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OCI 이우현 호, 실적악화에 신용등급까지 흔들리나
본업 폴리실리콘 부진으로 7분기 연속 적자 행진
도시개발사업 및 제약·바이오 등 신사업 안갯속
현금창출력 지표 EBITDA 감소는 신용등급에 부정적
공개 2020-08-06 09:30:00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터널의 끝이 보인다"
 
이우현 OCI(010060) 부회장이 잇따른 영업손실에 대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본업인 폴리실리콘 사업이 부정적인 전망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추진하는 여러 신사업도 실적 모멘텀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변동의 주요 변수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 부진으로 신용등급 유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OCI를 이끄는 오너 3세 이우현 부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5일 화학업계 관계자는 "OCI는 한때 세계 2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로 국내외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면서 "이후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 등에 휘청인 건데 이우현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앞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라고 말했다.
  
OCI는 올해 1분기에 신용평가사들로부터 'A+'에서 'A'로 등급이 내려갔다.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이 됐지만 등급이 내려간 점은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6월 3년물 800억원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 110억원밖에 모이지 않아 69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주관사단에 산업은행도 이름을 올렸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2실장은 "OCI의 경우 지난해 실적과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등급 하향 조정이 일어났다"면서 "하반기 역시 큰 폭의 실적 하락 등 중요한 변동 사항이 있을 경우 신용등급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OCI는 2분기 역시 연결 기준 4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2018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이는 전년 동기(-199억원)보다 적자폭이 123%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보다 대폭 내려가면서 하반기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0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382억원을 기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했다"라면서 "실적부진 배경은 베이직케미칼 영업적자 확대 때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판매물량 감소와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베이직케미칼 사업의 3분기 전망과 관련해 "터널의 끝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도 자유롭게 왕래를 시작해 7월부터 정상 조업을 하고 있고 8월부터 100% 정상 가동에 들어가면 생산량이 늘고 비용은 줄어들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부회장의 바람과 달리 하반기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백 연구원은 "향후 업황 호전에도 불구하고 폴리실리콘을 통해 창출되는 이익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2021년 폴리실리콘 판매가격 10달러/kg으로 가정 시 연간 매출액은 3002억원이 예상되고, 영업이익률 10% 가정 시 영업이익은 3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급밸런스가 가장 좋았던 2017년 폴리실리콘 영업이익률은 3.4%로 추정된다. 
 
한승재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퉁웨이(Tongwei)의 공격적인 증설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 공급 부담은 여전하다"라면서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말레이시아 공장의 추가 원가 개선과 반도체향 판매량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본업의 부진 속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OCI 자회사 DCRE는 인천 미추홀구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 시행을 맡았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1만3000여가구 주거단지와 업무·상업시설을 조성한다. 
 
문제는 시점. 코로나19 장기화에 더해 정부의 최근 부동산 규체 정책, 환경 문제에 따른 지역사회 반발 등이 분양 흥행에 대한 성공 여부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OCI는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제약·바이오에도 뛰어들었다. 2018년7월 바이오사업본부를 만들고 부광약품과 지분 절반을 각각 갖는 합작벤처를 설립했다. 매년 100억원 이상 공동 투자할 계획이다. 이 또한 업종 특성상 장기간의 투자를 감당해야 한다. 실적 부진 속 사업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OCI는 실적과 더불어 신용등급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재무구조의 경우에도 차입금 대응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판단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9년 이후 군산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유형자산 손상차손(7463억원) 인식, 영업적자 기록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당기순손실(2019년 연결 기준 8074억원)이 발생함에 따라 자본완충력이 축소됐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폴리실리콘 말레이시아 공장의 공정개선 투자 등으로 순차입금이 확대됐다. 연결 기준으로 2018년 5421억원까지 줄어든 순차입금은 2019년 8609억원에 이어 올해 3월 기준 8959억원까지 늘었다.
 
 
 
무엇보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EBITDA의 감소는 신용등급 하향의 주요 지표다. 나신평에 따르면 중기적으로 연결 기준 EBITDA/매출액이 8%를 하회하거나 총차입금/EBITDA가 8.5배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급변동 검토 요인이다. EBITDA/매출액의 경우 2019년 5%를 기록하면서 등급 하향의 주요 요인이 됐다. 올해의 경우 시장 컨센서스 기준으로 EBITDA(323억원)과 매출액(2조388억원)으로 계산을 하면 약 1.6%로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OCI 관계자는 " 2013~2016년 OCI 리소스와 OCI 머티리얼즈 지분 등 대규모 자산매각으로 재무구조를 큰 폭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현재 폴리실리콘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등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