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매각 물량 쌓이는 KB증권, 부동산금융 확장에 '성장통' 오나
제이알글로벌리츠 종로타워 등 미매각 물량 몰려
부동산금융 다각화 과정에서 리스크 높아질 듯
공개 2020-09-04 10:3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KB증권이 부동산금융 확장에 속도를 낸데 따라 미매각 물량이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KB증권은 주로 회사채 인수 및 주관 영역에서 활약하며 실적을 쌓았지만 최근 영역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떠안게 된 부동산 관련 미매각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대체투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관련 위험성도 커지는 모양새다. 
 
 
KB증권은 최근 제이알투자운용이 상장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미매각 물량 약 1290억원을 인수했다. 상장 전 약 650억원 규모로 투자한 규모까지 합하면 총 투자금액은 2000억원 가까이 된다. 상장 당시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예정됐던 공모주 물량이 줄어든 데다, 일반투자자 청약 결과 공모가 미달돼 총액 인수 규모가 증가했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 기존에 예정됐던 공모주 물량은 절반으로 줄었고 일반투자자 청약 과정에서도 기존 4800만주(공모가격 주당 5000원) 가운데 청약된 물량은 약 1122만주에 그쳤다. 
 
올해 초 KB자산운용이 펀드를 통해 담은 '종로타워' 역시 재판매가 지연돼 KB증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KB증권은 해당 펀드를 구성할 당시 669억원가량의 지분 투자를 벌였다. 당시 거래종결(딜클로징)까지 시간이 촉박한 탓에 KB증권 등 KB금융 계열사들이 남은 물량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KB증권은 당초 예상치를 웃돈 물량을 떠안게 됐는데,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총액인수한 수익증권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요 임차인인 위워크가 임대차계약을 문제로 KB자산운용과 갈등을 빚게 되면서 지분 매각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B증권 관계자는 “현재 종로타워와 관련해 셀다운(재판매)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통상 증권사는 3~6개월 사이에 셀다운을 하지 못하면 사실상 미매각 물량을 보유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 침체된 공모리츠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당분간 제이알글로벌리츠 지분 매각도 쉽지 않아 보인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 이후 2018년부터 점차 부동산금융 부문을 확대해왔다. 특히 국내 및 해외 실물부동산 및 대체투자 분야에 주력했다. 당시 부동산금융 부문에 강점을 지녔던 현대증권과 사세를 합친 것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회사채 인수 등에 주력했던 IB사업영역을 부동산금융으로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관련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B증권의 자본완충력은 합병 당시와 비교해 소폭 저하된 모습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KB증권의 순자본비율은 897%로 작년 말 1198.7%에서 낮아졌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자본완충력을 따지는 총위험액 대비 영업용순자본비율 역시 193.5%에서 153.5%로 감소했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KB증권이 발행어음 업무 시작을 계기로 기업금융이나 부동산금융 업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위험 인수 증가가 동반돼 잠재 위험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KB증권은 제이알글로벌리츠나 종로타워 등은 경쟁성을 감안해 직접 지분투자를 한 것으로, 굳이 셀다운의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자기자본(PI) 투자는 투자가치를 따져본 후 결정한 것으로 셀다운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라며 "다만 증권사의 자본적정성 개선을 위해 PI 투자를 벌였던 규모를 줄여야 할 상황이 있을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