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보상금 합의 결렬…발언 수위 높인 LG-SK
결렬의 주요 배경, 소송 지휘자의 '직급' 차이
"27일 법원 판결 이후 발언 수위에도 영향"
공개 2020-08-31 15:01:49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K-배터리 동맹'이 다시 멀어졌다.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이 진행했던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가 최근 결렬되며 배터리 소송전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28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모두 NDA(비밀유지협약)를 맺고 진행했던 합의(Settlement)는 결렬됐다"면서 "27일 국내 부재소 합의 판결 이후 양사의 발언 수위가 높았던 것 역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비밀유지협약을 맺고 배상금을 포함해 배터리 소송에 관한 전반적인 합의를 진행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자본 시장에서는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온도차가 있었다. 
 
결렬 배경에 대해서는 "급이 맞지 않았다"면서 "SK 측은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LG 측은 구광모 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이 관련 합의를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준 대표 역시 훌륭한 분이지만, 양사 간 합의 시 SK를 대표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소송의 주체가 LG화학이기 때문에 협상의 주체도 당연히 LG화학과 최고경영자(CEO)"라면서, "격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협상이 결렬된 탓에 지난 27일 있었던 '부제소합의 위반 소송' 이후 발언의 수위도 상당했다. 승소한 LG화학 측은 "미국 영업비밀침해소송과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국면전환을 노리고 무리하게 이뤄진 억지 주장이었음이 명백히 확인됐다"면서 "SK이노베이션측 주장이 허위이거나 왜곡되었다는 점이 분명히 밝혀졌다"라고 소송의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쟁송의 대상이 된 지난 2014년 맺은 양사 간 부제소합의는 세라믹코팅분리막 특허에 대해 국내·외에서 10년간 쟁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라며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국내에 한정해 부제소하는 합의, 그것도 소송을 먼저 제기한 LG 측의 패소 직전 요청에 의한 합의에 응할 이유가 없었으며, 이는 양사 합의의 목적도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LG화학이 패소한 후 체결된 합의서에 대해 5년여가 지나서 합의 취지를 벗어나, 일부 문구를 핑계로 문제 제기하는 것은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판결 내용에서 이슈가 된 KR310 - US517 특허의 관련성에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하고, 판결문을 분석하여 항소 절차에서 회사 주장을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0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최종 판결(Final Determination)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소송 예비 결정까지 진행된 단계로 지난 2월 ITC 예비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ITC에 재검토 요청을 했지만,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영업비밀 취소 소송에서 예비결정이 뒤집어진 사례는 전무했다. 기존 결정이 유지될 경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관련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