억원 추정
거제 벨버디어 등 리조트부문 프리미엄화 투자 '毒'
총차입금 2019년 7873억원으로 2300억원 증가
공개 2020-09-07 09:30:00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 출처/한화호텔앤드리조트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주)한화(000880)의 자회사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골프장까지 시장에 내놨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호텔업 전반의 문제일 수 있으나 일각에서는 리조트부문 프리미엄화를 위한 무리한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4일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화는 핵심이자 모태회사로 그룹의 실질적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방산 부문의 호조에 비해 호텔 부문의 실적 악화는 부담이고 (주)한화는 경영권 승계의 핵심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그룹 차원에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움직임은 벌써 나오고 있다. (주)한화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무역부문의 유화사업은 화약·방산부문으로, 기계사업은 기계부문으로 통합해 무역 대행업을 지속하는 사업 재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무역부문 사업 재편과 함께 희망퇴직도 실시 중이다. 
 
무엇보다 호텔 부문의 경우 재무상황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해 251억원 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상반기에도 71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반등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결국 알짜 자산인 골프장을 매물로 내놨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재무상황 악화로 보유 골프장인 골든베이GC(태안)를 매각하는 중이다. 현재 매각 주간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인수의향서(LOI)를 받는 단계다. 골프장 매각 가액이 2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앞서 2월 FC(식자재 유통 및 급식사업)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사모투자펀드인 VIG파트너스에 1000억원에 매각했다. 주요 알짜 사업을 잇따라 매각한다는 건 그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리조트부문 프리미엄화가 재무악화의 주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2018년 이후 리조트부문 프리미엄화를 위한 자본적지출 확대로 FCF(잉여현금흐름)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8년 -1275억원, 2019년 -525억원 등 현금흐름이 답답한 상황이다.
 
거제콘도(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의 경우 당초 예상대비 투자비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27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회원권 분양을 통해 회수된 이익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부터는 여수벨메르 호텔, 죽도(양양) 테마호텔, 프리미엄 빌리지(거제, 춘천, 지리산 등) 등 신규 사업장의 초기 투자도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FCF 적자 및 차입금 증가 기조가 이어졌다. 
 
여기에 연결대상 자회사의 차입금 가세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제주해양과학관 차입금 800억원, 플라자디앤씨 리스부채 520억원 등이 꼽힌다. 이에 따라 연결 기준 총차입금이 2018년 5565억원에서 7873억원으로 약 2300억원 증가했다. 자본감소와 차입금 증가로 부채비율은 2018년 269%에서 2019년 383%로 크게 상승했다.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단기간 내 재무구조의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영업현금창출력이 회복되면서 뚜렷한 투자규모 축소,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유입 등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등급도 내려갈 상황이다. 지난 7월 한기평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 기업은 2년 안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현재 골프장 매각이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