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영화와 회계
공개 2020-09-04 08:3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왠지 어렵고 딱딱해 보이는 회계는 영화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도 회계 이야기 또는 회계전문가가 나온다.
 
‘언터처블(The Untouchables, 1987)’에서는 두 명의 회계전문가가 나온다. 1930년대 초 미국 금주령 시대의 대표적인 갱단의 보스인 알 카포네(로버트 드니로)를 잡기 위하여 미 재무국은 4명의 특수조직팀을 구성한다. 이때 네스 반장(케빈 코스트너)팀의 구성원으로서 오스카 월러스(찰리 마틴 스미스)가 알 카포네의 재무상태를 조사하는 회계사 역할을 한다. 또 한 명은 알 카포네의 회계담당자 역할로 나오며 영화의 뒷부분 기차역 총격신에서 살아남자 알 카포네에 대한 진실을 밝혀 알 카포네가 탈세혐의로 붙잡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영화 제목인 ‘언터처블(Untouchables)’은 알 카포네가 돈으로 ‘매수할 수 없는(손댈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네스 반장의 조직은 후에 FBI의 모체가 되었다고 한다.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에서 오스카 쉰들러(리암 니슨)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기업을 운영하며 가스실에서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 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다. 쉰들러는 회계담당자인 스턴(벤 킹슬리)이 분식회계를 통해 확보한 비자금을 독일군 장교에게 뇌물로 바쳐 처형 직전의 유대인을 ‘공장에서 꼭 필요한 근로자’로 만들어 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다. 분식회계가 좋은 목적으로 활용된 예이다.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5)’에서는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 앤디(팀 로빈슨)가 간수들의 회계와 세무자문을 해주며 지낸다. 앤디는 탈옥한 후 자신이 불법자금세탁을 했던 은행에 들러 교도소 소장의 돈을 전부 인출해 멕시코로 간다. 소장의 탈세장부를 언론을 통해 공개해 소장의 몰락을 가져오게 하고, 소장은 경찰이 잡으러 왔을 때 권총 자살을 한다. 앤디의 회계지식이 앤디의 교도소 생활을 편하게 만들고, 결국 탈옥하여 자유의 몸이 되는데 기여한다.
 
‘프로듀서스(The Producers, 2005)’에도 회계전문가가 나온다. 만드는 작품마다 실패하는 뮤지컬 제작자 맥스(네이단 레인)의 사무실에 회계장부 작성을 위해 회계사 레오(매튜 브로데릭)가 찾아온다. 레오는 투자금 200만 달러를 모아 공연을 망하게 하면 거액을 챙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투자금 중 일부만 사용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빼돌리고 국세청에 신고하면 망한 공연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관심을 갖지 않으므로 거액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러 최악의 시나리오와 배우를 섭외하여 만든 그들의 작품이 예상 밖으로 최고의 히트작이 되어 그들의 회계부정이 밝혀지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unhappy”라는 노래를 불러서 회계 업무를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앞의 예처럼 영화에서 회계사나 회계담당자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사례는 많지 않은데, 예외도 있다.
 
‘어커운턴트(The Accountant, 2016)’에서 울프(벤 애플렉)는 낮에는 평범한 회계사지만 밤에는 범죄조직을 도와주는 회계사다. 울프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수학과 숫자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이 영화에서 울프는 왠지 소심하고 소극적일 것 같은 회계사의 이미지를 확 바꾸어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 드라마 ‘감사법인(監査法人, 2008)’은 감사법인(우리나라의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회계사의 업무와 고민을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다. 드라마 속에서는 많은 기업들의 비밀장부와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지며 힘없이 무너지고, 사람들의 목숨까지 잃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뒷부분에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오와리부품 회사의 고문회계사로서 위기에 빠진 회사를 다시 살려내는 회계사의 모습도 보여준다. 회계사가 외부감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지식을 활용하여 기업을 살리는 일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회계전문가는 진취적이거나 정의를 위해 싸우는 멋진 주인공으로 묘사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러한 것들이 회계나 회계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최근에 모 회계법인에서 드라마를 이용하여 회계를 쉽게 접근하는 시도를 했다.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어렵고 딱딱해 보이지만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한 회계가 국민들에게 좀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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