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재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평소 성품이 '호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중에 노출을 꺼리는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는 달리 SNS로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인데 자칫 부정적 이슈에 휘말릴 경우 유통업 특성상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올린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출처/인스타그램
올해 정 부회장이 SNS에 올린 사진 중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6월5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The bag(그 가방)"이란 글과 함께 가장 인기 있던 핑크 제품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관련 기사에는 '마케팅 전략인건 알겠다만 정도껏해야지', '매일 한잔씩 마시고 모았는데 즐거움이 짜증으로 바뀐다', '스벅 17번가서 줄서서 사서 받을까!?' 등 부정적인 댓글이 적지 않았다.
한정된 공급으로 대다수 고객에서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너의 사진 한장은 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다. 마케팅 효과보다 스타벅스 충성 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스타벅스 내부에서도 정 부회장의 SNS 활동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일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의 개인 SNS 계정이다"라면서 "회사가 전략적으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지도 않고 있으며 앞으로 할 계획도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 부회장의 '레디백 사진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진이 올라간 시점은 레디백 대란이 일어나기 전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 부회장이 일반인들과 동일하게 음료를 구입해 사은품을 받은 것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스타벅스 이벤트는 지난 5월21일부터 7월22일까지 진행됐다. 행사 첫날부터 품절이 됐고 다음날엔 한 고객이 커피 300잔을 시키고 레디백만 챙기는 일이 벌어졌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7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정 부회장이 사진을 올린 시점은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었다. 결국 정 부회장은 해당 사진을 SNS에서 삭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신세계그룹 내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서울 남대문의 레스케이프 호텔이 '서머 레디백 핑크'를 경품으로 제공했다. 이 호텔은 정 부회장이 야침차게 선보인 고급호텔이다.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스타벅스 고객들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 신세계그룹 측은 "별도로 물량을 준비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라고 밝혔다.
이벤트가 끝났지만 그룹의 해명과 달리 '스타벅스 레디백 대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다. 지난 7월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사은품 수령 조건을 채운 고객이 사은품을 받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공정위의 조사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마트 등 주력 부문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SNS를 통한 논란이 실적 반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 특성상 대중을 대상으로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부정적 이슈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 SNS라고는 하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경영하는 오너이기 때문에 사적인 공간보다 공적인 공간의 의미가 크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용진 부회장과 같은 오너가의 SNS 이슈몰이 역시 초반에는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냈다면 최근과 같이 빈번한 노출은 대중들의 피로감을 높일 것으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된 이마트는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5조600억원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400억원에 달해 컨센서스 영업손실 270억원을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이 전망됐다.
자회사 영업손실은 전분기보다는 소폭개선이 예상되나 260억원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SSG.com 영업손실 210억원이 주요인이고 이마트24, 호텔 사업부 등의 적자 지속이 예상됐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5월 재난지원금의 대형마트 사용 불가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와 더불어 신용등급 역시 부정적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 초 이마트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주력사업인 할인점의 사업기반 약화와 추진 중인 신성장 동력의 투자 성과 미진 등을 이유로 꼽았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무엇보다 약화된 현금흐름으로 투자 및 재무부담이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창고형할인점 및 복합쇼핑몰 출점, 기존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 등으로 2019년 1조원을 상회하는 설비투자비(CAPEX) 지출이 발생했다. 앞으로도 복합쇼핑몰 신규점 출점, 편의점 사업 강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구축, 미국 New Seasons Market 지분 100% 인수(약 1.8억 달러) 등을 진행함에 따라 높은 수준의 투자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투자부담은 지속되는 반면, 투자재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창출현금규모는 감소하고 있다"면서 "2019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조원 내외라는 것을 감안할 때 1.2조원을 상회하는 CAPEX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라고 분석했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연간 7000억~9000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는 가운데 연결 기준으로 2020년 이후 매년 1조원을 상회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는 현금흐름상 다소 부담요인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