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서 번 돈 모바일서 까먹어…LG전자 'MC부문 매각설' 운명은
권봉석 사장 "모바일 턴어라운드 2021년 가능" 포부
21분기 연속 적자…연간 영업손실, H&A 영업익 절반 수준
끊이지 않는 매각설에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성공 '안갯속'
공개 2020-08-21 10:00:00
권봉석 LG전자 사장. 출처/LG전자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LG전자의) 모바일 턴어라운드는 2021년에 가능할 것이다."
 
권봉석 LG전자(066570) 사장은 올해 1월 공식적인 첫 데뷔 무대인 'CES 2020'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33년간의 'LG맨'으로 LG전자에 입사한 후 모니터사업부장, MC상품기획그룹장 등을 거쳐 지주사인 (주)LG의 시너지팀장을 역임하는 등 그룹 내 전략통이다.
 
취임 후 8개월 째인 현재 경영 성과를 논하기는 섣부르지만 권 사장이 야심 차게 밝힌 내년 모바일 턴어라운드는 현재로서 쉽지 않아 보인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한해 벌어들인 돈 가운데 절반가량은 MC(스마트폰)사업본부가 까먹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LG전자 MC사업본부의 매각설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권봉석 사장이 취임했던 올해 초에도 LG전자 MC사업본부의 매각설은 시장에서 꾸준히 나왔다"면서 "LG전자 역시 공식적으로 매각설을 부인해 왔지만 시장에서 보는 시각은 '매각을 하고 싶어도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고 실제로 사겠다는 기업도 없지 않느냐'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2조8338억원, 영업이익 49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7.9%, 영업이익은 24.1%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영업이익의 경우 증권가 컨센서스 전망치는 4000억원대 초반이었다. 
 
실적 선방의 중심에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있다. 2분기 매출액 5조1551억원, 영업이익 628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2.2%로 나타났다. 상반기(13.1%) 기준으로는 2017년 이후 4년 연속 두 자릿수를 이어갔다.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신가전'이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MC사업본부는 영업손실은 2065억원으로 21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위생가전의 판매가 오히려 좋았고 신성장 가전 역시 주력 시장이 국내여서 코로나19에도 H&A사업본부는 12.2%라는 높은 수익성을 시현했다"면서도 "MC사업본부는 원가 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턴어라운드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분석했다. 
출처/금감원, 나신평
 
특히 최근 3년간 H&A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의 실적을 비교해 보면 모바일 부문의 부진이 확연히 드러난다. 다른 사업본부를 제외하고 H&A사업본부가 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은 MC사업본부의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가는 셈이다.
 
H&A사업본부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17년 1조4897억원, 2018년 1조5248억원, 2019년 1조996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MC사업본부 영업손실은 2017년 7172억원, 2018년 7901억원, 2019년 1조9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매출액 비율에서도 H&A사업본부가 2017년 7.7%, 2018년 7.9%, 9.3%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반면, MC사업본부는 2017년 -6.1%, 2018년 -9.9%, 2019년 -16.9%로 악화되고 있다.
 
이수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모바일 부문은 2016년 하반기 중 인력 재배치가 이뤄졌고 수익성 개선 활동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7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면서 "휴대폰 경쟁력 확보에 시간이 소요될 전망으로 단기간 내 가시적인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21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MC사업본부의 매각설은 끊이질 않고 있다. LG전자의 공식적 입장은 "사실무근이다"라는 입장이지만 M&A 시장과는 온도차가 있다. 실제로 2016년 미국의 한 IT기업에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이 3년 전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기도 했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윙’. 출처/LG전자
 
LG전자 MC사업본부는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윙(코드명)’을 승부수로 띄운다. 듀얼 스크린에 이어 다시 한번 새 폼팩터(기기 형태)로 적자 탈피에 도전한다. LG 윙은 바(bar) 형태의 기본 스마트폰에 가로로 회전하는 보조화면이 달린 형태로 예상된다. 5세대 이동통신(5G) 단말로 출시될 전망이다.
 
서동명 LG전자 MC사업본부 기획관리담당은 "트렌디한 디자인과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스펙에 집중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매출 볼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LG 모바일 부문의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지만 일단 매년 제품의 모델명과 컨셉이 바뀐다는 점인데 앞으로 모듈형으로 생산하기로 한 G5 출시 당시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 단적인 예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재등용 측면에서는 최근 보도를 보면 과거 초콜릿폰의 영광을 만들었던 경영진을 중용하겠다고 하는데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의사결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