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임대료 진통…CJ CGV, 운용사와 줄다리기 '진행중'
2분기 비용 절감 성공에도 하반기 매출 회복 장담 못 해
자산운용사 등 임대인과 첨예한 갈등 지속될 가능성 높아
공개 2020-08-25 09:3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CJ CGV(079160)가 임대료 감면을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봤지만 임대료 협상 과정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자의 이익을, CJ CGV는 회사의 생존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잦아들다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퍼지면서 CJ CGV가 또다시 임대료 지급을 놓고 자산운용사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일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CJ CGV가 (임대료와 관련해) 사실상 ‘통보’식으로 자산운용사와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안다”라며 “임대료 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커 조율이 잘 안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CJ CGV는 2분기 판매관리비가 801억원 수준으로 1분기 1377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줄였다. 말 그대로 내부비용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셈이다. 이 가운데 임차료 감면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경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영화관사업자 하반기 신용평가 계획’ 보고서에서 “CJ CGV가 임차료 감면을 포함한 비용절감 노력으로 고정비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평가했다. 
 
CJ CGV는 이전부터 영화관 자산을 매각 후 재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사용해왔다. 해외사업 진출 및 스타트업 투자 등을 위한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CJ CGV는 국내 115곳에 이르는 직영점 임대인과 임대료 협의를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 JB자산운용 등 굵직한 운용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자산운용사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CJ CGV가 6개월 임대료 지급유예를 요청했지만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계약서상의 문구를 들어 이를 거절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부 운용사에서는 3개월 임대료를 연체하면 남은 임대료 총액을 일시에 내야 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측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펀드 역시 투자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만큼 이해상충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CJ CGV 역시 임대료를 포함해 제반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판매관리비를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1.4% 감소했고, 1분기와 비교해 적자폭도 커진 탓이다. 
 
문제는 8월 중순부터 사랑제일교회, 광화문 집회 등을 기점으로 서울 포함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이날부터 영화관 내 좌석도 기존 70%에서 50%만 예매가 가능하도록 재조정됐다. 극장 사업은 영화관 관객수와 직결되는 만큼 상황이 악화되면 CJ CGV가 또 한 번 임대료를 놓고 운용사들과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CJ CGV 관계자는 “판매관리비 중에 임대료 감면은 큰 비중은 아니라 여전히 내부적으로는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사가 생존기로에 있는 만큼 임대인들이 힘을 보태줘야 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