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준비작업?…CJ그룹 노선 변화에 쪼그라드는 CJ푸드빌
CJ, 확장 대신 '내실'에 경영 방점
"외식문화 세계화, K-Food 세계화와 차원이 다르게 어려운 일"
뚜레쥬르 매각 시 CJ푸드빌 해외 사업부 전무
공개 2020-08-21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한국 외식 문화의 세계화에 도전했던 CJ그룹이 외식 문화가 바뀌면서 매각을 위한 정지작업에 나서는 기류가 감돈다. CJ의 중심 가치가 '확장'에서 '재무 건전'으로 이동하며, 대표적 적자 계열사인 CJ푸드빌은 설 곳이 줄어들었다. 뚜레쥬르 매각, 더 나아가 CJ푸드빌 통매각까지 나오는 배경도 이 연장선 아래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001040)그룹은 CJ푸드빌의 사업부인 뚜레쥬르 매각을 위한 주간사로 안진회계법인을 선정, 본격적인 매각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사업부 통매각이 될지 아니면 물적분할 후 지분 일부 매각이 될지 아직 정해지진 않은 상태다. CJ는 올 초부터 뚜레쥬르 매각을 상당히 검토했다고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CJ푸드빌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푸드빌은 '월드베스트 CJ'에서 식문화 세계화를 담당하는 계열사다. 식당을 열어 한국의 음식과 '식문화'를 전 세계로 알렸다. 한국 음식을 세계로 전파하는 것과 식문화 전파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식품 사업의 경우, 재료를 현지에 맞게 가공해 제품을 팔면 그만이다. 식품 사업을 하는 CJ제일제당(097950)이 비비고 만두를 현지 마트에서 파는 식이다. 
 
반면 외식업의 경우, 현지 고객이 CJ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 식당에 직접 찾아가야 한다. 식당에서 현지인들은 식당에서 제주 삼겹살구이, 춘천 닭갈비, 전주 비빔밥, 명동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을 먹으며한국 음악을 듣고, 한국식 서비스를 받는다. 즉, K-Food뿐만 아니라 K-Culture 세계화도 함께 이뤄진다는 의미다. 푸드빌의 세계 진출이 통했다면 세계인들에게 한국 문화가 더욱 친숙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외식 문화의 세계화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2015년 이후 해외에서 CJ푸드빌은 매년 1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그렇다고 국내 사업이 잘나갔던 것도 아니다. 제빵 부문은 1위인 SPC삼립(005610)의 '파리바게트' 아성을 넘지 못했다. 외식 사업 부문은 푸드빌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좋지 못했다. 외식 사업에 영향을 끼친 주요 법률인 중소기업적합업종, 골목상권 보호, 최저시급 상승 등은 푸드빌에 우호적인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일반 식품 제조업과는 달리 외식업은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면서 "식품 제조업은 표준화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외식업은 문화 비즈니스"라며 대기업이 외식업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푸드빌의 재무제표는 이를 잘 나타낸다. 2011년 이후 푸드빌은 한 번을 제외하고 꾸준히 영업손실이었다. 80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1조 4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실속은 없었다. 오랜 기간 적자 행진이 이어지며 푸드빌은 한때 자본이 완전 잠식되기도 했다. 2019년 투썸플레이스의 매각으로 재무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은 600%에 근접하고, 차입금 의존도는 50% 수준이었다. 차입금 의존도가 50%라는 의미는 회사 자산 절반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구입했다는 의미다. 
 
CJ푸드빌의 주요 재무지표.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외식 문화의 세계화라는 푸드빌 만의 독창적인 가치가 있던 터라 CJ는 적자 계열사를 놓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그 기조가 변화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간 CJ의 미래비전은 확장이었다. 2030년 세계 1등 사업을 3개 이상 보유하는 '월드베스트 CJ' 가 그 상징이다. 지난해 말 당초 계획을 수정 △기존 사업의 수익성 극대화 △영업이익률 제고 △재무건전성 확보 등 무게 중심이 '내실'로 크게 이동했다. 지난해 미국 1위 냉동식품 가공업체 쉬완스(Schwan's)인수로 그룹 차원의 재무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전통 미디어 쇠퇴 흐름 △터키 리라화 초약세 △프로듀스 101 사태 등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룹 경영 방침 변화는 푸드빌 사세 감소에 속도를 더했다. 지난해 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며 회사 규모가 줄었다. 또한 해외 사업은 잇따라 철수 중이다. 일본, 싱가포르의 현지 법인 청산을 완료했다. 해외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중국사업은 규모를 크게 줄였다. 북경, 상해, 절강법인은 지분 매각을 완료했고, 광저우, 충칭법인은 청산 진행 중이다. 만약 뚜레쥬르를 매각한다면,  더 이상 해외에서 푸드빌이 운영하는 해외 사업장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K-Food의 정의가 모호한 상태에서 CJ푸드빌은 K-Food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숨고르기 이후 CJ가 만약 다시 외식업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면 K-Food의 정의부터 내리고 사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